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가 후려치고 일감 줬다 뺏는 '대기업 甲질' 여전

정순우 2015. 8. 2.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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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과 거래 中企 울상..하계투쟁 앞둔 차 부품업계도 비상

스마트폰 부품을 만들어 대기업에 납품하는 A사는 지난해 200억원 수준이던 매출이 올해는 절반 이하로 쪼그라들 것으로 보여 요즘 우울하다. 대기업이 해당 제품을 자체 생산하기 시작한 탓이다. 이 회사 대표는 “최근 몇년간 대기업 물량이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우리 생산능력을 키웠는데 갑자기 물량을 끊어버렸다”며 “구멍 난 실적을 메우기 위한 선택이겠지만 납품업체 입장에서는 수십 명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고 말했다.

국내 대기업과 거래하는 중소기업들도 가뜩이나 어려운 경기상황에서 대기업의 늘어나는 ‘갑질’에 이중고를 겪고 있다. 최근들어 급증하는 대기업 횡포는 이른바 ‘내재화’이다. 회사가 성장하는 시기에는 비핵심 공정을 외주로 맡겼지만 매출이 정체 또는 감소 국면에 접어들자 반대로 협력사 일감을 가져와 대기업 매출에 더하는 행태이다. 부품기업 B사는 삼성전자의 내재화로 800억원대였던 매출이 지난해 200억원대로 쪼그라들었다.

정상적인 산업환경이라면 중소기업의 핵심역량을 대기업이 하루아침에 모방하기란 불가능하지만 수직적인 대·중소기업 관계에서는 대기업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중소 협력사 입장에서는 하루아침에 문을 닫아야 할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한동안 잠잠하던 단가 후려치기(CR·Cost Reduction)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대기업 1차 협력사인 C사는 최근 분기 단위로 단가인하를 요구받고 있다. 가뜩이나 스마트폰 관련 물량이 줄어드는 판국에 단가까지 떨어지자 C사는 이달 초 생산직의 10%를 정리했다. 이 회사 대표는 “2년전 원청업체 요청으로 설비를 증설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설비를 줄이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며 “그 와중에 동일 제품의 납품가격이 2년 전에 비해 30% 떨어졌다”고 말했다. 경남 창원에 위치한 차량용 플라스틱 부품을 만드는 D사는 올해 들어 가동률이 지난해에 비해 20% 가량 떨어졌는데 3월에는 원청업체 요구로 5% 수준의 단가인하까지 단행했다. 충북 소재 한 2차 협력사 대표는 “매년 단가삭감을 하는 바람에 사실상 마진이 없어진 상황”이라며 “대기업이 한번 더 요구하면 차라리 납품을 포기할 생각”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자동차 부품업계의 걱정은 지금부터다. 8월초 휴가가 끝나면 임금단체협상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른바 ‘하투(夏鬪)’ 시즌이 본격화하는 것이다. 예년처럼 노조와 사측이 대립하는 기간동안 물량 공백이 생기면 올해 같은 상황에선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는 게 회사 측 입장이다. 한 협력사 대표는 “물량 공백을 버티려면 상반기에라도 최대한 매출을 많이 올려뒀어야 하는데 올해는 실적이 신통치 않았다”며 “매출 다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영세한 기업 여건상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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