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퀵후크' 논란 언제까지 반복돼야 하나?

장강훈 입력 2015. 7. 3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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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서울 최재원선임기자]한화 선발 김민우가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BO리그 두산과 경기 4회말에 선두타자 오재원을 볼넷으로 내보내자 조인성이 마운드에 올라와 조언을 해주고 있다. shine@sportsseoul.com
[잠실=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한화는 왜 선발 투수를 일찍 내리나요? 퀵후크가 너무 많다고 말이 많던데….”

30일 잠실구장 입구에서 만난 한 야구팬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김성근 감독이 한화에 부임하면서 한화팬이 됐다는 그는 지난해까지 야구에 큰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김 감독의 프로 복귀는 한때 모 포털사이트가 ‘한화 이글스 공식 홈페이지’라는 비아냥을 들을 만큼 화제가 됐고, 지옥훈련을 시작으로 줄줄이 이어지던 뉴스에 호기심이 생겼다고 한다. 야구 규칙은 잘 모르지만, ‘마리한화’라 불릴만큼 흥미진진한 경기 전개에 빠져 수도권 원정을 올 때마다 구장을 찾는다고 했다.

이 팬에게 “한화는 어떻게 작년보다 많이 이기나요?”라고 물었다. 그는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경기 후반, 동점이나 역전에 성공하고 투수들이 추가 실점을 막아준 덕분”이라고 자신있게 답했다. 다시 한 번 물었다. “선발 투수를 일찍 내리는 게 그래도 걱정인가요?”

한화는 이날 김민우를 선발로 냈다. 3회까지 역투하던 김민우는 4회초 만루위기를 자처한 뒤 폭투로 선취점을 내줬다. 대승 뒤 대패를 당해 흐름상 선취점 싸움이 중요한 경기였는데, 적시타나 희생타가 아닌 폭투로 먼저 실점했다. 그러자 김 감독은 가차없이 김민우를 내렸다. 공식기록은 3.2이닝 2안타 2실점, 투구수 61개. 3실점 이하 선발투수를 6회가 끝나기 전에 교체하는 것을 ‘퀵후크’라고 규정한다면, 김민우는 분명 퀵후크 된 것이다.
[잠실=스포츠서울 최재원선임기자]한화의 박정진이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BO리그 두산과 경기 5회말 2사 만루서 상대 정진호를 투수 앞 땅볼로 처리하며 이닝을 마친 뒤 정근우의 격려를 받고 있다. shine@sportsseoul.com
53번째 ‘퀵후크’였다. 야구용어에 큰 관심없는 사람들은 ‘퀵후크’라면 그저 ‘선발 투수를 (5회 이전에) 일찍 내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경기 내용이나 전개, 감독의 의중, 팀 상황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퀵후크 때문에 불펜 투수들이 혹사당한다’ 정도로 이해해 버린다. 모 감독은 “언론에서 단편적인 정보들을 실시간으로 쏟아내면, 독자들은 글자 그대로 받아들이기 마련이다. 이 정보를 기준으로 팀을 판단해 버리니 감독 입장에서는 가끔 당혹스러운 얘기를 듣곤 한다”고 밝혔다. 한화의 퀵후크 논란도 마찬가지다. 53번째 퀵후크를 단행한 한화는 6회와 7회초 김경언의 연속타석 2타점 적시타로 0-2를 4-2로 뒤집었다.

지난 29일까지 퀵후크를 했을 때 27승 25패(승률 0.519)로 승률 5할에 2승을 보탰다. 퀵후크를 하지 않고 선발에게 맡긴 경기(20승 19패)보다 승률이 좋다. 투수 송은범은 “이길 경기는 선발을 일찍 내리더라도 끝까지 물고 늘어져 잡는다. 대신 지는 경기는 시원하게 버린다. 그게 감독님의 계산법”이라고 말했다. 초반부터 흐름을 내주거나 힘에서 밀리면 대량실점을 하더라도 투수진 소모를 최소화한다는 것이다. ‘퀵후크’와 대척점에 있는 ‘슬로후크’를 변형해 활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슬로후크는 투수가 던진 이닝과 실점의 합이 13을 넘거나, 9이닝 이상, 7실점 이상 던지게 하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잠실=스포츠서울 최재원선임기자]한화의 김성근 감독이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BO리그 두산과 경기 2-2 동점 상황 7회초 2사 만루서 김경언의 우중간 2타점 적시타로 4-2 역전에 성공하자 편한 얼굴로 경기를 보고 있다. shine@sportsseoul.com
투수들은 “감독님께서 철저히 계산해 투수를 활용하고 계신다. 힘들다고 말씀드리면 조절도 해 주신다”고 강변(?)했다. 아무리 얘기해도 ‘회사원에게 사장 욕하라면 할 수 있겠는가’라는 식으로 바라본다는 것이다. 가끔은 억울할 때가 있다는 것이다. 김 감독은 “1승이라도 더 해서 한 단계라도 순위를 끌어 올리면, 선수들의 연봉이 올라간다.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고, 한국시리즈 우승을 하면 연봉이 더 올라간다. 감독이 선수들에게 해 줄 수 있는 몫은 좋은 성적을 거둬 많은 연봉을 받게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퀵후크’ 때문에 밖에서는 시끄럽지만, 한화는 여전히 아래에 5개 팀을 두고 있다. 만년꼴찌팀이었다는 점을 떠올리면, ‘퀵후크’ 논란을 야기하는 것 자체가 배부른 소리가 아닐까.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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