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래머'의 뜻, 사실은 문법 잘하는 여자?

김종성 입력 2015. 8. 1.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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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일상속 영어단어에 얽힌 유래를 풀어 쓴 <이야기 인문학>

[오마이뉴스 김종성 기자]

 <이야기 인문학> 책 표지.
ⓒ 김영사
인간의 사상이나 역사, 문화를 대상으로 하는 학문인 인문학(人文學, humanities)은 이외에도 철학, 예술, 고고학 등  범위가 무척 넓은 영역이다. 퍽퍽한 삶에 윤기를 발라주고 더불어 인간 정신을 고양시키는 지식, 교양 같은 것이겠다.
미국 국회법엔 특이하게 언어(language)·언어학(linguistics)도 인문학의 범위에 들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쓰는 단어들을 깊이 아는 것에서 인문학의 기초가 시작된다는 의미겠다. 

<이야기 인문학>의 저자도 인간의 삶과 예술과 문학의 원천이 언어에 스며있으며, 언어를 공부한다는 것이 곧 인문학을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외국에서의 유학생활 경험을 바탕으로 여러 언어를 공부하다 보니 언어를 공부하는 것이 곧 인문학을 공부한다는 것이란 걸 깨달았단다. 

그래서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이는 영어 단어들의 유래를 풀어내어,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인문학 책을 쓰게 되었다. 단어 하나하나에 얽힌 이야기로 흥미롭게, 재미있게, 만만하게 인문학을 배우게 하는 책이다. 

단어의 유래를 통해 쉽게 다가가는 인문학

우리가 무심코 쓰는 영어 단어에 남녀와 가족 간의 사랑·배신·갈등, 전쟁의 잔인함과 영웅들의 발자취, 예술과 문학의 원천이 숨어있기 때문에 단어 공부야말로 더없이 재미있는 사람공부다. 그래서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쓰는 영어 단어들의 유래를 풀어보니,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인문학 책이 되었다. (본문 가운데) 

이 책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쓰는 영어 단어들의 유래를 밝히면서 그에 얽힌 인문학적 지식들을 차근차근 풀어나간다. 서양의 추수감사절 음식을 대표하는 칠면조 요리의 칠면조는 영어로 터키, 나라 이름 터키와 같다. 둘이 무슨 상관이 있는 걸까. 칠면조가 터키가 된 내력에는 대항해 시대 패권 경쟁을 배경으로 아프리카와 유럽, 아메리카 대륙을 오간 음식 재료와 사람의 이동이 깔려 있다.

솔직하다는 뜻인 'frank'의 어원에 담긴 용맹하고 한 많았던 도끼민족 프랑스 이야기. 서양 사람들은 과거 서로 공격을 일삼는 잔인한 사회에서 살아남으려고 '매너(manner)'라는 것을 만들었다 등 평범해 보이는 단어 속에 생각지도 못했던 이야기가 비엔나 소세지처럼 줄줄이 달려있다.

우리의 삶과 동떨어진 저 너머의 이야기들이 아니라, 길을 걷을 때 보이는 간판, 인터넷, 잡지, 책, 대화 속에서 흔히 마주하는 단어들 속에서 인문학적 가치들을 발견해낸다. 몸매가 섹시한 여성을 일컬어 흔히 쓰는 글래머는 '문법 잘하는 여자', 럭셔리는 '바람난 남자', 프리티는 '속물', 로맨스는 '로마답다' 등 단어 하나하나에 숨은 재미있는 반전도 책장을 술술 넘기게 한다.

단어의 유래를 살피다보면, 맹수들로부터 가족을 보호하려던 원시인들의 고민부터, 기원전에 이미 문명의 꽃을 피웠던 고대 인도와 페르시아인들의 잡담, 태평양을 누비던 고래잡이들의 모험담, '로봇(robot)'이란 단어와 체코의 가슴 아픈 역사 그리고 남태평양 외진 섬 왕들의 삶의 모습까지 모두 만날 수 있다. 그것은 결국 인문학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무심코 썼던 단어들이 달리 보이면서 세상을 좀 더 깊고 남다르게 볼 줄 아는 지혜 또한 얻을 수 있겠구다 싶다.

인문학은 학문이나 과목이 아니다

세상은 또 말한다. 인문학을 배워라. 그러면 상상력과 창의성이 생겨서 일을 잘할 수 있다. 그러니 인문학도 학습해야 하는 과목인가 보다, 이렇게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는 인문학도 과목으로 만드는 놀라운 능력을 발휘했다. (본문 가운데)

인문학도 교과 과목으로 인식하게 된 시대. 학생들은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등을 통째로 외우고 익힌다. 안타깝게도 또 하나의 암기 공부가 돼버렸다. 덕택에 많은 사람들이 인문학을 멀리하고 어려워하게 됐다는 것이 저자의 진단이다. 그래서 그는 "인문학은 학문이나 과목이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일상속의 쉬운 단어 속에 숨겨진 어원과 이야기를 풀어 헤치면서, 자연스레 삶 속에 스며드는 인문학을 만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간단히 말해 인문학은 사람 사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주인공이 옛날 사람이니까 멀게 느껴지는 거지, 그리스 신화의 오디세우스도 엄마가 잠자리에서 읽어주는 옛날이야기라고 보면 된다. 저자는 친구에게 수다 떨듯 6000년 전 유럽의 어느 작은 마을에서 벌어진 일부터 우리가 살고 있는 바로 이 순간에 일어나고 있는 일까지, 시간과 공간을 가로지르며 종횡무진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펼쳐 보인다.

자칫 지루한 학습 혹은 학문이 되기 쉬운 인문학에 호기심으로 다가갈 수 있겠다. 해외에 오랬동안 살았던 친구가 신기해 하던 것들을 들려주는 것 같다. 평소 인문학에 관심 있지만 딱딱하고 어렵게 느껴져 다가갈 엄두가 나지 않았던 사람들을 위한 인문학 입문서라 할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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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야기 인문학>(조승연 글 / 김영사 펴냄 / 2013.10 /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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