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현실' 부모에게 또 버려진 장성 동자승들

배동민 2015. 8. 2.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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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 딸에 몹쓸짓 '동자승들의 아버지' 구속대부분 친부모 "데려가 키울 수 없다" 거절

【장성=뉴시스】배동민 기자 = 친부모에게 버려져 한 사찰의 스님에게 입양돼 동자승이 된 아이들이 또 다시 부모에게 버려질 처지에 놓였다.

2일 전남 장성군에 따르면 22명의 동자승을 보살피며 '동자승들의 아버지'라 불렸던 전남 한 사찰의 승려 A(62)씨가 경찰에 구속된 것은 지난달 21일.

A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사찰에서 동자승 B양에게 수년간 몹쓸짓을 한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로 구속돼 수감 중이다.

한때 TV까지 출연, 유명세를 타며 각계각층의 후원금을 받아왔던 A씨의 맨얼굴이 경찰 수사로 드러났지만 동자승들의 비극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현재 동자승들의 법적 친권자는 A씨.

지난 1995년부터 미혼모의 아이나 부모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데려다 키웠던 A씨는 2008년 무허가 아동보호시설이라는 이유로 해산명령을 받게 되자, 이후 아이들을 입양해 지자체의 관리·감독과 법망을 피해왔다.

입양한 딸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A씨는 B양에 대한 친권을 상실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자녀들의 경우 친권상실선고를 청구할 수 없지만 검사가 이를 법원에 청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B양 이외에 A씨가 입양한 동자승 21명(남자 19·여자 2)에 대한 친권도 마찬가지다. A씨의 친권이 상실될 경우 아이들은 원래 친부모에게 돌아가거나 다른 보육시설에 보내져 생활하게 된다.

그러나 친부모에게 다시 돌아갈 아이들은 3명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장성군이 전화를 걸어 A씨의 만행을 설명한 뒤 '아이를 데려갈 의사'를 물었지만 3명 이외에 나머지 동자승 19명의 부모들은 아예 연락이 되지 않거나 '키울 능력이 안 된다'며 거부했기 때문이다.

부모들은 대부분 경제적 어려움이나 재혼, 건강상의 이유로 자녀들을 데려갈 수 없다고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A씨에게 '친권 포기 각서'까지 쓴 부모들도 있었다.

군 한 관계자는 "처음 연락했을 때 6~7명의 부모가 다시 데려가 키우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이후 연락이 끊기면서 3명까지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19명의 동자승들은 친부모에게 두 번이나 버림받는 잔인한 현실에 놓이게 됐다.

더욱이 구속된 A씨가 "아이들을 파양(입양 파기)하거나 친권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친권을 놓고 '친부모 없는' 법적공방이 벌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장성군은 법률 자문을 통해 아이들에 대한 A씨의 친권을 취소할 수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 A씨가 구속된 사실을 모르는 아이들이 정신적인 충격을 덜 받을 수 있도록, 최대한 빠른 시일 내 이 문제를 해결할 방침이다.

군 관계자는 "아이들이 생활해온 사찰은 A씨 소유의 개인 사유지이기 때문에 지자체가 관리 운영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아이들이 갈 수 있는 보육시설이나 복지시설을 알아보는 게 가장 현실적인 방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A씨가 구속 수감되면서 장성군은 현재 22명의 아이들을 인근 체험활동 시설에서 임시 보호 조치하고 있다. 교육청과 지자체 공무원 7~9명이 '방학 캠프'라는 이름으로 아이들과 생활하고 있다.

gugg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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