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범석]'지배구조 깜깜이' 재계 5위의 민낯

입력 2015. 8. 1. 03:00 수정 2015. 8. 1.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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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후계 분쟁]
[동아일보]
김범석·소비자경제부
롯데그룹의 ‘형제의 난’ 소식이 처음 전해졌을 때부터 자주 들렸던 단어 중 하나는 ‘광윤사(光潤社)’다. 이 회사는 한일 롯데 계열사 중 가장 정점에 위치한 기업이다. 하지만 ‘포장 원료를 만드는 기업 간 거래(B2B) 회사’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 27.65%를 보유한 회사’ ‘직원 수는 3명’ 등의 정보만 알려져 있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을 비롯해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롯데 일가가 각각 얼마나 지분을 가졌는지 정확하게 알 수도 없다.

국내 재계 순위 5위 기업이자 국내 81개, 일본 37개의 계열사를 지닌 대기업 롯데에는 알려지지 않은 것이 참 많다. 경영권을 놓고 두 형제가 다툼을 벌이고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두 형제는 일본롯데의 지분이 서로 더 많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러나 기본적인 숫자조차 확인되지 않는 것이 롯데그룹의 현실이다. 그만큼 베일에 가려져 있다는 뜻이다.

일본의 L제2투자회사도 있다. 출자 고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롯데알미늄 등의 최대 주주인데 투자자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지배구조 자체가 ‘깜깜이’다. 한국롯데의 매출이 일본롯데와 약 15배 차이가 나는데도 지배구조의 정점은 일본 기업이라는 점 때문에 ‘정체성’을 문제 삼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번 사건을 통해 등장한 또 다른 단어는 ‘지시서’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제시한 것으로 신동빈 회장 등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진을 해임하고 본인을 다시 롯데홀딩스 사장에 임명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는 아버지가 직접 작성했다며 정통성을 강조했다. 같은 날에는 신 총괄회장이 2주 전 한국롯데의 주요 계열사 대표 3, 4명을 해임하라며 사인했다는 또 다른 지시서의 존재도 알려졌다. 사실 여부를 떠나 이는 롯데그룹에서는 기업 임원에 대한 인사가 회사 내 정식 절차 없이 오너의 ‘종이 한 장’으로 결정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어떻게 보면 롯데그룹의 ‘민낯’인지 모른다. 재계 5위 기업은 오늘도 시중의 소문과 추측에 대해 “모른다”는 대답만 되풀이하고 있다.

김범석·소비자경제부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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