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우한: "한 발 더 뛴다"..식상해도 박수

윤진만 입력 2015. 8. 1. 12:24 수정 2015. 8. 1.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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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우한(중국)] "한 발 더 뛰겠다." 축구 선수들의 단골 답변이다. 동아시안컵을 앞둔 4개국 8개팀도 다르지 않다.

30일 우한스포츠센터에서 한국의 이정협은 첫 상대인 중국에 승리하기 위해선 "한 발 더 뛰어야 한다"고 했다. 2014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 주역 중 한 명인 수비수 김민혁은 다른 의미에서 '한 발 더'를 강조했다. 같은 김 씨 성을 쓰는 세 선배 영권, 주영, 기희와 경쟁에서 승리를 위해 적극적인 움직임을 자신에게 주문한 것이다.

앞서 북측 훈련장에서도 이 단어가 등장했다. 신예 미드필더 서경진이 "상대팀보다 한 발짝 먼저 뛰고, 방어 때 한 발짝 먼저 들어오겠다"고 했다. 어투는 달랐지만, 의도는 이정협과 닮았다. 바로 팀을 위한 헌신. 내가 한 발 더 뛰면 그만큼 동료가 편해진다며 자신에게 가한 채찍질이다.

취재진 입장에서 "우리 것만 하겠다", "비디오 분석을 해봐야 (어떤 팀인지)알 것 같다"와 함께 식상한 답변 탑 쓰리다. 아까 누군가 했던 말 같은데 수첩 아랫부분에 그 말을 또 받아 적고 있다. 영화 '트루먼 쇼'의 트루먼(짐 캐리 분)이 된 것 마냥.

하지만 <포포투>는 이번 동아시안컵에서만큼은 국적 가릴 것 없이 같은 말을 반복하는 선수들의 심경을 조금이라도 이해해주기로 했다. 왜냐고?

첫째, 각국 선수들이 각 리그를 치르던 도중 대회에 참가해서 체력적으로 완전치 않다는 점 때문이다. 남녀팀 모두 3주 전부터 훈련한 북한을 제외하고는 길어야 일주일 남짓 발을 맞췄다.

남자팀 기준, 주전 대부분이 참가한 중국을 빼면 새 얼굴을 대거 발탁한 한국과 일본은 발을 맞출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할 수 있는 거라곤 한 발 더 뛰는 것밖에 없을지도. 김신욱은 새 얼굴이 많은 만큼 "단기간에 조직력을 최대한 빨리 맞출 생각"이라고 했다.

둘째, 첫 번째 이유와 연결되는 부분이다. 최종명단에 뽑히고도 부상 낙마자가 우후죽순 생겼다. 한국은 김진현(이범영 대체발탁), 일본은 가시와기 요스케(후지타 나오유키), 곤다 슈이치(로쿠탄 유지)가 부상과 컨디션 난조 등으로 팀을 떠났다. 중국은 (하필)공격수 3명 가오린, 양쉬, 위다바오가 모두 부상 중이다. 훈련 성과를 보고 참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한다.

주 전력을 가동 못 한다는 점에서 각 팀 감독들은 고민이 크겠지만, 새로이 합류한 선수들은 다시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한 발 더 뛰지 않을까 싶다. 일본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의 "8명의 새로운 플레이어에게 기회를 줄 것"이라는 말은 선수들에게 큰 자극제가 될 테고. 이범영은 지난달 27일 파주NFC 입소 현장에서 "제주 전훈 이후 대표팀에 다시 오지 못했다. 이번에 달라진 모습 보여주겠다"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8월1일 여자팀 경기로 개막하는 동아시안컵 기간에도 각국 선수들의 입에서 전혀 새로운 이야기가 나올 확률은 낮다. 어릴 적부터 익힌 습관대로 '감독을 위한', '팀을 위한', '동료를 위한' 인터뷰를 할 것이다.

"한 발 더 뛰겠다"는 답변이 여러 번 등장할지도 모른다. 그러더라도 마음 넓은 독자들이 너그러이 이해해줄 거라 믿는다. 정말 할 말이 그것밖에 없을 수도 있단 걸 잊지 말자. 듣는 사람보다 정황상 같은 말을 무한 반복하는 선수들이 더 힘들 수도 있다.

글=윤진만, 사진=FAphotos, Gettyimages/멀티비츠, 중간 사진=왼쪽부터 김진현, 곤다 슈이치, 가오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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