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우한: '짜요', '간바레'만 있고 '파이팅'은 없다

윤진만 2015. 7. 31. 12:2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포포투=우한(중국)]

장면 #1

우한스포츠센터 훈련장의 광고판은 온통 일본 기업명이 도배했다. 일본 마케팅 기업 '덴쓰(dentsu)'가 2021년까지 동아시안컵의 글로벌 마케팅 및 미디어 권리를 모두 갖고 있어 자연스럽게 아사히신문, 혼다, 기린, 도시바, TOTO와 같은 일본 기업이 후원사로 붙었다.

30일 저녁 7시 우한스포츠센터 보조구장에서 훈련한 일본 여자대표팀은 친숙한 광고판과 다수의 일본인 직원들에 둘러싸여 먼 타지에서도 자기 안방처럼 편안히 훈련했다. 훈련 시간도 전날 오전 10시에서 오후 7시로 옮긴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는 아무래도 '스폰서'의 힘이 작용하지 않았을까?

장면 #2

일본 다음으로 중국 여자 선수들이 같은 훈련장에서 발을 맞췄다. 대표팀 버스에서 내리기 전 산책 중이던 우한 시민들이 버스에 새겨진 중국 국기를 보고 하나둘 모여들었다. 얼마 전 캐나다여자월드컵에서 선전한 여자 대표팀이라는 사실을 안 시민 한 명이 버스 안을 향해 '짜요(힘내)'를 외치자 짜요가 비눗방울처럼 퍼졌다. 한 시민은 하오웨이 여자팀 감독에게 사인을 받았다.

기자회견장에는 동아시아연맹 엠블럼이 박힌 티셔츠 차림의 스태프와 절대다수 취재진이 모두 중국인이었다. 어딜 가나 중국어가 들렸다. 표지판도 중국어(약간의 영어)였고, 기자회견도 중국어가 기준이었다. 심지어 지나가는 직원 몇몇이 <포포투>에게 중국어로 대화를 시도했다.

# 그런데 대한민국은?

이와 달리 우한에서 한국 대표팀은 겉으로 드러나지 못한다. 같은 숙소를 사용하는 북한 대표팀이 뭘 하는지 각자의 방 안에서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고 하니, 대회 전체를 놓고 볼 때 남북한 2개 팀이 모두 '방콕' 중이다.

대회 조직위위원회가 전달한 훈련 일정을 변경하고자 하면 무시당하기 일쑤다. 전날 변동된 스케쥴이 대표팀에 갑작스레 전달되기도 한다. 한국은 31일 남자팀의 훈련 시간을 밤 10시로 잡아 의사를 전달했지만, 저녁 6시에 진행하라는 답만 들었다.

한국 남자팀은 31일 오전 11시 10분 우한톈허공항에 도착했다. 짐 찾고 1시간여를 이동해 숙소에 도착한 뒤, 짐을 풀고 식사하는 등의 일정은 잠시 눈 붙일 시간도 없이 다시 훈련장으로 이동하는 강행군이었다. 우한 시내가 사시사철 교통체증이 극심해 시간이 빠듯하다.

경기 일정도 개최국 위주다. 중국은 남녀팀 모두 한국, 북한, 일본과 차례로 경기한다. 한국, 북한과 경기 시간은 밤 9시(현지 기준), 일본전은 8시 10분이다. 한국이 일본, 북한과 경기를 각각 저녁 6시 20분과 5시 10분에 치르는 것과 대조적이다. 우한의 찜통더위에서 저녁 2~3시간은 하늘과 땅 차이거늘.

대한축구협회의 한 관계자는 "조직위와 협조가 잘 안 이뤄진다"고 한숨을 내쉬었고, 윤덕여 여자팀 감독은 "개최국이니까 뭐..."라고 말끝을 흐렸다.

한국은 초대 대회부터 빠짐없이 참가 중이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부회장을 맡은 동아시아축구연맹의 당당한 일원이다. 하지만 우한 취재 이틀째, 동아시안컵으로부터 받은 인상은 한국이 꼭 '초청팀' 같다는 것이다. 대회를 주최하려고 그냥 데려다 놓은 팀.

일본이 주도하고, 중국이 개최국 지위를 누리는 이곳에서 '간바레'와 '짜요'는 들리고 보이지만, 어디에도 한국 남녀를 향한 '파이팅'은 없다. 한국이 할 수 있는 거라곤 조용히 경기를 준비하는 것뿐이다. AFC챔피언스리그와 닮았다. 무안한 관중 수, 행방불명 TV 중계, 그러나 강팀 출전.

윤덕여 감독은 "경쟁력 있는 아시아 팀과 대회를 치러 기쁘다. (동아시안컵이) 월드컵, 아시안컵보다 비중이 낮은 대회지만 한 경기 한 경기가 우리에겐 소중하다. 여자 축구의 새로운 도약의 계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글=윤진만, 사진=FAphotos, 포포투

[포포투 에디터 추천]

- [uk] 프레시즌 평가전 결과? 그게 뭔데?- [uk] EPL 따라 분데스리가도 '머니 리그'- '빅2'가 부릅니다, '빅매치란 이런 것'- [uk] 감독의 황태자: 그들은 누구인가- 거짓말의 발명: 축구에선 흔한

월드 No.1 풋볼 매거진...포포투 한국판☆☆포포투 한국판 페이스북 페이지☆☆

[Copyrights ⓒ 포포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포포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