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M출동] 공짜 바람 찾아 전전.. '폭염 난민'들의 힘겨운 여름나기
[뉴스데스크]
◀ 앵커 ▶
폭염이 기승을 부릴 때 가장 먼저 찾는 게 시원한 에어컨 바람인데요,
냉방시설이 갖춰진 집이나 일터가 있다면 아무런 문제 없겠지만,
형편이 어려운 노인들이나 노숙인들은 더위를 피해 곳곳을 전전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른바 '폭염 난민'들의 더위 피하기 백태, 윤성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정오 무렵, 서울 종로의 한 패스트 푸드점입니다.
폭염을 피하기 위해 몰려든 노인들로 발 디딜 틈이 없습니다.
[노인]
"더워서 오는 거죠. 더우면…. 노인네들 솔직히 전철은 공짜니까."
손에는 한결같이 한 개에 오백 원하는 아이스크림이나 천 원짜리 커피가 들려 있습니다.
아무것도 주문하지 않고 매장에 앉아 있기 머쓱해, 가장 싼 메뉴를 고르는 겁니다.
어차피 공짜 바람이 목적, 한 번 앉으면 서너 시간은 기본입니다.
[노인]
"아이스크림 5백 원짜리 하나 시켜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있다 가는 사람들이 많아요."
옥신각신 끝에 쫓겨나는 경우도 상당수.
매장 측은 난감함을, 노인들은 섭섭함을 토로합니다.
[패스트푸드 매장 직원]
"자기들이 안 나가겠다고 하는데…. 그냥 무시하고 있죠."
[노인]
"늙은이들 안 비켜주면 와서 내쫓고 그랬어."
반면, 바로 옆 커피숍에서는 노인들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삼사천 원하는 커피 값에 부담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아이스크림 값도 없는 노인들은 공원 그늘 밑에서 힘겹게 더위를 피합니다.
[노인]
"(패스트 푸드점 가면) 몇 푼 주고 먹어야 하니까 부담이 되는 입장이야. 밥 한 그릇 먹으면 그걸로 입 닦는 거지."
노숙인들에게도 폭염이 힘겹기는 마찬가지.
서울시가 운영하는 무더위 쉼터는 종일 북새통입니다.
7월 이후 방문자가 두 배가량 늘었는데, 에어컨 바로 앞 명당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아침마다 전쟁입니다.
[박상병/서울시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 팀장]
"좋은 자리 차지하기 위해 줄을 서고 계신데, 그 줄이 너무 길게 이어져서.."
찜통더위는 8월 초순이 지나야 풀릴 전망이어서 이른바 '폭염 난민'들의 힘겨운 여름나기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입니다.
MBC뉴스 윤성철입니다.
(윤성철 ysc@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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