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웅의 뉴스독해법] 전관예우 대책없는 검찰

최순웅 기자 2015. 8. 1.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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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9년 8월 뜨거운 여름날, 전직 검찰총장과 서울 서초동 검찰청 인근 한식당에서 점심을 한 적이 있습니다. 사무실에서 식당으로 100m 정도 이동하는 동안 그를 알아본 검사들은 “총장님 식사하러 가세요?”라며 깍듯하게 인사를 건냈습니다. 변호사로 신분이 달라졌지만 전관(前官) 힘은 길거리에서도 느껴졌습니다.

식탁에 앉자 전직 검찰총장은 수임계를 내지 않고 전화로만 변론한다고 자랑삼아 이야기 하더군요. 변호사법이 수임계를 제출하지 않은 변호를 금지하고 있음에도 이를 숨기지 않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수임계는 변호사가 의뢰인의 사건을 맡았다는 계약서를 말합니다.

6년 전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검찰의 전관예우에 대한 인식과 국민의 시각차이가 얼마나 큰지 이야기하기 위해서입니다. 대법원이 23일 ‘형사 성공보수약정은 무효’ 판결을 내린 것을 두고 언론에서는 전관예우 예방을 위한 판결이라고 환영하는 기사가 쏟아졌습니다.

국민은 전관예우에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을까요. 인터넷에서 ‘전관예우’를 검색한 회수를 찾아보니 2014년 5월 26일이 가장 많았습니다. 당시는 안대희 당시 국무총리 후보자가 퇴임 후 5개월간 16억여원을 번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관예우’ 논란 끝에 사퇴한 때입니다. 안 전 대법관 외에도 황교안 국무총리 등 고위 법조인 출신 관료의 인사청문회에서는 전관예우로 고액 연봉을 받은 전력이 논란이 됐습니다.

전관은 어떻게 많은 돈을 벌 수 있을까요. 소송사건 의뢰인은 전관 변호사가 후배인 현직 판검사의 업무에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하며 거액의 수임료를 지불합니다. 국민은 고액 수임료를 전관예우로 보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전관들은 펄쩍 뜁니다. 요즘 판검사들은 전관이라고 편의를 봐주지 않으며, 수임료가 많은 것은 전관예우가 아니라 오랜 공직 경험 등 전문성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대법원도 성공보수 판결에서 전관 변호사들의 거액 수임료를 문제 삼았습니다.

사실 전관은 법원보다 검찰에서 더 큰 힘을 발휘합니다. 피의자 출국금지와 소환조사 과정에서 검찰 고위직 출신이 개입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특히 검찰 수사 단계에서는 전관의 ‘전화변론’이 사건을 좌우할 정도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합니다. 전화통화는 수사검사 뿐만 아니라 그의 상관인 부장검사와 차장검사, 검사장과도 이뤄진다고 합니다.

상명하복 문화가 강한 검찰에서 불과 몇 개월 전까지 상관으로 모셨던 전관이 하는 전화는 현직 검사에게 큰 부담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전화변론의 수임료는 한통에 수천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법원은 전관예우와 관련해 국민과의 시각 차이를 좁히고 있습니다. 대법원이 형사 사건에서 성공보수 약정은 무효라는 판결을 내린 것은 전관의 높은 수임료 자체를 전관예우라고 보는 국민의 생각을 상당부분 인정한 것이죠. 또 대법원 판결 3일 전 서울중앙지법은 법관 중 변호사와 대학, 연수원 동기이면 재판부를 재배당할 수 있는 정책을 내놓아, 전관예우 예방에 한발 더 나아갔습니다.

반면 검찰은 아직도 전관예우 방지를 위한 노력에 소극적인 모습입니다. 검찰은 한통에 수천만원짜리 전화변론이 가능한 현실을 알고도 모른 체 눈감고 있습니다. 하지만 법조계 전관예우 근절은 도도한 시대의 흐름입니다. 검찰이 늦게라도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불법 전화변론 등 전관예우 의혹을 차단할 수 있는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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