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성추행 '2년전' 알았던 서울시교육청, 눈감아줬나

최민지|이정혁 기자|기자 2015. 7. 31.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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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상으로 알렸어도 성추행은 시교육청이 적극 개입했어야"

[머니투데이 최민지 기자, 이정혁 기자] ["유선상으로 알렸어도 성추행은 시교육청이 적극 개입했어야"]

서울의 한 공립고등학교에서 2년간 교사 5명에 의한 성추행이 발생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서울시교육청의 초동 대처가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제의 학교장은 최초 성추행 사건이 터진 당시 비공식적이긴 하나 교육당국에 유선상으로 보고를 했다고 밝혔으나, 시교육청은 파악조차 못하고 있어 이를 사실상 눈감아 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31일 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A고교에서 처음 발생한 성추행은 교원 간 일어난 것으로 가해자인 남교사가 전근 발령 받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가해 교사에 대한 별도의 징계는 이뤄지지 않았다.

사건은 지난해 2월 노래방에서 회식 중 벌어졌다. 남자 교사사가 술에 취한 상태로 동료 여교사에게 신체접촉을 시도했으며, 이 과정에서 피해자는 상당히 거세게 저항했다. 피해 교원은 사건이 일어난 즉시 교장에게 문제를 제기했고, 피해자가 원하는 대로 가해 교원은 지난해 3월부터 휴직에 들어갔다. 결국 올 3월1일부로 다른 학교에 전출됐다.

A고교는 2013년에 첫 신입생을 받은 학교이기 때문에 가해 교사의 근무기간은 1년 남짓하다. 1년 전후로 근무한 교원이 전근할 경우 시교육청의 '중등교사 비정기 전보사유' 규정에 해당돼야 한다. A고교 교장은 머니투데이와의 전화인터뷰를 통해 "가해 교원을 전근 배치하는 과정에서 교육청하고 '유선'으로 연락했다"고 말했다.

교장의 주장대로라면 시교육청이 성추행 사건을 알고도 묵인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교 관계자는 "고등학교는 초·중학교와 달리 인사 관련 업무를 시교육청 본청에서 직접한다"며 "교장이 인사내신권은 있지만 교사 전근까지 임의로 처리할 수 없어 시교육청에 어떤 식으로든 사건을 알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남 시교육청 감사관은 전날 기자단 백브리핑을 통해 "학교장 말고 지원청이나 본청에서 언제 파악했는지와 실제 보고가 됐는지 여부는 현재 확인 중"이라면서 "(학교장이) 단호하게 처리했으면 교사들이 그걸 보면서 경각심이 생기는 만큼 이런 심각한 수준까지 안왔다"고 밝혔다. 김 감사관은 "학교장이 일련의 사건을 어떻게 처리해왔는지를 중요하게 조사하고 있다"며 "제대로 처리를 안 하고 미온적으로 대처했거나 축소 또는 은폐했다면 응분의 책임도 묻겠다"고 뒤늦게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시교육청이 학교장의 성추행 사건 보고 여부를 떠나 교육계 사상 초유의 성추문 사태를 사전에 인지,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시교육청은 최근 3년간 이 학교에서만 유독 지속적으로 성범죄가 일어난 원인을 분석해 고강도 대책을 내놓기로 했지만, 이마저도 뒷북 대응이라는 지적이다.

시교육청 출신의 한 전문직은 "학교장이 유선으로 알렸더라도 '성추행' 사건인 만큼 시교육청이 애초부터 적극 개입했어야 했다"고 문제삼았다. 교장이 '비공식 보고'를 했더라도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감사관실과 인권센터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특별장학팀이 해당 학교에 급파됐다면 화를 키우지 않았다는 것이다.

최민지 기자 mj1@mt.co.kr, 이정혁 기자 utopi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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