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안컵] 허니문은 끝났다, 스스로 실험대에 올라야할 슈틸리케

임성일 기자 2015. 7. 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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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1일 중국 우한에서 열리는 2015 동아시안컵 축구대회에 출전하는 남자축구 대표팀의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28일 파주 축구대표팀 트레이닝센터(NFC)에서 선수들에게 훈련지시를 하고 있다.2015.7.28/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것은 지난해 가을이었다. 10월10일 파라과이, 14일 코스타리카와의 평가전을 통해 닻을 올린 슈틸리케호는 그해 11월 두 차례의 평가전을 더 치른 뒤 이듬해 1월 곧바로 ‘아시안컵’이라는 큰 바다로 나섰다. 슈틸리케 감독의 첫 실전이었는데, 성공이라 부를 수 있는 결과가 나왔다.

아시안컵은 월드컵 다음으로 큰 대회다. 그 빅 이벤트에서 슈틸리케호는 준우승을 차지했다. 비록 55년 만의 정상 탈환이라는 궁극의 목표에는 닿지 못했으나 1988년 카타르 아시안컵 이후 27년 만에 대회 끝까지 뛰었다. 빛나는 2위였다.

6개월 전 브라질 월드컵에서의 참담한 실패 이후 실망감에 빠졌던 팬들은 크게 환호했고 슈틸리케 감독은 일약 한국 축구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이후 슈틸리케 감독의 발밑에는 비단길이 깔렸다. 당시의 전리품 덕분에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슈틸리케호는 행복한 항해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달콤한 시간은 여기까지다.

실상 아시안컵은 슈틸리케 감독의 지도력보다는 선수들의 정신력이 빚은 성과라는 목소리가 적잖다. 물론 정신력을 끌어내는 것도 감독의 몫이고 그것을 슈틸리케 감독은 훌륭히 해냈다. 하지만 이미 선수단 내부의 하고자하는 의지가 워낙 강했다. 내용에서 엿볼 수 있다.

월드컵 악몽에서 깨어나기 위한 내부의 반성은 깊었고 그 후회는 한국 축구의 오랜 미덕인 근성까지 깨웠다. 모든 선수들이 악착같이 뛰었다. ‘투혼’으로 정리되는, 과거부터 이어져 내려온 한국 축구 특유의 힘이었다. 괜스레 지도자의 공을 폄하하려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슈틸리케의 축구’를 검증할 기회는 아니었다는 뜻이다.

그런 측면에서 8월1일부터 중국 우한에서 열리는 동아시안컵은 적절한 무대가 아닐 수 없다. 한국은 지난 6월16일 미얀마를 상대로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을 시작했다. 러시아로 향하는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한 뒤에 열리는 공식 대회다. 오는 9월3일에는 화성에서 라오스를 불러들여 예선 2차전도 갖는다. 알차게 써야할 시간이다.

비록 유럽과 중동에서 뛰는 선수들이 함께 할 수는 없으나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슈틸리케 감독의 색깔과 지도력을 냉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실험대다. 한 축구인은 “기성용이나 손흥민, 이청용과 구자철이 포함된 스쿼드로 월드컵 예선에서 특별한 색깔을 보여주기는 쉽지 않다”고 말한 뒤 “오히려 완성되지 않은 팀으로 나서는 동아시안컵이 슈틸리케 감독의 스타일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실 슈틸리케 감독은 대회의 초점을 ‘실험’에 맞추겠다는 뉘앙스를 내비치고 있다. 전체적인 목표에 대한 질문, 한일전에 대한 물음이 나오면 의도적으로 답을 우회하고 있다. 조심스럽다는 뜻이다.

이미 슈틸리케 감독은 안팎의 조언을 통해 한국의 팬심이 빠르게 변한다는 것을 충분히 습득했다. 심지어 참가하는 팀들의 면면이 가위바위보도 이겨야한다는 숙적 일본을 비롯해 중국과 북한이다. 이들과의 대결에서 형편없는 결과가 나온다면 이후 자신의 행보도 제약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때문에 어정쩡한 자세가 나오고 있다.

선발한 23명을 보면 마냥 미래를 대비한 포석도 아니다. 깨끗하게 내일에 투자할 배포였다면 K리그에서 대동할 젊은 피들은 더 있다. “(중국과의)1차전이 끝나면 대회의 목표를 명확하게 말할 수 있을 것”이라는 모호한 설정도 슈틸리케의 부담을 대변한다. 결과에 대한 부담이 전혀 없다면 거짓이다.

이전 평가전들처럼 ‘실험’이라는 단어만으로 포장하기는 힘든 무대가 다가오고 있다. 결과도 중요하고 무엇보다 향후 비전을 제시해야할 무대다. 이전까지는 선수들이 평가의 대상이었다면, 다가오는 동아시안컵은 슈틸리케 감독 스스로도 실험대에 올라야하는 무대다. 허니문은 끝났다.

lastun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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