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X파일]문재인, 이수만 '선생님'처럼 하든가 김무성을 배우든가

입력 2015. 8. 1. 09:04 수정 2015. 8. 1.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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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 ‘그들’ 중 일부를 TV에서 접한 건 몇 해 전 청량음료 광고였습니다. 누가 봐도 ‘꽃미남’인 학생복 차림의 한 청년은 느닷없이 학교 복도를 달려가다 무릎으로 미끄러지듯 한 소녀 앞에 멈춰 섰습니다. 음료 캔을 밟으려던 소녀를 제지하려던 것인데요. 청년이 “기억해 둬, 한 번 찌그러진 캔은 다시 펴지지 않아”라고 하자, 몽환적 표정을 한 소녀는 “전학가야 겠어”라고 하는 걸로 광고는 마무리됩니다.

도무지 맥락을 알 수 없는 대화이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광고를 찍을 때만 해도 인지도는 약했지만, 그들은 ‘엑소(EXO)’이기 때문입니다. 초ㆍ중ㆍ고교생을 핵심 타깃으로 해 대중음악 시장을 시쳇말로 ‘씹어먹는’ 거물입니다. 기성세대라도 자녀 등쌀에 이름은 들어봤을 겁니다. 3년 전 데뷔한 이들은 ‘대세’입니다. ‘HOT’, ‘젝스키스’, ‘동방신기’, ‘빅뱅’, ‘슈퍼주니어’ 등 1990년대 중반부터 이어진 아이돌 역사의 바통을 잇는 대표주자이죠.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얘기를 할 심산이면서 ‘엑소’를 들먹이는 건 문 대표에게든, 엑소 팬에게든 ‘무례’일 수도 있습니다. 한 쪽은 격(格)이 다르다며 불쾌해 할 수 있고, 다른 쪽은 ‘우리 오빠’들을 정치인과 함께 언급한다며 발끈할 만도 합니다.

주목하는 건 ‘엑소’를 기획ㆍ제작한 SM엔터테인먼트 이수만 회장이 분당(分黨)ㆍ신당(新黨)설에 곤욕스러울 문재인 대표에게 던지는 시사점입니다.

대중문화계에서 이수만 회장만큼 분열의 역사를 체험한 인물을 찾기 힘듭니다. 정치권의 언어로 보면, ‘잘 키운’ 아이돌 그룹은 여지없이 분당ㆍ신당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불평등한 계약조건, 아이돌 부모의 개입, 멤버간 불화 등 이유도 갖가지였습니다. 특정 그룹에 ‘열정을 바친’ 팬들에겐 가슴 아픈 일이어서 이수만 회장을 비난하기도 합니다.

이수만 회장은 그러나 아이돌 그룹의 분화(分化)에 직면해서도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후속 그룹을 세상에 계속 내놓았고, 히트를 쳤습니다. 대중문화의 판을 꿰뚫고 있는 결과로, 신인 그룹의 노래ㆍ패션 등은 시장을 선도합니다. 대중의 언어를 이해하고 있다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울러, 뜰 만한 재목(材木)들이 제 발로 SM의 문을 두드리는 이점 덕분이겠지만, 끊임없는 인재영입도 강점입니다. 그룹과 멤버의 이름 등 세세한 부분도 직접 신경을 씁니다. 이 과정에서 40년 이상 나이차가 있는 가수들과도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눕니다. 세간에선 이수만씨를 ‘회장’이라고 합니다만, 소속 가수들은 ‘선생님’이라고 부릅니다. SM에 남아있든, 결별해 앙금이 남아있는 관계이든 ‘선생님’이라고 합니다. ‘소통의 힘’이겠지요.

문재인 대표는 어떻습니까. 짐을 싸서 나가겠다는 중진 정치인, 당원이 릴레이를 펼치고 있습니다. 한 인사는 떨리는 목소리로 기자들 앞에서 새정치연합은 사망선고를 받았다며 탈당했습니다. 이 회견 직후 기자들은 문 대표에게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습니다. “우리당은 혁신에 전념해야 될 때이다. 국정원의 기득권, 사찰, 감시에 열심히 대응해야 될 때다”라고 답했습니다.

복잡한 심경이야 미루어 짐작할 수 있지만, 동문서답이었습니다. 박지원ㆍ박주선 의원 등은 틈만 나면 ‘혁신안이 부실하면 문 대표가 책임을 져야 한다’라는 취지의 조건을 달아 분당을 상수(常數)로 거론합니다. 문재인 대표가 “분당은 없다“라고 페이스북을 통해 밝히기도 했지만, 울림이 크지 않아 보입니다. 곳곳에서 당이 쪼개지는 소리가 들려와서입니다.

판을 꿰뚫고 있지 못하다면, ‘분당 상수론’을 제기하는 쪽과 만나 소통이라도 해야 하는데 그런 움직임도 감지되지 않습니다. 두 차례의 집권 경험을 갖고 있는 제1야당에서 초선(初選)인 문 대표가 선수(選數)가 쌓인 노련한 정치인들의 셈법을 간파하긴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더라도 당 대표가 그들과 면대면으로 대화하지 않고 이메일이나 SNS에 글을 써서 설득하려는 모습은 좋게 보이지 않습니다. 당의 혁신을 담당하는 혁신위원회에 ‘복잡한 일’을 맡겨 놓고 뒤로 빠져 있다는 일각의 비난을 배척만 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당장 무소속 천정배 의원은 8월 말께 신당 관련 계획을 밝힐 걸로 알려졌고, 일부 현역 의원의 합류가능성도 열어 놓은 상태입니다.

문재인 대표로선 혁신안에만 ‘올인’하기보단 이수만 회장처럼 분열에 대비한 ‘플랜 B,C’도 고민해야 합니다. 새정치연합의 현재 모습을 선호하는 부류든, 아니든 정치 대중의 언어가 그걸 요구하는 쪽으로 흐르는 분위기입니다. 

문재인 대표는 새누리당의 김무성 대표에게서도 배울 점이 있습니다. 구사하는 ‘언어’의 측면에서입니다. 요즘 새정치연합 홍보를 총괄하는 광고ㆍ브랜드 전문가 손혜원 홍보위원장이 진행하는 ‘셀프디스(self+disrespectㆍ자아비판)’ 캠페인이 화제인데요. 손위원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문 대표를 ‘디스’해달라고 하자, 이런 글이 달렸습니다.

“저는 지도자는 자기언어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재인 대표가 언론에 나오는 모습은 거의 써주거나 써온 원고를 보고 읽는 모습입니다. 한 문장도 좋고 두 문장도 좋으니 꼭 하고 싶은 이야기는 카메라를 똑바로 쳐다보고 좀 틀리더라도 강하고 분명하게 말했으면 좋겠습니다. 종편이나 언론의 프레임 탓도 있겠지만 김무성 대표는 기자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마이크를 들이밀면 쉬운 말로 한마디씩 툭툭 던지는 모습이 주로 나옵니다. 보고 읽는 사람하고 기자들이 몰려와서 한마디 듣는 사람하고 누가 지도자처럼 보이겠습니까? 고쳐주시기 바랍니다”

‘원고를 보고 읽는다’라는 이 글의 지적에 100% 공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난 3월 17일, 청와대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김무성 대표, 문재인 대표간 3자 회동의 현장에서 느낀 바가 떠올라서입니다. 회동 테이블과 기자간 거리는 불과 3~4m였지만, 문 대표가 무슨 말을 하는지 도통 파악하기 어려웠습니다. 목소리는 작았고, 웅얼대는 듯 말해서입니다.

문 대표는 미리 준비한 ‘4대 민생과제 해결 제안문’을 박 대통령 앞에서 읽어내려 갔습니다. 되도록 한 글자도 빼놓지 않고 기록해야 하는 입장이어서 녹취를 했는데도, 판독이 힘들었습니다. 한 시간쯤 흘렀을까요. 문 대표의 발언은 야당을 통해 전문(全文)이 기자들에게 배포됐습니다. 불분명한 발음 문제는 제쳐두더라도 야당 대표가 대통령과 ‘아이컨택(눈맞춤)’에 집중하기보단 원고를 읽는 모습은 실망스러웠습니다.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YTN라디오에 나와 문재인 대표에 대한 ‘디스’를 해달라는 주문에 “‘항상 길고 지루하게 말해 죄송하다’가 어떨까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이 명예교수는 그러면서 “문 대표의 발언을 보면 내용은 굉장히 좋다. 변호사들이 법정에서 하는 변론서 같은 게 굉장히 논리적이고 길다. 그런데 정치 메시지가 그러면 별로 효과가 없다”라고도 말했습니다. 또 “김무성 대표가 실수가 있어도 (한마디로 정곡을 찌르는 게) 강점”이라고 했습니다.

이수만 회장 쪽이든 김무성 대표 쪽이든 선택은 문재인 대표의 몫입니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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