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은 극소수 부자들의 錢의 전쟁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2015. 8. 2.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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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이 갈수록 극소수 부자들의 기부금에 의존하고 있다. 이른바 슈퍼팩(Super PAC: 특별 정치활동위원회)이라는 정치자금 모금 단체를 통해 무제한 선거자금을 거두는 것이 불법이 아니라는 2010년 대법원 판결이 나온 이후 생긴 현상이다. 올해 상반기 슈퍼팩 모금액의 절반은 1인당 10만 달러(약 1억1722만원) 이상을 내놓은 ‘슈퍼 리치’ 300여명의 ‘빅머니’로 채워졌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은 “(슈퍼팩 자금은) 본질적으로 정치 뇌물”이라며 “미국의 정치가 과두제(소수지배)로 변질됐다”고 비판했다.

◇민주·공화 가릴 것 없이 억만장자들의 돈 잔치=미국 언론들은 미 연방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자료를 토대로 대선 주자들의 슈퍼팩 모금액을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허핑턴 포스트의 분석에 따르면 슈퍼팩 모금액은 4년 전에 비해 12배 가까이 폭증했다. 2011년 1~6월 슈퍼팩 모금액은 2638만 달러(약 309억원)로 당시 대선자금 전체에서 4.2%에 불과했다. 그러나 올해 같은 기간 슈퍼팩 모금액은 3억1368만 달러(3677억원)로 신고됐다. 비중도 전체 정치자금의 32.9%로 불어났다. 뉴욕타임스는 상위 기부자 300여명이 낸 돈을 합치면 슈퍼팩 전체 모금액의 절반에 해당한다고 분석했다.

대선 주자들이 난립한 공화당은 소수 부자들의 기부금에 의존하는 현상이 심했다.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슈퍼팩을 통해 1600만 달러(약 188억원)를 모았는데 이중 1250만 달러(약 147억원)는 사업가 등 4명의 돈이다. 스콧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의 슈퍼팩 모금액 2000만 달러(약 234억원) 가운데 1350만 달러(약 158억원)도 월가 투자자 등 4명의 기부금이다.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의 슈퍼팩 모금액 3700만 달러(약 434억원) 중 대부분은 3명의 후원금으로 채워졌다.

공화당의 유력 주자로 꼽히는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거액 기부자들도 많았다. 그는 슈퍼팩을 통해 1억300만 달러(약 1524억원)를 걷었는데 이중 10만 달러 이상을 낸 거액기부자가 300명이 넘었고, 100만 달러(약 11억7200만원) 이상을 쾌척한 억만장자들은 24명이었다.

민주당의 선두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슈퍼팩인 ‘프라이어리티 유에스에이’를 통해 1500만 달러(약 176억원)를 모금했다고 신고했는데, 이중 9명으로부터 100만 달러씩을 받았다.

◇“슈퍼팩 자금은 뇌물, 미국 정치 후퇴”=지미 카터 전 미국대통령은 한 라디오 방송에 나와 “(슈퍼팩 자금은) 사실상 대선 후보나 당선자에게 건네는 정치뇌물”이라며 “위대한 미국 정치가 과두정치로 변질됐다”고 개탄했다.

선거자금 개혁촉구단체인 ‘민주주의21’의 프레드 워다이머 회장은 “부패방지를 위해 후보별 기부금 모집을 제한해야 한다는 유권자들의 요구를 무시하는 행태”라며 “슈퍼팩이 본질적으로 부패시스템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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