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한상복의 여자의 속마음]<126>휴가지에서 뾰로통한 아내

입력 2015. 8. 1. 03:00 수정 2015. 8. 1.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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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이것 봐! 그러게 내가 뭐라고 했어?”

휴가지에서 남편이나 아내, 둘 중 하나는 족집게가 되어 이런 말을 하고야 말 거라는 사실을 심리학자들은 일찌감치 예견했던 모양이다. 어떤 사건이 일어난 이후에 마치 그 사건이 일어날 줄 미리 알았던 듯 착각하는 것을 심리학에서는 ‘사후 예견 편향’이라고 한다. 아이디어를 냈던 상대에게 모든 책임을 뒤집어씌운다. 타박하며 속이라도 시원해지면 다행이다.

휴가지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다른 게 ‘뾰로통한 아내’다. 아내는 온갖 일에 불만을 토로하면서도 왜 실망했으며 화났는지에 대한 굵은 맥락을 솔직하게 말하지 않는다.

눈치 빠른 남편만이 아내가 왜 그랬는지 짐작해 낸다. 경험을 종합해 보면 ‘그놈의 감수성’ 때문이다.

몹쓸 감수성 첫 번째는 ‘눈이 보배’이기 때문이다. 특히 애 엄마들에겐 휴가철이야말로 또 한 살 먹었음을 가장 뼈아프게 느끼는 시기다. 젊고 세련된 여성들이 넘쳐나니 혼자만 둔하고 촌스러워진 것 같아 우울한 거다.

“자기 나이에 그만하면 괜찮은 것 아니야?” 위로해 준답시고 섣불리 말했다가는 긁어 부스럼 만들기 십상이다. 국내 대학 연구팀이 여대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체질량지수(BMI)가 정상인 여학생 중 무려 93.5%가 자신의 몸매가 불만이라고 대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몸매에 대한 여성의 바람에는 한이 없는 것이다.

몹쓸 감수성 두 번째는 ‘실시간 비교 체험’이다. 다른 데서 휴가를 보내는 친구나 이웃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사진을 공유하며 서로 비교하고 부러워한다.

무엇을 하며 즐기는지 생중계되는 가운데 아내는 자신의 휴가지에서 남의 여행에 더욱 달뜬다. 매우 특별한 곳에서 휴가를 보내는 친구가 있다면 그 일거수일투족에 반응하며 예민해진다. 남편이 보기에 아내는 온종일 휴대전화의 노예다. 뾰로통하다가도 셀프 카메라를 찍을 때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해 보이는 미소를 짓는다.

마지막으로, 감수성 외에 몹쓸 현실감 하나. 남편이 돈을 쓰려 할 때마다 “쓸데없는 지출”이라며 말린다. 작은 돈에 민감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평소 짜게 굴다가 휴가지에선 펑펑 쓰려는 남편에 대한 반감일 수도 있다.

이래저래 예민해진 아내에게 “이것 봐! 내가 뭐라고 했어?”라고 해봐야 반발심만 커지게 마련이다.

이미 떠난 휴가에서 바꿀 수 있는 것은 ‘기분’뿐이다. 다소 다투었더라도 돌아올 때에는 “재미있었다”고 먼저 분위기를 바꿔 보는 것도 좋겠다. 휴가 마지막 날, 집에서 편히 지내며 과일을 먹는 여유를 함께 누릴 수 있다면 그런대로 괜찮은 휴가를 보낸 셈이니까 말이다.

한상복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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