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리포트] 페랭과 함께 하는 중국에 공한증은 없다

2015. 8. 2.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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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우한(중국), 김형민 기자] 한때 그라운드 위에서 한국만 만나면 중국이 벌벌 떨던 시절이 있었다. 32년동안 27경기에서 이어지던 무패행진은 한국에게는 자신감으로, 중국에게는 열등감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우리는 이 현상을 '공한증'이라고 불렀다.

공한증이라는 말은 사실 우리가 붙인 말은 아니었다. 당시 중국 매체들이 사용했던 단어를 한국 언론에 옮겨 쓰이면서 만들어진 말이다. 스스로 공한증이라 붙였던 중국이지만 이제는 다르다. 지금의 알랭 페랭 감독과 함께 하는 중국에게는 공한증 같은 심리적인 압박은 찾아볼 수 없다.

세월이 변하고 강산도 변하니 중국 축구도 바뀌기 시작했다. 한국과의 전적은 이미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고 이번 경기에서는 우리가 이겨야 하는 차례가 왔다. 한국은 지난 2010년 2월에 일본에서 벌어졌던 동아시안컵 경기에서 중국에 0-3으로 패해 상대 무패행진 기록을 끝내야 했다. 이후 5년동안 중국에 승리가 없다. 서로 마주칠 일이 없었던 한국과 중국은 2013년 한국에서 열린 동아시안컵에서 0-0 무승부를 기록했을 뿐이다.

그래서 그런지 중국 선수들에게는 이전에 한국전에 임하는 비장한 표정은 찾기 힘들다. 중국 언론들도 이제는 공한증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다. 지난해부터 지휘봉을 잡은 페랭 감독의 영향도 있다. 페랭 감독은 중국을 이끌자마자 지난 1월 아시안컵 8강 진출을 도우면서 이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줬다. 또한 그가 기자회견마다 던지는 말들은 중국이 한국과 충분히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전해주고 있다.

1일 아침에 나온 중국 신문 '초천금보' 등 여러 중국 매체들은 페랭 감독의 말을 기사 헤드로 뽑았다. 이날 지면에 나온 기사의 주요내용은 "페랭의 팀은 한국을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내용을 조금 더 살펴보면 "중국은 한국과 실력이 대등하다고 보고 있으며 페랭 감독은 '우리는 한국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실력이 비슷해서 이길 확률은 50% 정도'라고 밝혔다"고 한다.

5년 전의 상황과 비교하면 중국이 한국에 이길 예상 확률을 50%로 본 것은 높게 잡은 편이다. 또한 도전자의 입장도 바뀌었다. 이번에는 한국이 중국을 상대로 '도전'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기자회견 내용이 그랬다. 슈틸리케 감독은 "중국은 우승후보"라고 평가하면서 "우리는 이에 맞서 도전하러왔고 충분히 중국과의 경기에 맞설 준비가 되어 있다"고 1차전에 임하는 각오를 전했다.

이러한 슈틸리케 감독이 말한 내용은 여러가지로 해석이 가능했다. 지금 현재의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했다. 중국은 최근 중국 슈퍼리그 등 축구에 대한 막강한 투자를 바탕으로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고 이번 동아시안컵에서도 주축 선수들이 모두 포함돼 베스트 전력으로 나섰다. 반면 한국은 주로 젊은 선수들을 위주로 팀을 꾸려 우승보다는 사실 경험에 중점을 둔 모습을 보인 차이가 있다. 여러 정황상 이번에는 한국이 중국을 상대로 도전자의 입장이라는 생각이 바탕에 깔려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로는 중국을 우승후보로 칭하면서 부담감을 주기 위한 심리전의 가능성도 있었다. 이번 대회에서 4팀의 분위기가 다르다. 한국과 일본이 경험을 쌓는 것에 목적을 뒀다면 중국과 북한은 우승이라는 결과를 노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승후보로 베스트 멤버로 나서는 중국이 승리에 대한 압박감을 가질 만한 분위기가 일부에서는 만들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이 한국에게 패한다면 좋은 선수들을 데리고도 젊은 한국을 이기지 못했다는 책임에 대한 비난을 페랭 감독은 받을 수 밖에 없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2일 중국 우한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중국과 동아시안컵 1차전을 갖는다. 중국이 성장하면서 이전의 한중전과는 다른 분위기를 보이고 있어 결과에 대한 관심은 매우 높다. 슈틸리케 감독은 어제 선수들을 불러 미팅을 하면서 "쉬운 패스를 실수하지 말자"고 말했다고 한다. 패스를 잘 이어가면서 중국이 공격할 기회를 주지 말자는 내용이었다. 이는 중국의 홈 이점을 약화시킬 수 있는 좋은 방법도 되며 한국이 가장 편하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과연 여자대표팀이 개최국 중국을 잡았듯이 남자대표팀도 만리장성을 보기 좋게 넘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khm193@xportsnews.com/사진=중국 신문 '초천금보' 지면, 슈틸리케와 페랭 감독 ⓒ AFPBBNews=news1, 엑스포츠뉴스 김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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