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취록으로 본 국정원 임 과장의 죽음..野 "의혹 남아"

CBS노컷뉴스 박초롱 기자 입력 2015. 8. 2. 04:00 수정 2015. 8. 2.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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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의원실 입수 녹취록 보니..경찰 배제·발견상황 불명확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의원이 31일 국회 정론관에서 국정원 임모 시 사건 관련 7대 의혹과 경찰입장에 대한 반박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국정원 해킹 의혹 사건에 대한 진상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새정치민주연합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국정원 과장 임모 씨의 죽음이 해킹 사건의 '실마리'라고 주장하고 있다.

새정치연합 정청래 의원실에서 입수한 임 씨의 실종 당시 소방·경찰과 임씨 부인의 신고 통화내역이 담긴 녹취록을 보면, 시신을 발견할 때까지의 과정 곳곳에는 잘 이해가 가지 않는 지점들이 드러난다.

◇ 왜 임 과장의 부인은 112 신고를 취소했을까?…실종 사건 수색과정서 경찰 배제

녹취록에 따르면, 임 씨의 부인 A씨는 지난달 18일 오전 10시 4분쯤 경기도재난안전본부 재난종합지휘센터에 처음으로 신고전화를 건다.

다음은 첫 신고 당시 녹취록의 내용이다.

녹취록 中
신고자: 네 119죠.
직원: 네 맞습니다.
신고자: 네 저희 남편(임 씨)이 오늘 회사에서 안좋은 일이 한동안 안좋은 일이 있었는데요
직원: 예
신고자: 오늘 새벽에 회사에 출근한다고 나갔는데
직원: 예
신고자: 지금 회사에 출근도 안했고 또 연락이 안되고 회사에서도 연락이 안된다고

A씨는 임 씨가 오전 5시~5시 30분쯤 집을 나선지 불과 4시간쯤 지나 비교적 빨리 실종신고까지 했다. 대화내용을 보면 A씨가 '회사', 즉 국정원과 연락을 취한 뒤 신고를 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A씨가 실종신고를 했다가 약 30분만에 돌연 취소하고, 이후 경찰이 아니라 실종사건 수사 권한이 없는 소방관과 계속 접촉한 점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수색을 하던 중 구급대원이 "선생님, 제가 112에 전화하라고 했잖아요", "선생님은 제게 위치추적 접수를 하고 경찰에 실종신고를 하는 거에요"라며 경찰 실종신고 접수를 두 번이나 권고했지만 A씨는 결국 신고를 취소했다.

다음은 첫 신고 뒤 27분만에 경찰과 A씨가 통화한 내용이다

경찰과 A시의 통화 내용 中
신고자: 네 아까 실종신고했던 사람인데요
경찰: 네네네네
신고자: 그거를 그냥 우선 보류 좀 해보고 제가 남편이 갈만한 데를 한번 가보려고요
경찰: 남편이 가실만한 데를 가신다고요
신고자: 네 우선 취소해주세요

이 통화 후 A씨는 또다시 전화를 걸어 신고취소 접수가 안된것 같다며 재차 취소를 요청했다. 그러다가 오전 11시 51분쯤 다시 신고를 하겠다며 112에 실종신고를 했다.

하지만 2차 취소 요청 이후 순찰차가 본부 상황실에 현장종결 보고를 올린지 약 10분만에, 또 재차 112에 실종신고를 한지 4분여만에 소방관에 의해 임 씨는 빨간 마티즈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소방관이 사건 현장을 발견한지 32분이 지나서야 사건현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실종신고부터 임씨가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될 때까지, 사실상 경찰은 배제된 것이다.

정청래 의원은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에서 "왜 119소방서에 신고한 것은 취소하지 않았나"라면서 "실종신고는 경찰만 관여할 수 있고 수색도 경찰이 담당해야 한다"고 전반적인 의혹을 제기했다.

임 씨의 실종 이유를 짐작하는 A씨의 말도 조금씩 달라진다.

당일 오전 10시 25분, 경찰신고 후 A씨와 함께 있던 경찰은 본부 상황실과의 통화에서 "남편분이 최근 업무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전 11시 24분쯤 소방관이 용인소방서 상황실과 주고받은 전화통화에서는 "집에서 싸우고 나갔대요. 싸우고 집을 나갔는데 연락두절이 된 상태에요"라고 또다른 이유를 설명했다.

남편의 실종으로 정신이 없는 상태에서 두서없이 말했을 가능성도 있으나, 실종수사에 중요한 단서가 될 수도 있는 실종 직전 상황에 대해서 왜 말이 조금씩 달라졌는지는 의문으로 남아있다.

◇ 중요한 순간마다 '거미줄치기'…시신 발견 당시 시각만 '초' 기록안해

소방당국이 제공한 신고부터 수색까지 무전내용을 담은 119녹취록에는 임 씨의 빨간색 마티즈가 발견된 뒤 중요한 순간마다 '거미줄 치기'라는 무전내용만 담겨있다.

'거미줄치기'란 무전이 아닌 유선이나 휴대전화로 소통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음은 현장에 있던 소방관과 본부의 무전대화 내용이다

무전내용 中
이동급차: 어디 등산로 입구인지
이동급차: 거미줄 나갈게요

이동급차: 사팔지로 피비(경찰) 좀 보내주세요
백우(소방본부): 이동급차 현재 어디 있는지

백우: 현재 상황이 있는건지
이동급차: 거미줄 나갈게요

백우: 현재 어떤 상황인건지
이동급차: 거미줄 나갈께요

결국 소방당국이 제공한 녹취록에는 임 씨가 시신으로 발견된 직후의 정확한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특히 시신을 발견했다는 내용조차도 없었다.

모든 통신수단을 총동원해야 하는 순간에 무전은 사용하지 않았고, 경찰이 도착해 현장을 확인할 때까지 30여분이 흘렀다.

경찰은 이에 대해 "난청지역이어서 휴대폰으로 소통하기 위해서였다"고 해명했지만 정 의원은 "당일 오후 12시 2분쯤 소방무전 내역 녹취록에는 '현재 이쪽 지역이 전화가 잘 안 터지는 지역이에요'라는 내용이 있었다"면서 "오히려 무전기를 사용해야 하는 지역"이란 반론을 폈다.

시신 발견 당시의 시간만 정확한 분·초가 기록돼 있지 않고 '경'으로 표시돼 있다는 점도 의혹을 부추기고 있다.

경기도 재난안전본부가 정리한 시간대별 수색경과 및 사건개요를 보면 '요 구조자(임 씨)발견시간은 다른 상황과 같은 형식으로 '11시 55경'으로 기록돼 있다. 그런데 시, 분 뿐 아니라 초까지 모두 기록된 또다른 수색현황 시간대별 정리 자료에는 유독 발견시간만 11시 55분으로 초가 기록돼 있지 않았다.

정확히 11시 55분 00초였는지 아니면 11시 55분경인지, 왜 다른 상황과 기록 방식이 다른지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다.

[CBS노컷뉴스 박초롱 기자] warmheartedc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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