[인터뷰] 전지현 "좋은 연기 위해 제 삶이 복잡해지고 싶지 않아요"

진향희 입력 2015. 8. 2. 20:11 수정 2015. 9. 21.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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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향희 기자]

영화 ‘암살’(최동훈 감독)은 예상대로 흥행 기세가 매섭다. 개봉 7일 만에 400만을 넘겼고, 11일 만에 600만을 돌파했다.

톰 크루즈의 ‘미션 임파서블 5’가 공세를 펼치고 있지만, 올해 개봉한 한국영화 중 최고 흥행 스코어다.

이 영화의 중심에 전지현(34)이 있다. 139분의 러닝타임 중 80% 이상을 주도한다. 사실상 극을 이끌어간 진짜 주인공이다. 전지현은 극중 비밀작전에 투입된 암살단을 이끄는 대장이자 독립군 저격수 ‘안옥윤’으로 분했다.

화장기 없는 얼굴에 머리를 질끈 묶고 5kg이 넘는 기관총을 들고 스크린을 종횡무진한다. 그 와중에 생애 첫 1인 2역에도 도전했다. 순백색 웨딩드레스를 입고 펼치는 절정의 후반부 총격신은 이 영화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촬영을 하면서도 기분이 굉장히 묘했어요. 가족에게 사랑을 받아본 적 없는 여자가 ‘사랑이 뭔지 알까’란 생각도 들었죠. 웨딩드레스가 있는 그 방에 들어가는 것조차 눈물이 났어요. 그래서 빨리 촬영을 시작했죠. 그런 장면들이 꽤 있었어요. 이래저래 ‘안옥윤’에 대한 연민이 강했어요”

-‘안옥윤’이 어떤 인물로 다가왔나.

“사실 감이 없었다. 내가 30년대를 살았던 것도 아니고, 독립투사를 직접 만나 이야기 할 기회도 없었다. 막연하게 교과서에서만 읽었던 내용들이라서 이 임무를 100% 이해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도전이었다. 시대 상황 설명을 감독님에게 듣고 도움을 받았다. 픽션이긴 하지만 펙트가 기반인 영화다. 또, 미츠코를 보면서 안옥윤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환경과 놓여져있는 여러 장치들 속에서 전혀 다른 사람이 돼버렸다. 안옥윤으로 살 수밖에 없었던 현실을 미츠코를 통해 이해하려고 했다.”

-여배우가 전면에 나선 대작이 드물다. 한편으론 부담됐겠다.

“물론 부담됐다. 하지만 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 한국 영화에서 여자 주인공이 기억에 남을만한 작품이 얼마나 되겠는가. 딱 생각나는 게 ‘친절한 금자씨’ 정도다. 누구는 ‘엽기적인 그녀’라고 하지만 그래봤자 10년 넘은 작품들이다.”

-‘안옥윤’이 웨딩드레스를 보고 울컥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안옥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안옥윤’이 정말 처음 바람처럼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촬영을 하면서 기분이 굉장히 묘했다. 웨딩드레스가 있는 그 방에 들어가는 것조차 눈물이 났다. 그래서 빨리 촬영을 시작했다. 그런 장면들이 꽤 있다.”

-비극적인 결말을 자기 스스로도 아는 것인가.

“이 여자(안옥윤)에게 연민이 가고 불쌍한 느낌이 들었다. 간단하게 예를 들자면, ‘하와이 피스톨(하정우)과의 로맨스도 사랑이라고 생각할까’ ‘사랑이 뭔지는 알까’ 싶었다. 가족에게 사랑도 받아본 적 없는 여자다. 그 사랑도 직감적으로 다시는 못 볼 어떤 위기에 놓여서 그렇게 또 원치 않은 길을 걸어간다.”

-감정 선이 복잡하다. 감독을 상당히 많이 괴롭혔을 것 같다.

“감독님이 역사 선생님이셨다. 고등학교 때 감독님이 과외 선생님이었다면 100점은 맞았겠다 싶을 정도였다. 너무 재미있고 간단하게 요약해서 시대의 흐름을 콕콕 짚어주셨다.”

-다큐멘터리나 그 시대 자료들을 많이 참고했나..

“자료들이 귀했다. 사진을 보면서 영감을 얻었다. 중국에 가면 한 마을이 세트장이라서 그 시대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현장에서도 영감을 받곤 했다.”

-이정재 하정우와 호흡을 맞춘 적이 있는데 이번엔 어땠나.

“2000년도로 넘어가면서 ‘세상이 종말 하는 거 아니야’ 하는 두려움을 간직하면서 촬영했던 영화가 ‘시월애’였다. 그때 만났으니까 정말 오래됐다. 정재 오빠가 보기엔 제 위치가 아무래도 많이 달라졌다고 느끼지 않을까. 동생을 바라보는 듯한 눈빛이 많이 있다. 하정우씨는 너무 재밌다. 옆에 있으면 눈물을 흘릴 정도로 항상 웃을 일밖에 없다. 친해지면서 연기도 더 시너지가 난다.”

-와이어 타는 전지현, 관객들에게도 익숙하다. 액션을 즐기는 것 같다.

“좋아한다. 잘하니까 좋아하는 거다. 한마디로 몸이 따라준다. 운동을 매일하다 보니까 몸이 예민한 편이다. 몸으로 표현할 때 그런 도움을 많이 받기도 한다.”

-부상은?

“다쳤다. 특히 옛날 총이니까 장전할 때보면 살이 낄 때가 있다. 남자들은 많이 알더라. 살이 끼면 피가 터져나오는 게 아니라 피가 안에 모인다. 그게 신경 쓰이고 괜히 더 아픈 경우가 많다. 신발도 옛날 신발이니까 발톱 같은 건 남아나질 않고.”

-최동훈 감독과 작업하면서 더 과감해지고 거침이 없어졌다는 느낌이 드다.

“믿고 맡기다 보니. 제가 좋으면 감독님도 좋고, 제가 싫으면 감독님이 싫은 건 확실하다. ‘도둑들’ 때 느꼈다. 나를 알고 100% 이해해주는 사람이 뒤에 있다고 생각하니 현장에서 믿고 맡길 수밖에 없다.”

-그런 과감 중 하나에 1인 2역도 포함되는 건가.

“그렇다. 이 작품을 선택한 것 자체가 최동훈 감독님이었기 때문이다. 1인 2역엔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이 있다. 같은 사람이 2명의 캐릭터를 연기해야 하니까 억지로 다르게 하려고 노력하지 않았나, 조금 아쉽다. 아무래도 처음하다 보니까.”

-광복 70주년에 독립군의 활약을 그린 영화에 참여했다.

“의미 있다. 아니, 의미 있게 봐주시면 더욱 좋다. 평소에 나라 생각할 일이 얼마나 있겠나. 그런데 촬영하면서 조금 찌릿한 기분을 느꼈을 때가 ‘대한민국만세’ 하면서 사진 찍을 때였다. 목에 걸려 있는 게 뭔지 몰랐는데, 조국의 민족과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는 서약서였다. 거기에 지장을 찍고 사진을 찍는데 기분이 묘했다. 울컥했다. 감독님이 ‘영화찍으면서 애국심이 생겨’ 그랬는데, 정말로 그랬다.”

- 흥행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잘 돼야한다. 근데 안 되더라도 다음 작품을 포기할 수 없는 거고. 더 좋은 작품을 하기 위해 지금 작품을 한다는 것에 의미를 둔다. 그래도 데뷔하고 나서 여태까지 한 번도 작품이 망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웃음)”

“배우로 사는 삶이 오래됐다. 어렸을 땐 조금 힘든 시기도 있었다. 힘든 순간이 왜 없었겠나. 키메라 앞에서만 특별해지면 된다고 생각한다. 일상생활 속에서도 ‘나 전지현이야’ 이러고 다니면 그것만큼 외로워지는 일은 없다.”

-그래도 이 영화가 1000만을 간다면.

“영광이다. ‘도둑들’ 때 이어 ‘암살’까지 최동훈 감독님과 두 작품 했는데, 두 번 다 이런 기록을 세우면 굉장히 큰 기록이 아닐까.”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면 어떤가.

“최근 몇 년간은 기대 이상으로 성적이 좋아 행보가 나쁘다고만 할 수 없다. 일단 예술성을 운운할 때도 있지만, 가장 상업적인 게 영화 아니면 드라마 아닌가. 어쨌든 그런 부분을 충분히 채우려면 관객들 사랑을 받아야 충족이 되는 거니까. 그런 점에 있어서는 마음에 든다.”

-광고퀸으론 기복이 없었다. 여전히 광고계 최고 모델이다. TV로 자신의 광고를 볼 때 어떤 기분인가.

“그냥 멈춰서 본다. ‘잘 나왔나?’ 그러면서. 뭐, 워낙 오래해서 아무 생각이 없긴하다. 대신 누군가가 채널을 돌리면 짜증난다. ‘아니! 내가 나오는데’ 이러면서.(웃음)”

-스타 전지현과 사는 남편은 뭐라고 하나.

“글쎄. 신랑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워낙 맨얼굴로 다녀 이제 화장 좀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는 한다. 그냥 저도 똑같다.(웃음)”

-우연인지 결혼 후 작품들이 다 잘됐다.

“그런 이야기 많이 듣는다. 시기적으로 결혼과 동시에 작품들 성적이 좋았다. 그래서 새롭게 평가되는 부분도 있고. 결혼으로 인해 심경변화가 있었냐는 질문을 굉장히 많이 받는다. 그런데 맞다. 결혼하고 나서 여유로워지고 편안해진 건 맞다. 거꾸로 결혼하고 나니까 (사람들) 시선이 부드러워졌다는 걸 많이 느낀다. 어떤 경계심이 많이 사라지고 미혼인 여배우를 바라보는 시선도 편안해졌다. 저라는 사람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어떤 벽 같은 게 없어졌다는 생각이 든다.”

-속된 말로 ‘모든 걸 다 가졌다’. 돈 인기 명예, 그리고 멋진 남편까지. 더 오를 곳이 있을까 싶다.

“하하, 그런가. 이제 집중할 수 있는 일이 연기다. 배우 전지현으로서 살아갈 날들이다. 그럴려면 연기를 잘해야 한다. 연기를 잘하려면 개인적으로 잘 살아야한다고 생각한다. 연기에 집중하기 위해 제 삶이 복잡해지고 싶지 않다. 스스로 외롭게 만들거나 헝그리 한 상황에 자신을 몰아넣고 그 끝에서 연기하는 게 진짜라는 배우가 있는 반면, 제 경우엔 근심과 걱정이 없어야만 오로지 연기에 집중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특별하거나 장황한 것이 아니라 그냥 잘 먹고 잘 살고 싶다는 게 요즘 가장 큰 화두다. 그게 좋은 연기를 할 수 있는 길이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사는 목표는 그거다.”

- 대한민국에서 전지현으로 산다는 건 어떤 일인가.

“사실 그런 부분은 무디다. 워낙 어렸을 때부터 활동을해서 그렇다. 키메라 앞에서만 특별해지면 된다고 생각한다. 일상에서도 ‘나 전지현이야’ 이러고 다니면 그것만큼 외로워지는 일은 없다. 어렸을 때도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 일상에선 편안하게 지내왔다. 싸울 일이 있으면 싸우고.(웃음) 그런데. 저도 왜 부러운 게 없겠는가.”

전지현은 현재 임신 12주차다. 내년이면 엄마가 된다.

결혼 3년 만에 첫 아이를 가진 그는 “기다리던 아이였다”며 기뻐했다. “한 사람으로 잘 살고 싶다”는 그의 행복한 일상을 보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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