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 맞은 롯데가 분쟁] '부친 강력 의지로 해임' 드러나.. 신동빈 외통수 몰리나

유주희기자 2015. 8. 1.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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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주, 신격호 총괄회장 육성녹음·서명문서 공개동빈 회장측 주장과 달라 '거짓말' 비난 피할수 없을듯가족들도 동주 전 부회장 지지"녹취 의도·진위 의심스럽다" 롯데그룹측은 강력 반발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측이 공개한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육성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 치명타다. 그동안 신동빈 회장 측의 주장과 달리 신격호 총괄회장이 자신의 의지로 신동빈 회장 등을 해임했음이 입증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31일 신격호 총괄회장의 부친 제사에 모인 친족들 대부분이 신동주 전 부회장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기로 사실상 입장을 정리함에 따라 신동빈 회장은 힘겨운 싸움에 직면하게 됐다.

더욱이 최근 들어 신격호 총괄회장의 인지·판단 능력에 문제가 생겼다고까지 주장해온 신동빈 회장 측은 '거짓말'에 대한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공개된 녹음은 30일 신동주 전 부회장이 신격호 총괄회장의 집무실을 방문해 나눈 대화다. 녹음에 따르면 신격호 총괄회장은 신동빈 회장과 쓰쿠다 다카유키 일본 롯데홀딩스 사장을 직접 해임시키라고 지시했다. 녹음에서 신격호 총괄회장은 "쓰쿠다가 무슨 일을 하고 있나"라고 신동주 전 부회장에게 묻고 신동주 전 부회장이 "일본 롯데 사장을 맡고 있다"고 답하자 다시 "그만두게 했잖아"라고 되묻는다. 쓰쿠다 사장이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음을 알게 된 신격호 총괄회장은 격한 목소리로 "강제로 그만두게 해야지"라고 호통을 치기도 한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아키오(신동빈 회장)도 그만두게 했잖아"라고 덧붙인다. 역시 신동주 전 부회장이 "(신동빈이) 안 그만뒀다"고 설명하자 역시 격앙된 목소리를 낸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동빈이 아버지를 (일본 롯데홀딩스의) 대표이사에서 내려오게 했다"고 말하자 신격호 총괄회장은 "신동빈이? 그래도 가만히 있을거냐"고 묻는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 28일 롯데홀딩스 이사회를 열고 아버지의 강제 퇴진을 결정한 바 있다.

롯데그룹은 그동안 신동주 전 부회장이 고령의 신격호 총괄회장을 27일 일본으로 데려갔으며 판단이 흐려진 신격호 총괄회장이 신동빈 회장과 쓰쿠다 사장 등 롯데홀딩스 이사진을 해임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판단 능력에 이상이 없으며 신격호 총괄회장이 신동빈 회장을 몰아내겠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주장해왔다.

육성 녹음과 함께 신동주 전 부회장을 한국 롯데 회장으로 임명한다는 내용의 신격호 총괄회장 서명 문서까지 공개되면서 신동빈 회장은 완전한 수세에 몰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신동빈 회장 측은 지금까지 신격호 총괄회장이 자신을 지지한다는 어떤 증거도 내놓은 적이 없다. 게다가 아버지의 판단 능력을 절하하는 불효를 저지른 셈이 됐다.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이 녹음을 통해 공개한 대화는 롯데 일가들이 지금까지 밝힌 내용과도 얼추 맞아떨어진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동생인 신선호 일본 산사스 사장은 31일 서울 성북동 신동주 전 부회장의 자택에서 치러진 부친의 제사에 참석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신격호 총괄회장은 신동빈 회장으로부터 회사 경영권을 탈취당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신선호 사장은 특히 "신격호 총괄회장은 한일 롯데의 최종 후계자가 장남인 신동주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신동빈 회장이 경영권을 가져갔던 지난 1년 동안의 일을 모르고 있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녹음이 조작된 것이 아니라면 지금까지 신동빈 회장 측의 설명은 거짓이 된다. 이와 관련해 한국 롯데그룹은 녹음이 공개된 직후 즉각 반박 자료를 통해 "경영권과 전혀 관계없는 분들에 의해 차단된 가운데 만들어진 녹취라 의도가 의심스럽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또 "신격호 총괄회장의 의중이 경영 전반에 매우 중요한 부분이긴 하지만 상법상 원칙을 벗어난 의사결정까지 인정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이어 "정상적인 상황이 아닌 신격호 총괄회장을 다른 이들의 접근으로부터 차단한 상태에서 유도심문 하듯이 이뤄진 대화"라며 "객관적이지도, 공정하지도 않다"고 비판했다.

유주희기자 ginger@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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