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대낮 알몸 질주 남자, 어떤 사연이?

정용인 기자 2015. 8. 1.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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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달린다. 나를 압박하는 모든 것, 세상의 잔재를 벗어던지고 달린다. 그저 자유로운 영혼이 되고 싶었다. 나는 오늘도 달린다.” 한 누리꾼의 감상평이다. 거의 한 편의 시다.

SNS와 인터넷 게시판에서 화제를 모은 전주 알몸 질주 남자 사진. / 개드립

7월 30일 오후 늦게 포스팅된 사진에 대한 반응이다. 전라(全裸)의 남성이 거리를 질주하고 있다. 경찰이 뒤를 쫓는다. 사진은 여러 장으로 구성돼 있는데, 자동차 안에서 바깥 상황을 찍은 것으로 보이는 마지막 사진을 보면 이 남성은 경찰에 잡혔다. 이 코너에서는 이전에도 비슷한 상황에 대해 다룬 적이 있다. 이른바 ‘서울 터미네이터’라는 별명이 붙었던, 서울 상수동에 출현했던 벌거벗은 남자 이야기다. 2012년이다.(1001호 ‘언더그라운드.넷’ 참조) 이번에도 ‘터미네이터’라는 별명이 붙었다. 영화 터미네이터 시리즈에서 미래에서 과거로 시간여행을 온 주인공들이 나신을 드러낸 채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2012년 상수동에 출현한 남자에 대한 감상평에는 안 나왔던 반응이 있다. “기형종의 출현이군.” 그 뒤 한국에서도 빅히트한 애니메이션 <진격의 거인> 시리즈의 영향이다.

그나저나 이번 사진은 어떤 사연이 있었던 건가. 이번에는 목격자도 많다. 사진 속에는 거리 간판도 찍혀 있다. 전북 전주 덕진구 기린대로에서 발생한 사건이다. 일부 SNS에는 7월 30일 늦은 오후에 실시간으로 벌어진 사건이라고 했지만, 확인 결과 실제 사건은 하루 전인 29일 오후 6시께 벌어졌다.

“기록에는 부모님에게 인계한 것으로 돼 있네요. 병이 있는 환자라서….” 이 남자를 거리에서 연행한 전주 덕진경찰서 당직자의 말이다. 정신지체 장애를 가진 청년이었다는 것이다. 전화 건 김에 평상시 궁금한 것도 물어봤다. 만약 보통 사람이 ‘스트리킹’을 한다면 적용되는 혐의나 형량은 어떻게 되는 걸까. 관련 법 조항은 경범죄상 과다노출이나 형법상 공연음란죄다. 과거 판례를 보면 ‘단순히 다른 사람에게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감을 주는’ 것이 과다노출이고, ‘일반인의 성욕을 자극해 성적 흥분을 유발하고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치는’ 경우가 공연음란죄에 해당한다. 경범죄는 즉심에 넘겨져 통상 1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지만, 공연음란죄는 형량이 세다. 1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보통 경계는 불명확하지만 이 경우는 딱 떨어진다. 땡볕이 내리쬐는 여름 대낮에서 스트리킹하는 남성을 보고 ‘성욕이 자극된다든가 성적 수치심을 해치는 경우는’ 별로 없을 테니. 다시 말해 경범죄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다. 계속되는 경찰 관계자의 말. “일반 사람들이야 의도를 가진 경우지만, 이 경우는 환자에 해당해 법 적용 대상이 아닌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과거에도 이런 사례가 많았을까. 외국의 경우 경기장에 옷을 벗고 난입하는 것이 하나의 유행처럼 돼 있기도 한데. “이례적인 사건이긴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처음 접해보는 사건이네요.”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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