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미국 방문이 남긴 '논란 발언' 3가지

박순봉 기자 2015. 8. 2.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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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김무성 대표(64·사진)가 2일 미국 공식 방문 일정을 마쳤다. 지난달 25일부터 8일간의 공식 일정 동안 김 대표의 행보는 많은 논란을 낳았다. ‘큰절’ ‘과공’ ‘친미’ 논란부터 “중국보단 미국” 등의 발언까지 다양했다. 논란이 됐던 행보와 발언을 3가지로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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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무성(?), 큰절 논란

“여러분 한국의 오랜 관습에는 존경하는 어른들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표시로 큰절을 하는 관습이 있습니다.”

지난달 26일 미국 워싱턴DC 더블트리호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함께 미국을 방문한 김정훈 정책위의장, 김영우 수석대변인, 이군현, 장윤석, 강석호 의원 등을 만찬장 앞에 마련된 발언대로 불러냈다. 워싱턴DC의 보훈용사촌을 찾아 한국전 참전용사와 그 가족, 주미 재향군인회 회원 등과 저녁 식사를 하는 자리였다. 김 대표는 “자리에 계신 참전군인 여러분과 6·25 전쟁 때 돌아가신 미군, 실종돼 아직 돌아오지 못한 미군 분들을 기억하며 한국의 관습대로 큰절을 올리겠습니다”라고 말했다.

키가 180㎝를 훌쩍 넘는 거구의 김 대표가 발언대에 선 9명의 의원들 가운데에 서서 가장 먼저 큰절을 시작했다. 이어서 나머지 8명의 의원들도 좁은 발언대에서 앞뒤로 자리를 잡아 함께 큰절을 했다. 만찬장은 화기애애했다. 래리 키너드 한국전참전용사회장은 “너무 큰 감동을 받았다”며 “같이 갑시다(We go together!)”라고 말했다. 다른 참전용사들도 김 대표 등의 큰 절을 보고 기립박수로 답했다.

지난달 26일(한국시간) 미국 워싱턴DC 더블트리호텔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등 9명의 의원들이 한국전 참전용사 등에게 큰절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대표의 ‘큰절’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한국전 참전용사 등에게 큰절을 한 다음날인 지난달 27일 김 대표는 알링턴 국립묘지를 찾아 월튼 워커 장군 묘소에 큰절을 하고 묘비를 손수건으로 닦았다. 워커 장군은 한국전쟁 당시 미8군 사령관으로 낙동강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다.

김 대표의 ‘큰절’ 소식을 들은 한국에선 미국과 온도가 달랐다.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1883년 민영익을 정사로 하는 사절단이 당시 미국을 방문해 큰절을 했던 상황이 떠오른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당시 사절단은 미국과의 수호통상조약에 따른 답례로 뉴욕에 방문했고, 아서 대통령이 나타나자 큰절을 했다. 누리꾼들과 여의도에선 김무성 대표를 두고 ‘절무성’이라고 불러 별명까지 만들어지기도 했다.

국내에서 ‘과공’ 논란이 나왔지만 김 대표는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내년에 또 절을 하겠다”며 맞받아쳤다. 김 대표는 지난달 30일 뉴욕 플러싱 대동연회장 동포간담회에서 “우리나라를 살려주신 분이 돌아가신 묘에 절 두 번했다고 서울의 언론에서 비판을 많이 하는데, 내년에 가서 나는 또 (절을) 하겠다”며 “돌아가신 어른에게 관습이 큰 절을 두 번 하는 것 아니냐”고 밝혔다.

김 대표는 “진보좌파 세력이 준동하면서 어린 학생들에게 현대사를 부정적 사관에 의해 (해석한) 역사교과서를 가르치고 있다”면서 “참으로 우리나라 미래가 걱정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새누리당은 이런 종북좌파가 우리나라에서 기승을 떨치지 못하도록 열심히 노력했고 나름 성공하고 있다”며 “종북좌파들의 준동을 막는 유일한 방법은 우리 새누리당이 선거에서 계속 이겨서 정권을 재창출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중국보단 미국” 친미 외교 논란

과공 논란 뒤엔 김 대표의 “우리에게는 역시 중국보다는 미국”이라는 발언이 논란이 됐다. 김 대표가 지난달 28일 워싱턴특파원 간담회 때 던진 말이다. 김 대표는 워싱턴에서 “한미는 전면적 관계, 한중은 일부의 관계로 중국과의 경제교류는 한미동맹의 기초에서 가능하다”, “우리에게는 중국보다 미국이다. 한미는 혈맹”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김 대표는 방미 일정 내내 한미 동맹을 강조해왔지만 이번 발언은 문제가 됐다. “친미 외교다” “여당 대표로서 너무 가벼운 발언이다” “외교적으로 부적절하다” 등 비판이 쏟아졌다.

새누리당 내에서까지 “잘못된 발언”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한 새누리당 초선 의원은 “당 대표로서 너무 가벼운 발언이었다. 다음에 중국을 방문했을 때는 ‘미국보다 중국’이라고 말할 것이냐”며 “외교적 입지를 좁히는 잘못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의 가벼운 ‘말말말’

앞서 김 대표가 미국 군수업체인 록히드 마틴사 관계자에게 “F-22기 전투기를 얼마든지 사겠다”고 한 발언도 논란이 됐다. 국방부와 사전 협의 없이 전투기 구매를 공개 석상에서 밝혀 국방부가 해명하는 일까지 생긴 것이다.

김 대표는 지난달 26일 래리 호건 미 메릴랜드 주지사와 만났다. 이 자리에는 록히드 마틴사 관계자도 배석했다. 록히드 마틴사는 메릴랜드주에 있다. 김 대표는 이 관계자에게 “우리에게 F-22기를 팔면 우리가 얼마든지 사겠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국방부는 “F-22 구매 계획이 없다”며 김 대표 발언을 뒤집었다. 국방부는 브리핑에서 “우리는 미국으로부터 F-22를 구매할 계획이 없다”며 “여당에서 한 얘기를 군이 (자세히) 언급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김 대표의 F-22 발언이 정부와 사전 조율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김 대표의 ‘가벼운 발언’이 비판받기도 했다.

이외에도 김 대표의 방미 중 발언은 여러번 논란이 됐다. 김 대표는 호텔 건축 규제를 완화하는 관광진흥법 개정안이 통과 안 된 것을 두고 “중국 관광객이 그렇게 많이 한국을 찾아도 서울에 잘 데가 없어 경기도까지 가서 자는 형편이고, 잠자고 밥만 먹는 호텔인데도 서울에 짓는 것을 야당이 반대한다“고 말했다. 뉴욕 컬럼비아대 강연에서는 “경직된 한국 노동시장 때문에 청년 일자리 창출이 힘들다. 저와 새누리당은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를 위한 개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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