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차남 신동빈, 아버지 판단능력에 흠집내는 이유는?

이효상 기자 2015. 7. 31.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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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93)은 아들들의 경영권 다툼에 침묵을 지키고는 있지만 차남인 신동빈 한국 롯데 회장(60)에게는 등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신동빈 회장과 한국 롯데 측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판단능력에 문제를 제기하며 아버지와의 전선을 명확히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경우에 따라 신격호 총괄회장의 판단능력을 묻는 법정싸움으로 사태가 진화할 수도 있다는 전망을 제기하고 있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 부회장(61)은 지난 29일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신격호 총괄회장이 “이 인간(신동빈 회장)을 쫓아내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의중이 담긴 말이지만, 신동주 전 부회장의 신동빈 회장에 대한 반감도 함께 읽힌다.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은 ‘아버지의 의지’를 연일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신격호 총괄회장은 신동빈 회장이 중국사업에서 1조원 적자를 내고 지난 15일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가 된 것에 대해 격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신격호 총괄회장은 집무실인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4층에 신동빈 회장과 그의 측근들이 접촉하는 것을 전부 차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신동빈 회장과 한국 롯데그룹 측은 30일 반박 자료를 통해 “신동주 전 부회장과 일부 친족들이 고령으로 거동과 판단이 어려우신 총괄회장님을 임의로 모시고 가 구두로 해임발표를 유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격호 총괄회장이 작성한 일본 롯데홀딩스의 이사 교체 지시서 및 그 판단과정을 부정한 것이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결정에 대한 한국 롯데그룹 측의 이 같은 반응은 불과 반년 전 신동주 전 부회장이 롯데홀딩스 이사직에서 해임됐을 때와는 사뭇 다르다. 지난 1월 신동주 전 부회장이 롯데홀딩스 이사직에서 해임된 사실이 보도되자 재계에서는 “신동주 전 부회장을 해임할 수 있는 사람은 신격호 총괄회장 밖에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언론을 통해 주장한 내용 역시 당시의 결정이 신격호 총괄회장의 의사결정이었음을 뒷받침한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롯데의 인사는 창업 이후 회장이 전부 결정해왔다”고 말했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당시 결정은 ‘일본 롯데는 신동주, 한국 롯데는 신동빈’이라는 롯데그룹의 오래된 후계구도에 첫 균열을 일으킨 결정이었지만 롯데그룹에서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었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고령을 감안하더라도 불과 6개월전의 판단능력과 현재의 판단능력에 중대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긴 어렵다. 만약 신격호 총괄회장의 판단능력에 문제가 있다면 지난해 말 결정과 현재의 결정 모두에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신동주 전 부회장에 따르면 신격호 총괄회장이 신동빈 회장에 등을 돌린 계기는 중국사업의 손실 보고를 누락했기 때문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아키오씨(신동빈 회장의 일본명)는 중국사업을 시작으로 한 한국롯데의 업적 부진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국 롯데그룹 측은 중국사업에 대해 신격호 총괄회장에게 수차례 보고를 했다는 입장이다. 이 역시 신격호 총괄회장의 직무 능력에 대한 문제제기와 맞닿아 있다.

일각에서는 신동빈 회장 측이 법원에 신격호 총괄회장에 대한 성년후견 심판 청구를 고려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본 롯데홀딩스의 주주총회는 현재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는 신동빈 회장 측이 우호지분을 충분히 확보했다는 확신을 가진 후에야 개최될 수 있다는게 중론이다. 신동빈 회장으로서는 우호지분 확보가 예상대로 진행되지 않거나 속도가 더뎌질 경우 시간을 벌기 위해서라도 신격호 회장에 대한 성년후견심판을 청구할 수도 있다.

성년후견심판은 가정법원이 질병이나 노령의 사유로 인해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결여된 사람의 후견인 지정이 필요한지 여부를 판가름하는 재판이다. 심판 청구는 본인이나 배우자 4촌 이내 친족 등이 할 수 있다. 성년후견인으로 지정된 사람은 재산관리부터 신상보호까지 맡게 되는만큼 누가 후견인에 지정되는지에 따라 지분싸움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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