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말 못하는 장남, 문서엔 일본이름.. 한국기업 맞나"
[동아일보]
‘형제의 난’을 통해 드러난 롯데그룹의 실상에 대한 실망의 목소리가 크다.
먼저 도마에 오른 것은 폐쇄적 의사결정 구조.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이 아버지인 신격호 총괄회장으로부터 받았다며 공개한 지시서는 총수의 한마디면 모든 게 가능했던 롯데그룹의 상황을 보여준다. 지배구조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번 사태로 한국 롯데그룹을 지배하는 것은 일본 롯데홀딩스란 사실이 널리 알려졌다. 또 광윤사 L투자회사 등 실체가 모호한 일본 회사들이 한국 롯데그룹 계열사의 상당수 지분을 갖고 있는 사실에 대해 “배신감을 느낀다”는 사람들이 많다.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것이 신 전 부회장의 방송 인터뷰다. 신 전 부회장은 7월 30일 KBS 인터뷰에서 일본어로 자신의 주장을 전했다. 신 전 부회장은 한국 국적이지만 기본적인 표현 이외에는 한국어를 못한다. 이 방송을 본 국민들은 “국내 재계 5위인 롯데가 사실상 일본 기업 아니냐”며 허탈해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계열사 대표 등 다른 사람과 함께 있을 때는 신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 모두 한국말로 대화한다”면서도 “둘만 있을 때는 일본어가 편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신 전 부회장이 공개한 지시서에는 자신을 비롯해 아버지 신 총괄회장과 동생 신 회장 모두 일본 이름으로 표기돼 있었다. 신동빈 회장을 지칭할 때도 일본 이름 ‘시게미쓰 아키오(重光昭夫)’가 쓰였다. 신 총괄회장도 서명란에 신격호가 아닌 일본 이름 ‘시게미쓰 다케오(重光武雄)’를 사용했다. 신 총괄회장은 평소 서명을 하는 경우가 드물다. 확인 결과 신년사 끝에 ‘신격호’를 한자 이름 ‘辛格浩’로 서명한 서류가 있었다. 신 회장은 한글 한자 사인을 함께 쓴다.
한편 롯데그룹은 신 총괄회장의 부인인 시게미쓰 하쓰코(重光初子) 씨가 일본 외상을 지낸 A급 전범인 시게미쓰 마모루(重光葵)와 친인척 관계라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하쓰코 씨의 성은 원래 ‘다케모리(竹森)’이며 신 총괄회장과 결혼하며 성씨를 바꿨다. 신 총괄회장은 일본식 이름을 지을 당시 지인의 성씨를 따라 쓴 것으로 알려졌다.
한우신 hanwshin@donga.com·배석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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