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 정치 신인 끼어들지마

윤호우 선임기자 2015. 8. 1.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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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혁신’ 내세우면서 정작 정치신인에게 불리한 ‘규제’는 그대로 유지

새정치민주연합의 조유진 보좌관(박영선 의원실)은 7월 27일 페이스북을 통해 오픈 프라이머리에 반대하는 문재인 대표에게 토론을 제안했다. 여기에는 문 대표가 오픈 프라이머리에 반대한 이유 중 하나로 꼽힌 정치 신인의 진입장벽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 있다.

‘완전국민경선제’를 의미하는 오픈 프라이머리는 인지도가 높은 현역 의원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고 정치 신인들에게는 절대적으로 불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 보좌관은 페이스북 글을 통해 ‘오픈 프라이머리가 신인의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문에 대해 “그렇지 않다”며 “이미 현행 선거법상 신입들은 진입 자체가 봉쇄돼 있다”고 지적했다.

오픈 프라이머리 유·불리 논란새정치민주연합의 기존 공천 룰보다 오픈 프라이머리의 한 방식인 톱 투(Top Two) 오픈 프라이머리가 정치 신인에게 유리하다는 것이 조 보좌관의 설명이다. 톱 투 오픈 프라이머리는 예비선거에서 소속 정당과 무관하게 후보 2명을 선출하는 오픈 프라이머리로, 현역 의원 외에 같은 정당 또는 다른 정당의 정치 신인이 2위로 본선(총선)에 올라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조 보좌관은 “필요하다면 오픈 프라이머리에서 신인에게 일정한 메리트를 주거나 현역 정치인에게 일정한 불이익을 주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썼다.

새정치민주연합의 국회의원 후보 공천 룰은 혁신위원회에서 새롭게 마련될 가능성이 높다. 문 대표나 혁신위에서 오픈 프라이머리를 반대하고 나선 만큼 기존의 국민참여경선 방식이 새 룰에 가장 가까운 모델이 될 수 있다. 국민참여경선은 권리당원 50%, 권리당원이 아닌 유권자의 여론조사 50%로 이뤄진다.

지난 4월 재·보선에서 새정치연합은 이 룰로 국회의원 후보를 뽑았다. 이때 권리당원 확보가 중요하다는 것이 입증됐다. 1년 3회 이상 당비를 납부한 권리당원은 각 선거구에서 평균 약 1000명 정도(2015년 1월 기준)다. 당의 한 관계자는 “권리당원의 투표율이 많아야 50%라고 한다면 한 선거구에 평균 500명이 투표를 하게 되는 셈이고, 2명의 후보자를 기준으로 하면 250명을 확보하면 안정적인 선에서 후보로 선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 새정치연합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현역 의원과 지역위원장이 권리당원을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있다”며 “기존의 룰로 당의 후보자를 뽑는다면 이미 게임은 끝났다”고 말했다. 권리당원 확보에 주력해온 현역 의원과 지역위원장이 후보 선출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해 정치 신인들은 지역 선거구에서 발을 붙이기도 힘든 상황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상곤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장이 7월 28일 오전 국회 당 대표실에서 6차 혁신안을 발표하고 있다./권호욱 선임기자

오픈 프라이머리를 주장하는 새누리당에서 정치 신인들의 여건은 더욱 열악하다. 당 지도부가 겉으로는 오픈 프라이머리를 주장하고 있지만, 각 현역 의원실은 책임당원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 의원실에서 2000명을 확보했다고 하고, 다른 한 의원실에서는 3000명을 이미 확보해 놓았다고 말하고 있다. 책임당원은 1년 중 6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해야 권리 행사를 할 수 있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일반 선거처럼 동사무소마다 투표함을 설치하고 투표하는 완전 오픈 프라이머리를 하는 데는 350억원 정도가 든다고 하는데, 만약 여당만 한다고 하면 그 비용을 어떻게 댈지 알 수가 없다”면서 “야당이 반대한다면 오픈 프라이머리가 아닌 다른 차선의 선택을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겉으로는 오픈 프라이머리를 주장하면서 속으로는 각 의원실에서 책임당원 확보에 혈안이 돼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수능과목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수험생은 일단 국·영·수라도 열심히 공부해놔야 한다”면서 “책임당원을 많이 확보해 놓으면 오픈 프라이머리를 해도 고지를 선점하는 효과를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일반 국민들의 예비선거 참여율이 낮고 책임당원들의 투표율이 높기 때문에 책임당원 확보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새누리당의 정치 신인들은 현역 의원에게 유리한 오픈 프라이머리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책임당원을 어떻게 확보해야 할지 고민에 휩싸여 있다. 내년 총선을 준비하고 있는 김영섭 진주발전연구원 원장(전 청와대 행정관)은 “적어도 8월 말까지는 기득권을 가진 당협 위원장들이 직을 내려놔야 하고, 총선 1년 전에 정치 신인들에게 예비후보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그런 기회가 주어지지 못하기 때문에 공정한 경쟁은 이미 늦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계파 갈등으로 인한 인위적 물갈이, 밀실 공천의 폐해를 없애기 위해 오픈 프라이머리로 가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만 정치 신인에게 가해지는 제약은 보완해줬으면 한다”면서 “야당도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다른 차원으로 논의하되 오픈 프라이머리 개선에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총선 1년 전 예비후보 활동 허용해야”여권과 야권에서는 ‘혁신’을 내세우며 각각 오픈 프라이머리와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등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정치 신인에게는 불리하고 현역 의원들에게는 유리한 ‘비혁신’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내년 총선을 준비하고 있는 정치 신인인 서현준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 부의장은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서 부의장은 “이 제도든 저 제도든 정치 신인은 최소 4년 동안 지역구 할동을 계속 펼치고 있는 현역 의원과의 대결에서 불리한 상황임에는 틀림없다”고 말했다. 서 부의장은 “정치 신인들은 아직 총선 예비후보로 등록조차 할 수 없기 때문에 명함 한 장도 돌릴 수 없다”면서 “오픈 프라이머리라든지 권리당원 확보 같은 거창한 이야기를 하기 이전에 정치 신인들이 제대로 활동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주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7월 23일 낸 보도자료에서는 국회의원 예비후보 등록기간 문제가 언급돼 있다. 매니페스토실천본부는 “지난 1월 새누리당 보수혁신특별위원회가 국회의원 예비후보 등록기간을 현행 선거 전 120일에서 선거 전 1년으로 바꾸는 안을 제안했으며, 당론으로 결정한 바 있지만 선거 전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정개특위에서는 이 법안에 대해 합의하거나 논의된 바 없다”고 주장했다.

오픈 프라이머리를 놓고 문재인 대표에게 토론을 제안한 조유진 보좌관은 페이스북에 “(문 대표가) 그렇게 신인이 걱정된다면 오픈 프라이머리를 반대할 것이 아니라 선거법 개정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보좌관은 선거법 개정에 관해서는 “예비후보 등록기간을 대폭 늘리고, 사전선거운동 제한을 완화하고, 호별방문도 일정한 룰 아래 허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호우 선임기자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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