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은 없고 내국인만..여기 게스트하우스 맞나요?

이재철 2015. 8. 2.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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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박비 찜질방수준 저렴..가난한 청년들 장기투숙업주 "메르스 여진 남아 손해지만 빈방 많아서.."
대전이 고향인 H대 학생 한지원 씨(가명·24)는 올 상반기부터 서울 용산구에 있는 게스트하우스에서 일명 '장투객(장기 투숙객)'으로 살고 있다. 대학 기숙사 들어가기가 만만치 않고 학교 인근 원룸을 찾자니 천정부지로 치솟는 월세 보증금이 부담스러웠다. 워낙 저렴한 비용인 데다 외국인 친구들과도 사귈 수 있다는 장점에 지원 씨는 오는 2학기에도 게스트하우스 삶을 계속할 계획이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저비용' 숙소 개념인 게스트하우스가 갈 곳 없는 내국인 청년들을 위한 주거 공간으로 뒤바뀌고 있다. 부담 없는 가격이 청년들의 고단한 현실 수요와 맞물려 있는 데다 메르스 여파로 경기 침체를 겪고 있는 게스트하우스 업주들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장기 투숙하는 내국인 청년이 늘고 있다.

실제로 한씨가 묵고 있는 게스트하우스는 8인실 혼성 도미토리룸(2층 침대 객실) 기준 평일 1박 요금이 9000원에 불과했다. 저렴한 가격에도 개인용 침구와 사물함, 공용 샤워실과 무료 와이파이를 제공하고 지하철 역(이태원역)이 걸어서 5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땅값이 비싸다는 서울에서도 잘만 고르면 최저 8000원으로 게스트하우스에서 하룻밤을 보낼 수 있다. 이는 서울시가 조사한 시내 찜질방 평균 요금(7775원)과 비슷한 수준으로, 7월 말 기준 1박 요금이 1만원 이하인 서울 지역 게스트하우스는 12곳에 이른다. 보증금이 없다는 점도 주머니 사정이 녹록지 않은 청춘들에게 큰 이점이다. 통상 500만~3000만원에 달하는 원룸 보증금은 대다수 20대 청년들이 쉽게 마련하기 어려운 금액이다.

최근 게스트하우스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배준현 씨(27)는 "게스트하우스에서 장기 투숙객을 받는 것은 업소 측과 숙박객 이해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라며 "비성수기에는 외국인 관광객이 많지 않은데 이때 장기 투숙객을 받아 리스크를 줄인다"고 전했다.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여름 성수기에 게스트하우스 업계가 눈물을 머금고 '가격 파괴'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통상 성수기에는 숙박료를 올렸지만 올여름에는 메르스 여파로 외국인 관광객이 사라지면서 고육지책으로 내국인 장기 투숙객을 맞이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 시내 한 게스트하우스 관계자는 "메르스 위협이 절정에 치달았던 7월 중순엔 정말 건물이 텅텅 빌 정도였다"며 "매출이 평소 대비 30%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심지어 내국인 투숙객을 받으면 관광진흥법상 불법에 해당하는 '외국인 전용' 게스트하우스(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조차 공실을 채우기 위해 단기 내국인 투숙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인 전용 게스트하우스는 도시재생활성화계획에 따른 '마을기업'인 곳을 제외하고는 내국인 투숙이 원천적으로 금지돼 있다.

■ <용어 설명>

▷ 게스트하우스 : 여행자용 숙소로 저렴한 요금에 간단한 시설을 갖춘 숙박업소를 말한다. 외국인만 숙박 가능한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과 내외국인 모두 투숙할 수 있는 일반 호스텔 등으로 나뉜다.

[박윤예 기자 /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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