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아파트 값 6년 새 두 배로 ..'보금자리 로또' 터졌다

황정일.강정현 2015. 8. 1.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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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권 세곡·우면·내곡지구에 무슨 일이
분양 때부터 반값 아파트로 불린 서울 강남권 보금자리주택이 본격적으로 주택 거래 시장에 나온다. 다음달부터 순차적으로 전매제한 기간이 끝나 거래가 가능해지는 강남구 세곡지구 보금자리주택은 분양가의 두 배가 넘는 수준에서 매물이 나온다. [강정현 기자]

1994년 결혼 직후부터 서울 정릉동 등지의 다가구주택에 살며 내 집 마련 꿈을 꿔 온 장선우(가명·54)씨. 벌이가 시원치 않은 영업용 트럭을 몰면서 애 둘을 키우느라 살림은 넉넉지 못했지만 장씨는 결혼 직후부터 15년간 한 번도 빼먹지 않고 청약저축을 부었다. 매달 10만원씩 15년간 부은 돈은 총 1800만원. 그런 그에게 2009년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당시 정부는 서민의 내 집 마련을 돕기 위해 값싼 중소형(전용면적 85㎡ 이하) 공공주택을 내놓기로 했다. 이름은 ‘보금자리주택’으로 지었다. 정부는 보금자리주택을 짓기 위해 서울과 서울 인근의 위치 좋은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를 해제하고 택지조성 공사를 시작했다. 땅값이 싼 그린벨트에 들어서는 만큼 분양가는 주변 시세의 50~70% 선으로 저렴한 편이었다.

 공급 대상은 무주택이면서 월소득이 400만원 이하 가구였는데 장씨가 딱 여기에 해당됐다. 그는 2009년 하반기 보금자리주택 1차 사전예약 신청 때 생애최초 특별공급 물량에 당첨됐다. 그리고 2012년 드디어 서울 강남구 세곡지구의 보금자리주택에 입주했다. 장씨는 “18년여 만에 이룬 꿈”이라며 “입주 당시 로또에 당첨된 것처럼 기뻤다”고 전했다.

 그런 그가 요즘 밤잠을 설친다. 보금자리주택의 거래를 제한하는 전매제한 기간이 이달 말로 끝나기 때문이다. 다음 달부터 집을 팔 수 있는데 현재 시세는 분양가의 두 배가 넘는 8억원대 후반. 장씨는 “당장 집을 팔 건 아니지만 나 같은 서민이 8억원이라는 목돈을 언제 만져보겠느냐”며 “생각만으로도 설레고 긴장된다”고 말했다.

 장씨가 살고 있는 세곡지구는 이명박 정부가 2009년 도입한 보금자리주택 시범사업지 중 한 곳이다. 정부는 당시 세곡지구와 서초구 우면동 일대 우면지구, 경기도 하남시 미사지구(지금의 미사강변도시), 고양시 삼송지구 등 4곳을 시범사업지로 선정했다. 그린벨트였던 만큼 땅값이 저렴해 분양가가 싼 게 특징이었다.

 특히 강남권 보금자리주택지구인 세곡지구와 우면지구, 이후 개발된 2차 보금자리주택지구인 강남구 세곡2지구와 서초구 내곡지구 보금자리주택은 분양가가 주변 시세의 절반 수준이어서 당시 ‘로또’로 불렸다. 그러다 보니 주택청약 경쟁도 치열했다. 2009년 말 첫 사전분양 신청 땐 청약 접수 첫날(무주택 5년 이상 청약저축 납입액 1500만원 이상) 세곡지구는 3.2대 1, 우면지구는 2.4대 1의 경쟁률로 마감됐다.

 공공주택은 청약저축 납입액 순으로 당첨자를 가리는데 세곡지구의 84㎡형(이하 전용면적) 청약 당첨 커트라인(최저 납입액)은 1754만원이었다. 15년간 전세를 살면서 매달 10만원씩 챙겨 넣었던 장씨도 겨우 당첨될 수 있었다. 우면지구 84㎡형도 커트라인이 1556만원으로 꽤 높았다.

 청약 때부터 경쟁이 치열했던 만큼 현재 시세는 그야말로 ‘로또’다. 분양가에 분양가만큼의 웃돈이 형성돼 있다. 다음 달부터 전매제한이 풀리는 세곡지구 LH푸르지오 아파트 분양가는 3.3㎡당 1000만~1100만원 정도였으나 지금 시세는 3.3㎡당 2500만원 이상을 호가한다. 세곡지구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사장은 “전매제한 종료 시점이 다가오면서 매물이 하나둘 나오고 있다”며 “전매제한이 풀리면 매물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호가는 강세”라고 전했다.

 우면지구 3단지와 5단지 84㎡형 분양가는 4억~5억원 정도였는데 지금은 8억5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6억원대에 분양된 중대형(85㎡ 초과) 아파트인 우면지구 서초참누리에코리치 118㎡ 시세는 현재 10억5000만원을 호가한다. 인근 다음공인 정미래 사장은 “매물이 달려 줄을 선 대기 수요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세곡2지구, 내곡지구도 마찬가지다. 연말부터 순차적으로 전매제한이 풀리는 내곡지구에선 현재 84㎡형이 8억원 후반대에 나온다. 이곳 역시 분양가에 분양가만큼의 웃돈이 붙어 있다.

 이 같은 아파트 값 상승엔 ‘강남권’이라는 지역적 특성이 한몫했다. 세곡·세곡2지구는 행정구역상 강남구이면서 대치동 학원가는 물론 강남구 내 각종 편의시설을 차로 5분이면 이용할 수 있다.

 우면지구·내곡지구 역시 서초구에 속해 있고 강남역 일대가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다. 개발 호재도 있다. 우면지구 바로 앞에는 삼성전자 우면R&D센터가 들어서고, 세곡·세곡2지구 옆엔 KTX 수서역이 생긴다. 내곡지구는 신분당선이 지난다. 분양마케팅회사인 내외주건의 정연식 부사장은 “강남권 보금자리주택지구는 경부고속도로·서울외곽순환도로까지 인접해 있어 주거지로는 최적”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쾌적한 주거환경은 덤이다. 대모산(세곡·세곡2지구)과 청계산(우면·내곡지구)에 둘러싸여 있어 한여름 폭염에도 에어컨을 거의 틀지 않아도 될 정도다. 또 다른 세곡지구 주민인 김모(44·직장인)씨는 “최근 무더위가 이어졌지만 아파트 뒤편 대모산에서 불어오는 산바람이 시원하고 쾌적해 에어컨도 틀지 않았다”며 “서울 도심에 살 때와는 삶의 질이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아파트 값이 이미 많이 올랐지만 더 오를 것이란 기대감도 크다. 우면지구를 제외하면 사실 택지개발사업이 다 끝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아직 곳곳에는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고 번듯한 상가조차 없다. 세곡지구만 해도 편의시설이라고는 단지 내 상가에 입점한 커피숍이나 편의점, 세탁소, 작은 할인마트 정도가 고작이다. 근린상가는 이제 건립되고 있다. 여기에 아파트 거래도 많이 제한돼 있다. 전매제한 기간이 남아 있는 단지가 수두룩하다. 신한금융투자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택지개발사업이 마무리돼 편의시설 등이 갖춰지면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강남 변두리여서 아파트 값이 오르기엔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현재 시세만 보면 강남권 도심인 대치·도곡동(3.3㎡당 3000만~3500만원)이나 반포동(3.3㎡당 3500만~4000만원)에는 한참 못 미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주택업체 임원은 “입지 여건이나 주거환경이 아무리 좋더라도 교육환경이 떨어지면 가격 상승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사실 이 같은 논쟁은 장씨와 같은 보금자리주택 입주민에게 큰 의미는 없어 보인다. 장씨는 “오직 내 집 마련을 꿈꾸며 10년, 20년을 어렵게 살아 온 만큼 지금의 보금자리를 잘 지키고 가꿔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내곡지구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오랜 기간 내 집 마련을 기대한 실수요자들이고, 주거 만족도가 상당히 높아 전매제한이 풀리더라도 매물이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당분간은 이처럼 무주택 서민에게 강남권 등지에서 내 집 마련과 부(富)를 안겨줄 로또가 등장하기 힘들 것 같다. 보금자리주택은 이미 용도 폐기됐고, 정부의 주택정책 기조 역시 ‘소유’에서 ‘임대’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주택 서민의 주택에 대한 지향점도 정부처럼 바뀔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S BOX] 보금자리주택 2013년 용도 폐기 … 행복주택·뉴스테이에 바통

보금자리주택 사업은 2009년 시작돼 2018년까지 150만 가구를 공급하기로 하는 이명박 정부의 장기 주택정책이었다. 2012년까지 54만 가구가 사업 승인을 받았는데 당초 취지와 달리 소유권이 이전되는 분양 아파트가 40% 이상을 차지했다.

 정부가 싼 값에 분양 아파트를 공급하면서 민간 주택건설회사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나왔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줄곧 주택시장이 침체한 상황에서 값싼 보금자리주택을 기다리는 수요로 기존 주택 거래가 위축되고 전셋값만 치솟는다는 불만도 주택 업계를 중심으로 많았다. 이 같은 비판 속에 정권이 바뀌면서 보금자리주택은 2013년 용도 폐기됐다.

 박근혜 정부는 보금자리주택 대신 핵심 주거복지 공약이었던 ‘행복주택’과 ‘뉴스테이’를 내놨다. 보금자리주택이 값싼 분양아파트였다면 행복주택과 뉴스테이는 젊은층·중산층 등을 위한 맞춤형 임대주택이다. 대학생 등을 위한 행복주택은 지난달 처음으로 847가구가 분양됐는데 평균 10.4대 1, 최고 80.2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중산층을 겨냥한 임대주택인 뉴스테이는 이번 달 인천에서 첫 분양 물량이 나온다. 정부는 2017년까지 전국에서 14만 가구의 행복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다. 그러나 서울 양천구 목동지구가 주민 반대로 무산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글=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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