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칼럼] 익명성 믿고 던지는 반말은 무서운 흉기

2015. 8. 1.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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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회룡 기자]
박진형</br>에듀업평생교육원</br>정보통신학과 4학년

필자는 고객으로부터 음식 주문을 받아 식당에 전달해 주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전화를 받으면 “안녕하십니까? 생활을 바꾸는 ○○사의 박진형입니다”고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여기 어디어디인데 짜장면 두 그릇. 빨리 보내줘” 같은 반말이기 일쑤다. 다짜고짜 욕부터 하는 사람, 이유를 밝히지 않고 환불을 해달라고 우기는 고객도 많다. 길에서 만나면 점잖은 시민의 한 사람일 게 분명한 이들이 유독 전화상담원에게 불친절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익명성 때문이다.

 사람은 심리학적으로 자신의 정체가 드러나지 않으면 얼마든지 잔인해질 수 있다고 한다. 미 스탠퍼드대 필립 짐바르도 교수는 실험에 참여한 사람들을 2개 그룹으로 나눈 뒤 번갈아 가며 상대 그룹에 전기충격을 가하도록 했다. 처음에는 두 그룹이 서로 얼굴을 볼 수 있고, 이름도 알려주도록 한 뒤 실험을 실시했다. 반면 두 번째 실험에선 전기충격을 가하는 그룹의 얼굴을 두건으로 가렸다. 실험 결과는 놀라웠다. 익명집단이 실명집단보다 2배 이상의 전기충격을 상대방에게 준 것으로 나타났다. 익명성이 보장되면 인간의 폭력성도 강해진다는 걸 보여준 것이다.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한 식당업체 사장이 전화를 걸어 “당신네 회사 광고 수수료가 너무 비싸다”며 목청을 높였다. 아르바이트 상담원에 불과한 내가 수수료를 낮춰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제 권한 밖의 일”이라고 설명했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수수료를 내려달라고 우겼다. 육두문자까지 섞어가며 10분 넘게 떼를 쓴 그는 “박진형 씨, 당신 회사에서 해고당하게 만들 거야”라며 협박까지 했다. 그와 내가 전화통화가 아니라 얼굴을 보며 얘기하는 상황이었다면 이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익명성은 이런 공갈협박을 넘어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무섭다. 특히 익명성이 강하게 보장되는 사이버 공간이 범죄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명예훼손이나 스토킹, 성폭력 등 유형도 다양하다. 또 SNS와 포털사이트를 통해 정보가 활발하게 유통되므로 무수한 공범자가 양산될 수 있다. 문제는 익명성 때문에 가해자를 찾아내 처벌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인터넷을 이용하는 네티즌 한 사람 한 사람이 인간에 대한 예의를 지키는 자세가 중요하다. 영화 ‘할로우 맨’의 주인공 카인은 투명인간이 돼 완벽한 익명성을 보장받자 평소 좋아하던 여자를 성추행하고 동료를 거리낌없이 살해한다. 현실도 다를 바 없다. 많은 연예인이 정체불명의 네티즌들이 올리는 악성 댓글에 상처받은 끝에 목숨을 끊었다. 세월호 침몰로 자식을 잃은 유가족들 역시 익명으로 날아드는 악플에 또 한 번 극심한 고통을 당해야 했다. 전화기 너머로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 아무 생각 없이 두드린 키보드 일타(一打)가 상대방의 가슴을 찢는 흉기가 될 수 있는 세상이다.

박진형 에듀업평생교육원 정보통신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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