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 자본주의' 돈만 아는 세상에 또다른 풍요 일깨워

정승욱 입력 2015. 8. 1. 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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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타니 고스케, NHK히로시마 취재팀 등 지음/김영주 옮김/동아시아/1만5000원
숲에서 자본주의를 껴안다-산촌자본주의 가능한 대안인가 유토피아인가?/모타니 고스케, NHK히로시마 취재팀 등 지음/김영주 옮김/동아시아/1만5000원

현대자본주의는 ‘돈’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서구식 ‘머니자본주의’다. 그간 이 경제체제는 수많은 병폐를 안고 있음을 그간 역사를 통해 목도해 왔다. 신간 ‘숲에서 자본주의를 껴안다’는 화폐 중심의 현대자본주의의 병폐를 해소하는 나름의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 책은 일본의 NHK히로시마 취재팀이 취재한 내용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취재팀은 2011년 여름 한 산촌의 ‘지나치게 활기찬 아저씨들’의 행동을 취재했다. 

아저씨들은 ‘산촌자본주의(里山資本主義)’라는 단어를 만들어냈다. 이들을 대상으로 1년 반에 걸쳐 취재·제작한 뒤 방영됐다. 결과는 대호평이었다. 이 책은 현재 일본에서 가장 인기리에 팔린다. 산촌자본주의란 돈이 최우선이 아니라는 발상의 전환에서 시작된다.

산림자원이 풍부한 산촌에서 스스로 연료를 조달하고 생필품을 마련하는 식으로 생활을 자립한다. 돈에 최대한 의존하지 않는 일종의 서브시스템이다. 에너지 자원과 식량 등을 자체 조달하고 비상 시 백업시스템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 산촌자본주의의 핵심이라는 것. 돈을 많이 벌어 노후를 대비하는 방식이 아니라 개인 지출을 줄이면서 지역 내 화폐 순환으로 지역경제를 활성화시켜 자급하는 방식이다.

그렇다면 산촌자본주의는 얼마나 현실적이고 가능할까. 취재팀은 일본 오카야마현 마니와시에서 실제 산촌생활을 하고 있는 시민들을 집중 소개했다. 취재팀에게 산촌 사람들은 모두 만족한다고 답했다. 산에서 나는 목재를 쓰는 친환경스토브는 취사와 난방까지 해결한다. 석유나 가스 등의 에너지를 쓰는 날도 적어졌다. 에너지 절약으로 광열비 등의 지출도 줄었다. 서로 텃밭에서 기른 채소를 나누며 이웃과 유대를 강화할 수 있다. 치열한 경쟁이 아닌 화합과 공존의 생활을 체험한다. 아이들은 인근 학교에서 맘껏 놀고 여가시간에 공부한다. 유유자적한 삶이 그려진다.

물론 “모두 시골로 돌아가서 농사짓는 삶을 살아야 하는가”라는 비판도 나온다. 현대사회 이전 농촌의 자급자족 생활로 돌아가자는 주장도 아니다. 지금의 현대 경제체제를 등지자는 것도 아니다. 다만 숲이나 인간관계 등 돈으로 살 수 없는 자산에 첨단기술을 더한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안정적인 삶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최대 번화가인 도쿄 긴자 빌딩 옥상에서는 꿀벌이 날아다닌다. 그 꿀로 케이크를 만들어 판매하자 최고 인기 간식이 되었다. 세계 첨단 상품이 몰려드는 긴자 거리에 도시 꿀벌의 케이크가 팔리고 있는 것이다. 도시에서도 체험할 수 있는 산촌자본주의의 단면이다. 주변에 산과 밭이 없어도 지금의 생활을 조금만 바꾸면 가능하다는 것이다.

취재팀은 “모두가 다 시골로 가서 농사짓고 살라는 이야기가 아니다”면서 “산촌은 도시와는 다른 새로운 가능성이 열려 있다. 농사는 취미나 소일거리로도 가능하다. 편안한 노후를 보내기 위해서는 도시가 아닌 시골이라는 가능성도 배제하지 말자”고 강조한다. 글로벌 경제에 대한 논의만 떠받들지 말고, 촌스러운 방법론이 얼마든지 경제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은 보여준다. 이 책이 제시한 산촌자본주의가 일본의 고령화 등의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으로도 주목된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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