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로 백두대간을.. 복숭아 350개에 행복했다

이윤기 2015. 7. 31.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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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자전거 국토순례⑤] 영덕에서 안동대학교까지 77km라이딩

[오마이뉴스 이윤기 기자]

YMCA 청소년 자전거 국토순례에 참가한 청소년들이 자전거를 타고 영덕에서 백두대간을 넘어 안동까지 달렸습니다. 백두대간에는 전문 자전거 라이더들이 실력을 견주는 미시령이나 한계령 같은 유명한 고개들이 있습니다만, YMCA 청소년들이 자전거로 넘어온 해발 355미터의 황장재나 해발 290미터의 가랫재도 아이들에게는 결코 만만한 고개가 아니었습니다. 

특히 바닷가에서 멀지 않은 해발 20여 미터의 영덕에서 출발하여 해발 355미터의 황장재까지 올라가는 길이 길고 완만한 오르막 구간을 40여km나 달려야 했기 때문입니다. 자전거를 타고 가보면 짧은 급경사 구간도 힘이 들지만 완만한 오르막 구간을 오래 달리는 것도 지독하게 힘이 듭니다. 영덕에서 안동까지 가는 길이 바로 후자의 그런 길이었습니다. 

오전 내내 자전거를 타면서 가파른 오르막이 없는데도 왜 이렇게 아이들이 힘들어 하는지 고민하였는데, 라이딩을 마치고 GPS 기록을 보니 이유가 한눈에 딱 드러나더군요. 바로 완만하고 긴 오르막이 발목을 잡았던 것이지요. 

 도로를 달리는 YMCA 청소년 자전거 국토순례단
ⓒ 이윤기
라이딩 넷째 날 아이들을 힘들게 한 것은 오르막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점심을 먹고 난 오후부터는 안동에서 영덕 방향으로 맞바람이 불기 시작하였습니다. 자전거 타는 라이더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오르막과 맞바람인데, 황장재를 지나 가랫재를 향해가는 오후 내내 서풍이 속도를 더 떨어뜨렸습니다.

오전 내내 오르막 길만 40km

하루 종일 완만하고 긴 오르막과 맞바람을 맞으며 백두대간을 넘어왔습니다. 아침 8시 20분 영덕국립청소년해양환경센터를 출발하여 안동대학교 교정까지 76.7km를 달려 오후 5시 30분 도착하였습니다. GPS에 기록된 휴식과 식사 시간을 제외한 순수한 라이딩 시간만 약 5시간이었습니다. 

영덕을 출발하여 안동으로 가는 라이딩 넷째 날 아침은 평소보다 30분 늦게 하루 일과가 시작되었습니다. 아침 6시 30분에 일어나 짐을 꾸려 트럭에 싣고 아침을 먹고 라이딩 준비를 마친 후 8시 30분에 안동을 향해 출발하였습니다. 백두대간을 넘어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출발하였는데, 출발부터 어려운 코스가 시작되었습니다. 

 오전내내 오르막 길을 달린 영덕 ~ 안동 대학교까지 라이딩 GPS 기록
ⓒ 이윤기
영덕국립청소년해양환경체험센터에서 영덕 읍내로 나가기 위해서는 800여 미터 되는 가파른 오르막길을 올라야 했습니다. 워밍업이 덜 된 상태로 출발하자마자 800여 미터 오르막 구간을 지나야 했기 때문에 끌바(자전거를 끌고가는 것)로 걷는 아이들이 속출하였습니다. 진행팀의 구간별 예상 시간은 출발부터 빗나가기 시작하였고, 점심 식사 장소까지 이동하는 시간만 해도 1시간 넘게 지체되었습니다. 



황장재까지 가는 길은 내리막길 없는 완만하고 긴 오르막과 짧은 평지가 끝없이 이어졌습니다. 긴 오르막을 달려 온 아이들은 황장재를 넘기 전에 이미 체력 소진되어 있었습니다. 해발 355미터의 황장재를 넘을 때는 50여 명이 넘는 아이들이 끌바로 고개를 넘어야 했습니다. 마치 수행하는 사람들처럼.



황장재를 지나 가랫재로 가는 길은 완만한 내리막길을 달리다 가파른 오르막 구간인 가랫재를 넘어야 하는 점입가경의 코스였기 때문에 똑같이 끌바로 넘는 아이들이 속출하였습니다. 황장재와 가랫재를 넘을 때마다 각 팀에서 후미로 뒤쳐진 아이들이 외인부대로 모였고 전체 순례단의 이동 속도는 더 떨어졌기 때문에 저절로 점심 시간도 늦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물을 찾아 몰려드는 아이들
ⓒ 이윤기
복숭아 350개 선뜻 내주신 지품면 신안리 이장님

하지만 힘든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따뜻한 격려를 받고 마음이 충만해지기도 하였습니다. 수백 명의 아이들이 땀 흘리며 자전거 타는 모습을 보고 냉장고에 있던 물병을 들고 나오는 할머니도 계셨고, 뙤약볕 내리쬐는 아스팔트까지 나와서 박수를 치며 격려해주시는 주민들도 많았습니다.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영덕군 지품면 일대에는 복숭아 밭이 많이 있었습니다. 자전거를 타고가는 길가 과수원에는 잘 익은 복숭아들이 주렁주렁 달려있었습니다. 이 길을 지나며 실무자들과 아이들은 일제히 "복숭아 하나 따 먹고 싶다"는 이야기를 주고 받았습니다. 

복숭아 밭이 많이 있는 지품면사무소 옆 지품초등학교에서 휴식을 하고 있는데, 신안리 이장님께서 복숭아 350개를 후원해주셨습니다. YMCA와 특별한 인연이 있는 분도 아니었고, 국토순례에 참가한 청소년 중에 연고가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아이들이 땀흘리며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짠해 선뜻 복숭아를 선물해 주신겁니다. 

 아이들의 열렬한 호응과 앵콜을 받은 여고생 댄스팀 공연
ⓒ 이윤기
"자전거 타고 몰려다닌다"고 욕하는 운전자들 때문에 힘 빠질 때도 있지만, 어린 청소년들이 자전거를 타고 부산서 서울까지 간다는 이야기만 듣고도 함께 감동하고 공감해주시는 분들 때문에 힘이 날 때도 있습니다. 숙소인 안동대학교 기숙사에서 지품면 신안리 이장님께서 선물해주신 복숭아를 간식으로 나눠먹으며 행복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YMCA 청소년 자전거 국토순례는 하루 종일 자전거만 타는 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숙소에 도착하면 저녁마다 다양한 레크레이션과 의미있는 프로그램이 진행되는데, 안동대학에서는 '안동하회별신굿 탈놀이 공연'을 관람하였습니다. 이날 공연에는 안동에서 활동하는 국가무형문화재(인간문화재) 세 분이 전국에서 모인 청소년들을 위해 공연을 후원해주었습니다.  

하지만 청소년들에게 더 인기 있었던 팀은 국가무형문화재 분들이 아니라 안동 길원여고 댄스 동아리 '소유' 팀들이었습니다. 여고생들로 구성된 '소유'팀이 등장하여 현란한 춤 동작을 선보이자 자전거 국토순례에 참가한 남자 청소년들은 마치 군부대 위문공연 같이 뜨겁게 호응해주었습니다. 아마추어 여고생 댄스 동아리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더군요. 

 국가무형문화재 세 분이 직접 출연한 '안동하회별신굿 탈놀이 공연'
ⓒ 이윤기
동해바닷가를 출발하여 하루 내내 50km가 넘는 오르막을 달려온 아이들의 피로를 또래 여고생 댄스 동아리 친구들이 한꺼번에 날려준 것이지요. 국가무형문화재 세 분이 참여한 '안동하회별신굿 탈놀이 공연'은 개인적으로 안동 여행을 와도 보기 어려운 수준 높은 공연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재미있어하는 여고생 댄스팀 공연의 흥겨운 재미에 국가유형문화재분들이 펼쳐주는 '안동하회별신굿 탈놀이 공연'이 의미를 더해준 뜻깊은 저녁 시간을 보냈습니다. 라이딩 다섯 째 날은 경북 안동을 출발하여 충북 괴산까지 가는 120여km의 최장거리 구간을 달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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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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