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고 있다" 2015년 6월 147만명.. '무너진 고용시장'

안용성 2015. 8. 2.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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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절벽에 취업의욕까지 상실

#1. 올해 31살인 임모씨는 지난해 한 공기업 인턴기간이 끝난 후 8개월이 넘도록 놀고 있다. 대학 졸업 후 두 차례에 걸쳐 인턴직만 경험한 임씨는 또 다른 인턴 기회가 있었지만 포기한 상태다. 제대로 된 취업이 아닌 인턴만 전전하다 시간을 보낼 것 같았기 때문이다. 임씨는 “처음에는 인턴이라도 열심히 하면 채용이 될 줄 알았는데 그게 벌써 3년이 넘었다”며 “다시 인턴을 해도 답이 없을 것 같아 포기했는데, 막상 다른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아 막막하다”고 말했다.

#2. 금융기관에서 근무하다 올 초 희망퇴직을 한 한모(48)씨. 퇴직금과 위로금 등으로 수억원을 받았지만 고등학생인 자녀의 교육비 등을 생각하면 금융 수익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한씨는 기술이 없어 수위와 같은 단순 노무직이라도 취업하려 했지만 극심한 경쟁을 뚫지는 못했다. 장사를 하려고 마음도 먹었지만, 경기가 워낙 안 좋다 보니 괜히 모아놓은 돈만 까먹을 것 같다는 불안감에 쉽게 창업도 못하고 있다. 한씨는 “수입이 적더라도 안전한 창업을 하고 싶은데 마땅한 일이 없다”며 “주변 지인들을 만나 이런저런 정보를 듣고 있지만, 어디 단순 일자리라도 있으면 취업을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청년부터 고령에 이르기까지 우리 국민 전체가 ‘고용 불안’에 떨고 있다. 고용절벽에 내몰린 청년층은 아예 구직조차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경제활동 인구의 핵심인 장년층은 노동활동에서 이탈하고 있다. 고령층은 퇴직 이후에도 생계를 위해 단순노무직을 전전해야 하는 상황이다. ‘고용시장이 무너졌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그럼에도 정부는 ‘고용률 70% 달성’에 매몰돼 고용의 ‘질’을 고려하지 않고 숫자 맞추기에 급급하다는 지적이다.

◆고용절벽에 내몰린 청년… 취업의욕까지 상실

2일 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난 6월 구직단념자 수는 44만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1월 49만1000명으로 50만명에 육박했던 구직단념자는 2월 45만6000명, 3월 42만8000명, 4월 39만5000명으로 감소세를 보이다 5월(41만3000명)부터 2개월 연속 증가했다. 구직단념자는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 중 취업이 가능하지만, 여러 여건상 일자리를 구하지 않은 사람을 뜻한다.

구직단념자 수 증가에서 알 수 있듯이 취업난은 취업 의욕까지 상실하게 만들고 있다. 이는 ‘쉬었음’ 인구수 증가를 통해 고스란히 나타난다. 질병이나 장애가 없는데도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쉬었음’ 인구는 지난 6월 147만명을 기록했다. 이는 1년 전보다 10만2000명 늘어난 수치다.

‘쉬었음’ 인구 가운데 청년층(15∼29세)의 비율은 20.1%에 달한다. 29만5000명의 청년이 아무런 경제활동도 하지 않은 채 그냥 쉬고 있다는 의미다. 이들은 ‘청년 백수’임에도 비경제활동인구에 속해 청년 실업자에 포함되지도 않는다. 이들을 포함하면 지난 6월 청년 실업자 수는 공식 집계(44만9000명)에서 74만4000명으로 불어난다.

◆일자리 줄고, 비정규직 내몰리는 가장들

직장과 사회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40대마저 고용 시장에서 밀려나고 있다. 명예퇴직 등으로 회사를 나온 뒤 과거엔 자영업에 뛰어들던 40대가 경기 침체 등으로 경제 활동을 포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집안의 가장인 40대 남성의 일자리가 줄고 있어 이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

통계청 등에 따르면 40대 취업자는 지난 6월 669만8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만2000명이 감소해 지난 1월부터 6개월째 연속으로 줄었다. 40대 취업자가 6개월 연속으로 감소한 것은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부터 12개월간 감소한 이후 처음이다.

특히 40대 남성의 일자리 감소가 심각하다. 40대 남성 취업자는 지난 6월 394만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3만9000명이 감소해 지난해 10월 이후 9개월째 연속으로 줄었다. 40대 남성의 취업자 감소는 금융 및 보험업과 자영업에 몰려 있다.

고령층(55∼79세)은 퇴직 후에도 절반 넘게 취업 전선에 뛰어들고 있지만 상당수가 양질의 일자리와는 거리가 있었다. 고령층의 직업별 취업자 분포를 보면 단순노무종사자가 27.1%로 가장 많았고, 서비스·판매종사자가 20.7%였다. 관리자·전문가는 9.2%, 사무종사자 5.7% 등에 불과했다.

이귀전 기자, 세종=안용성 기자 ysah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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