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男子, 주말 백화점에서 혼자 논다.."왜, 이상해요?"

입력 2015. 8. 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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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백남(주말에 백화점 가는 남자)들의 당당한 선언, 그 심리 해부

[헤럴드경제=이정환ㆍ손미정ㆍ김성훈 기자]“친구들이 저보고 ‘주백남’이라네요. 주(酒)태백도 아니고, 웬 주백남?…. ‘주말에 백화점 가는 남자’라네요. 뭐, 듣기 싫지는 않습니다. 실제 주말엔 하루종일 백화점에서 혼자 노니까요.”(직장인 이정훈(34) 씨)

주백남(주말에 백화점 가는 남자)이 늘고 있다. 백화점에 가는 남성은 거짓말 조금 보태 옛날로치면 동반 여성 쇼핑물을 들어주기 위해 소가 외양간 끌려가듯이 어쩔 수 없이 끌려 찾은 이들이 대부분이었고, 한시라도 빨리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 쓰는 이들이 적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그만큼 오랫동안 백화점 자체는 오로지 여성의 공간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당당히 백화점 문화를 즐기는 주류 고객으로 등장한 것이다. 이정훈 씨 처럼 주말에 눈을 뜨자마자 백화점으로 향하고, 백화점 안에서 하루종일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는 이들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이 씨의 구체적인 주말 시간표는 이를 대변한다. 오전 11시에 기상, 곧바로 백화점행(行), 12시30분 식품관에서 식사, 오후 내내 쇼핑, 오후 3시30분 바버샵 방문, 휴식과 커피, 그리고 6시30분 귀가….

이렇듯 하루종일 백화점에서 소일하는 것이다.

당연히 이 씨는 남성이다. 여성이 아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 씨 처럼 백화점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는 남자들이 많다는 것이다. 여자친구나 아내의 손에 이끌려 억지로 백화점을 가야하는 이들이 아니다. ‘자발적’으로 백화점으로 향하는 이들이다.

이 씨는 “백화점이 옛날엔 여성만의 공간이었다고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며 “백화점에서 혼자 소일하는 게 전혀 창피하지 않다”고 했다. 나아가 “쇼핑도 하고 영화도 보고 밥도 먹고 할일이 많다”며 “이런 여유가 나에겐 스트레스 해소이자 재충전의 도구”라고 했다. 그는 “게다가 요즘은 무더운 날씨가 계속되니까 시원한 백화점 공간이 정말 좋다”며 “최고의 피서지라는 생각”이라고 했다.

이 남자는 왜 백화점에서 주말 하루를 보낼까. 아니, 이 씨 외 다른 남자들은 왜 궁상맞아 보일지도 모를 것을 감수하면서 혼자 백화점을 찾는 것일까. 이유는 여러가지다. 1인가구 시대의 싱글족 급증, 혼자만의 여유와 문화를 즐기는 이들의 증가, 개인 취향의 욕구 해소가 가능해진 복합문화공간 급증 등이 그 배경으로 꼽힌다. 개인주의 성향도 한몫을 한다.

뭐니뭐니해도 ‘싱글라이프’를 즐기는 1인 가구의 증가는 역시 남성들을 백화점으로 이끈 주요인으로 꼽힌다. 4가구 중 한 가구는 ‘1인 가구’인 시대, 본인을 위한 소비의 폭이 커진 싱글남성들을 중심으로 본인을 위한 ‘가치소비’가 실현되는 공간이 바로 백화점인 셈이다.

시장조사전문기업 마크로밀엠브레인의 트렌드모니터에 따르면 1인 가구 증가의 이유로 성인남녀들은 ‘결혼 가치의 변화(65.9%ㆍ중복응답)’를 꼽았다. 결혼에 대한 생각이 변화되면서 남성들은 안정적인 직장과 월급을 온전히 본인을 위해 소비하는 방식을 찾기 시작했다. 그루밍족(미용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남성), 메트로섹슈얼(패션에 민감하고 외모에 관심이 많은 남성) 등 꾸밀 줄 아는 남성들의 증가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물론 세대별로 백화점을 향하는 남성들의 사정에는 차이가 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20~30세대는 훨씬 유행에 민감한 소비세대로, 소비성향이 크고 유행 지향적이기 때문에 백화점을 더 찾는 경향이 있다”며 “외모 지상주의, 물질주의가 보편화되면서 40대 역시 사회적 관계형성을 위해 유행을 따르고 대중적이어야 할 필요성이 큰 세대라는 데 시사점이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흥미로운 것은 주백남들은 하나같이 당당하다는 것이다. 혼자 백화점 공간에서 돌아다니고, 쇼핑을 하고, 문화를 즐기는 것을전혀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주말 뿐만 아니라 평일에도 百돌이(백화점에서 시간을 보내는 남자)를 자처한다.

마흔이 넘은 싱글족 직장인 이대건(42ㆍ가명) 씨가 그렇다. 그는 한 달에 두 번이상 백화점 쇼핑을 즐긴다. 그에게 금요일은 매우 바쁜 날이다. 그는 “회사가 끝나고 나면 신문이나 인터넷을 통해 주말 세일 정보를 수집하며 직장생활의 스트레스를 날린다”며 “세일 정보를 수집하고 나서 혼자 백화점이나 아웃렛에 가서 쇼핑을 하면 기분이 정말 좋다”고 했다. 그는 “혼자 다니니까 매장 점원들도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 같고 그래서 처음에는 많이 의식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즐기는 편”이라고 했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주백남 증가를 ‘남성의 여성화’ 결과물로 해석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오늘날 남성이 여성 취향적으로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개성시대의 산물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송재룡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주백남 증가가)남성의 여성화라는 것으로만 해석하기엔 정확하지 않다”며 “자신의 취향을 표현할 수 있는 장소로서의 백화점이 갖는 의미가 커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쇼핑과 레저 등 자신이 문화적 취향을 백화점이라는 공간을 통해 표출하고 있고, 이를 떳떳한 문화로 동참하고 있다는 뜻이다.

주목되는 것은 백화점을 찾는 남성은 미혼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박광석(34) 씨는 결혼 2년차다. 그런데 가끔은 혼자 백화점을찾는다. 그는 “꼭 살 물건이 있다기 보다 혼자만의 여유를 갖는 시간이 필요한데, 그 공간이 나로선 백화점이다”며 “별로 이상하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결혼하기 전에도 백화점을 혼자 늘 다녀 와이프도 그냥 일상적으로 여기고 있고, 오히려 어떤 어떤 물건 좀 사다 달라고 하는 날도 있다”고 했다.

특이한 것은 백화점에서 쇼핑하는 ‘남남커플’도 증가하는 추세라는 것이다.

여의도에서 직장을 다니는 김상우(32ㆍ가명) 씨와 감재명(32세ㆍ가명) 씨가 그렇다. 이들은 8년 지기 친구다. 이 둘은 며칠 전 백화점 명품관을 찾아 같은 디자인의 선글라스를 구매했다. 김 씨와 감 씨는 “남자들의 끈끈한 우정과 의리를 보여주기 위해 샀다”고 했다. 이들은 “우리는 이상한(?) 사람은 아니다”며 “이것은 우리 세대만의 문화일 수 있다”고 했다. 이들은 “선글라스를 구매할때도 남의 눈은 의식하지 않았다”며 “여성들은 둘이 와서 물건을 사면 당연하고, 남성은 둘이서 물건을 구매하면 왜곡된 눈으로 바라보는 것은 편견 아니겠는가”라고 했다.

attom@heraldcorp.com

<사진설명>서울 시내 한 백화점에서 한 남성 고객이 혼자만의 쇼핑 여유를 즐기고 있다.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어느 주백남의 주말 일상

11:00 기상/백화점行

11:30 백화점 도착, 평소 즐겨 찾는 남성 브랜드들을 둘러보며 신상품 아이쇼핑

12:30 백화점 식품관 푸드코트에서 점심

13:00 명품 매장 아이쇼핑. 인터넷을 통해 본 ‘M’ 브랜드의 명함지갑 구입

15:00 스포츠 매장에서 휴가지에서 입을 비치팬츠와 래쉬가드 구입

15:30 바버샵 방문. 이발 및 쉐이빙 서비스 받음

16:30 백화점 내 카페에서 커피 마시며 휴식

17:00 다시 남성복 매장 방문. 오전에 눈 여겨뒀던 셔츠와 넥타이 구입. 같은층 남성 취미용품 매장서 새로나온 드론, RC카 구경

18:00 사은 상품권 수령, 지하 1층 식품 매장에서 신선식품, 음료 등 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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