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세 소년 감독 프라이어, 레논 감독에게 굴욕주다

김태석 입력 2015. 8. 1. 15:19 수정 2015. 8. 1.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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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

셀틱 사령탑 시절 기성용과 차두리를 지도해 한국 축구팬들에게도 낯익은 닐 레논 볼튼 원더러스 감독이 생각지도 못한 굴욕을 당했다. 6부리그 팀과 친선 경기에서 무승부를 거둔 것도 속쓰린데, 상대팀 감독이 고작 11세 소년이었다는 점에서 무척 창피할 것같다.

잉글랜드 챔피언십 디비전에 속한 볼튼은 지난 7월 29일 왓튼 캘러머그 파크에서 2014-2015시즌 잉글랜드 컨퍼런스 노스에서 2위를 차지한 AFC 필드와 친선전에서 1-1로 비겼다. 필드가 볼튼을 상대로 비긴 것도 놀라운데, 이때 필드를 지휘한 인물이 불과 11세 소년이었다는 점에서 영국 내에서 크게 화제가 되는 분위기다.

주인공은 다니엘 플라이어, 필드에서 볼보이로 뛰고 있는 11세 소년이다. 이 소년이 어떻게 갑자기 필드의 지휘봉을 잡을 수 있었을까? 사실상 아마추어인 필드는 현재 공석인 감독직을 놓고 팬 대상 이벤트를 실시했다. 일일 감독직을 경매에 걸어 선수들을 지휘할 기회를 주는 행사였다. 프리시즌 매치인 만큼 결과에 크게 구애받지 않기 때문에 시행한 이벤트였는데, 바로 이 이벤트의 주인공이 플라이어였다.

플라이어는 본래 필드의 지휘봉을 잡을 수 없는 처지였다. 본래 폴 커크햄이라는 인물이 일일 감독직 당첨자였다. 커크햄은 "나는 필드의 열혈 서포터인 만큼 레논의 볼튼과 싸울 수 있는 좋은 기회라 경매에 임했다"라며 들뜬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하지만 생업 때문에 이 행사에 참여할 수 없었다. 이때 고심하던 커크햄에게 평소 친분있던 플라이어의 부모가 자신의 아들에게 감독직을 부여하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커크햄은 묘안이라고 생각했다. 커크햄은 "플라이어가 날 대신할 최고의 후보라고 생각했다. 나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11세 소년에게 지휘봉을 넘긴 배경을 설명했다.

플라이어는 제대로 감독 대접을 받았다. 지난 7월 27일 일일 감독 취임식을 가졌으며, 경기가 벌어진 29일에는 감독을 뜻하는 'BOSS'라는 글귀가 새겨진 트레이닝 셔츠를 입고 경기 전 팀 미팅, 하프타임 미팅, 경기 후 미팅, 기자회견 등 모든 일정을 소화한 것이다. 플라이어는 "선수들이 경기 전에 보이던 자신감을 유지시킬 수 있다고 확신했다. 만약 기대에 못 미치면 하프타임 때 이를 바로잡기 위해 내 뜻을 전달했다"라고 자신의 감독직 수행에 대해 설명했다.

다분히 이벤트성이 짙은 하루를 보냈지만 플라이어에게는 잊지 못할 하루가 된 듯하다. 플라이어는 "경기를 마치고 크나큰 영감을 받았다. 축구 선수가 되고 싶다. 예전보다 그 열망이 더 커졌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11세 소년에게 일일 감독 지휘봉을 맡긴 필드 역시 하부리그 클럽은 생각지도 못할 전국구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레논 감독과 볼튼 선수를 제외하면 모두가 행복한 순간을 만끽한 것이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사진=BBC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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