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경력' 로저스, 한화 구세주 뜰까

입력 2015. 8. 1. 10:05 수정 2015. 8. 1.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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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태우 기자] 지친 한화 마운드에 구세주가 뜨는 것일까. 한화가 새 외국인 선수 에스밀 로저스(30)와의 계약을 마쳤다. 경력만 놓고 보면 남부럽지 않은, KBO 리그에서는 특급이다. 구위 자체는 큰 의심을 품기 어려운 가운데 제구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한화의 생사도 여기에 달렸다.

뉴욕 양키스 구단은 1일(이하 한국시간) 구단 공식 트위터를 통해 "KBO 리그의 한화와 계약을 맺은 로저스를 방출한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KBO 리그에 들어오는 외국인 선수의 전 소속팀이 구단명을 명시한 채 방출을 선언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에 한화도 1일 보도자료를 내고 로저스의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연봉이 70만 달러다. 대체 외국인 선수들의 연봉 규모를 뛰어 넘는, 이 또한 역대급 계약이다.

한화는 지난 24일 외국인 선수 쉐인 유먼(36)을 웨이버 공시했다. 한국무대에서 경험이 풍부한 유먼은 올 시즌 17경기에서 4승6패 평균자책점 4.52를 기록했다. 그래도 한화 선발진에서는 꽤 큰 지분을 차지하던 선수였다. 그러나 어깨에 부상이 발견됐고 재활에 한 달 이상이 걸린다는 판단 하에 방출을 결정했다. 이에 한화는 새 외국인 선수를 물색했고 로저스가 낙점됐다.

경력 자체는 화려하다. 2009년 콜로라도에서 MLB 무대에 데뷔했고 통산 210경기(선발 43경기)에서 19승22패 평균자책점 5.59를 기록했다. 토론토 소속이었던 2013년에는 44경기(선발 20경기)에서 137⅔이닝을 던지며 5승9패 평균자책점 4.77을 기록했다. 무엇보다 올 시즌까지 양키스의 개막 로스터에 있었으며 6월 중순까지 MLB에서 활약했던 '현역'이라는 데 관심이 몰린다. 시즌 성적은 18경기에서 1승1패 평균자책점 6.27이었다.

MLB에서는 주로 불펜으로 뛰었으나 마이너리그에서는 대부분 선발 보직이었다. 마이너리그 통산 123경기 중 선발로 115경기에 나가 37승33패 평균자책점 4.47을 기록했다. 올 시즌 트리플A에서도 7경기 등판이 모두 선발이었으며 34⅔이닝 동안 1승1패 평균자책점 3.38의 괜찮은 성적을 냈다.

경력 자체만 놓고 보면 KBO 리그에서는 최정상급이다. 특히 시즌 중 대체 외국인 선수로 이만한 경력을 가진 선수를 구하기는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KBO 리그의 장수 외국인 선수인 더스틴 니퍼트(두산)의 경우 MLB 경력이 119경기였다. 올 시즌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알프레도 피가로(삼성)는 52경기였다. 올 시즌 입단한 루카스 하렐(LG)은 88경기, KIA에서 최근 퇴출된 필립 험버는 97경기로 로저스에 비해 떨어진다. 최근 KIA에 입단한 에반 믹이 179경기에 나섰으나 이는 모두 불펜에서 뛴 기록이다.

여기에 경력이 단절되지 않고 꾸준히 MLB에서 뛰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또한 구위 자체는 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한 때 평균 95마일(153㎞)의 포심패스트볼을 던졌던 로저스는 올해 93마일(150㎞) 가량으로 평균 구속이 내려온 상황이다. 그러나 평균 150㎞는 KBO 리그에서는 충분히 빠른 공이다. KBO 리그 역대 최고의 파이어볼러로 이름을 날렸던 레다메스 리즈(현 피츠버그)도 MLB에서는 평균 93~94마일 정도의 포심패스트볼 구위였다. 150㎞를 쉽게 던질 수 있다는 것은 분명 큰 매력이다.

미치 탈보트와는 다른 스타일을 가지고 있는 로저스가 합류한다면 한화 선발진은 숨통이 트인다. 한화는 시즌 내내 선발 로테이션 구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대를 걸고 영입했던 송은범 배영수가 부진했고 안영명은 최근 부상으로 2군에 내려갔다. 탈보트 또한 7월 들어서는 성적이 좋지 않다. 불펜에 자연스레 과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다. 이닝소화가 필요한 선발투수는 반드시 필요했고 로저스는 그런 가능성을 갖춘 투수다. 올해 불펜에서 뛰었지만 마이너리그에서는 선발로 활약한 만큼 당장의 적응에도 별다른 문제가 없다.

위기상황에서 삼진을 잡아낼 수 있는 능력은 어느 정도 검증이 됐다고 봐야 한다. 공 자체가 빠르고, 힘도 있기 때문이다. 플라이볼 유형 투수지만 대전구장은 잠실 다음 수준의 드넓은 외야를 자랑해 이 역시 궁합이 맞을 수도 있다. 문제는 역시 제구다. 로저스의 올해 MLB 9이닝당 볼넷 개수는 3.82개에 이른다. 비교 무대는 다르나 MLB 선발투수의 잣대를 들이댄다면 완전한 낙제점이다. 제구가 아주 나쁜 것은 아닌데, 흔들릴 때는 좀 더 크게 흔들리는 경향이 있다. 이른바 커맨드의 문제다.

"일정한 제구를 유지하지 못한다"는 단점은 기록과 스카우팅 리포트는 물론 MLB를 자주 시청하는 팬들의 머릿속에서도 쉽게 꺼낼 수 있다. 제구가 흔들린다는 것은 대량실점 가능성이 높아지고, 또 많은 이닝을 소화하기 어렵다는 측면으로 이어진다. 불펜 휴식이 필요한 한화가 원하는 바와는 완전히 다른 방향이다. 적응과 제구. 로저스는 구세주가 될까, 아니면 실패한 마지막 카드가 될까. 한화와 KBO 리그 판도가 로저스의 어깨에 달려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닌 것 같다. /skullboy@osen.co.kr

<사진> AFPBBNews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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