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던' 스타트업들의 갑작스런 몰락 이유

방윤영 기자 입력 2015. 8. 1. 05:50 수정 2015. 8. 1.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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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스타트업 팹닷컴과 프론트백의 몰락의 공통점

[머니투데이 방윤영 기자] [美 스타트업 팹닷컴과 프론트백의 몰락의 공통점]

소위 '잘 나다던' 미국 스타트업들의 갑작스런 몰락 소식이 들리고 있다.

지난해 4000만 달러(약 450억원) 규모의 트위터 인수 제안을 거절했던 카메라 앱 서비스 '프론트백'(Frontback)은 지난 26일(현지시간) 폐업을 신고했다. 창업 2년 만인 2013년 3억1000만 달러(약 3586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몸값이 10억달러(약 11조원)로 치솟았던 팹닷컴(fab.com)은 현재 1500만 달러(약 164억원)라는 헐값에 팔릴 위기에 놓였다.

잘 나가던 이들의 갑작스런 실패 요인은 한마디로 '고객 외면'으로 귀결된다.

프론트백은 "사람들이 한 번 마시면 다시 찾지 않는 데킬라"(스펜서 첸 프론트백 마케팅 팀장)와 같았다. 프론트백은 스마트폰의 전·후면 카메라를 동시에 촬영하는 셀카 앱이다. 전면 카메라 렌즈로는 이용자의 얼굴을, 후면 렌즈로는 주변 풍경을 동시에 촬영해 한 장의 사진으로 합칠 수 있는 서비스다. 셀카 앱의 인기가 치솟던 때여서 프론트백의 앱 다운로드 수는 200만건을 기록했지만 이용자 유지율은 저조했다.

문제는 고객의 니즈를 외면한 점이었다. 사람들은 카메라 촬영 외에 다양한 효과를 내는 필터링 기능 등을 원했지만 프론트백은 전·후면 촬영이란 최초 기능만 고집했다. 프론트백은 사람들에게 왜 필터링 기능을 도입하지 않는지, 전·후면 촬영 기능만 고집하는지 등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문제를 타계하기 위해 SNS 기능을 도입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강력한 네트워크를 자랑하는 기존 SNS인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을 뛰어넘는 경쟁력은 없었다.

프론트백은 창업자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만 고집하다 고객의 마음을 파악하지 못했고 결국 2년 만에 문을 닫게 됐다. 한 때 기업가치 150억 달러(약 17조원)로 치솟은 SNS 앱 스냅챗(Snap chat)과 비슷한 성장세를 보였던 프론트백의 질주는 고객을 외면한 탓에 이렇게 멈춰 섰다.

팹닷컴은 페이스북보다 더 빨리 고객 500만명을 확보하고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텐센트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는 등 유망한 기업이었다. 하지만 너무 빨리 회사를 확장했고 이 과정에서 고객은 고려하지 않았다.

2011년 10월까지 하루에 10만 달러(1억1726만원)씩 매출을 올리던 팹닷컴은 이듬해 매출을 10배로 올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독일에 지사를 세우고 자사와 비슷한 모델의 유럽 회사를 3곳이나 인수했다. 순식간에 2억5000만달러(약 2931억원)이 소진됐다. 취급 물품 종류도 하루 1000개에서 6개월 만에 1만개로 10배 이상 늘렸다.

그 사이 고객들의 불만은 증폭됐다. 팹닷컴은 작은 규모의 디자인 업체 가구를 반짝 세일을 통해 판매했는데 평균 배송기간이 16.5일이나 걸렸다. 해당 업체들이 배송을 담당해 팹닷컴에서도 관리가 어려웠던 것. 정체성도 잃었다. 팹닷컴의 초기 고객은 다른 곳에서는 찾을 수 없는 독특한 디자인 가구를 찾는 것에서 매력을 느꼈다. 하지만 음식, 애완용품까지 취급 물품 종류를 급격히 늘리면서 무엇을 파는 곳인지 조차 알 수 없게 돼 버렸다. 아마존처럼 변해갔지만 빠른 배송 서비스를 따라잡을 수 있는 경쟁력도 없었다.

팹닷컴의 전 직원은 미국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를 통해 "팹은 물품이 시장 수요에 딱 들어맞는지 이해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세계적으로 큐레이션 커머스 열풍을 불러온 업체가 고객을 외면한 결과다.

방윤영 기자 by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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