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호의 Red Golf]전인지 '더블보기' 왜?..티오프 1분전 해프닝

최창호 2015. 7. 3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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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 최창호]

"아직 71홀이나 남았잖아요"…전인지의 긍정 마인드

'헐~. 5번 아이언 티샷이 심한 뒤땅이 걸리다니.'

30일(현지시간) 스코틀랜드 트럼프 턴베리 리조트 골프장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시즌 네 번째 메이저대회인 리코 브리티시여자오픈 1라운드. 4개국 4대 투어의 메이저대회 석권에 도전하는 전인지(21·하이트진로)는 이날 오전 7시25분 출발을 앞두고 1번홀(파4) 티잉 그라운드에 섰다.

그런데 정확히 티오프 1분 정도를 남겨놓은 상황에서 누군가 헐레벌떡 뛰어와 전인지에게 말을 걸었다.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 고바야시 히로미 커미셔너였다. 고바야시 커미셔너가 전인지에게 건넨 얘기는 "기부해 준 것에 감사하다"는 내용이었다. 전인지는 지난 5월 JLPGA투어 메이저대회인 살롱파스컵에 첫 출전해 우승했다. 당시 전인지는 동일본 대지진 피해 복구에 써달라며 JLPGA투어 측에 우승상금의 일부를 기부한 바 있다.

문제는 타이밍이었다. 전인지에 대한 고바야시 커미셔너의 '감사 인사'는 백번 이해되는 대목이지만 큰 문제는 첫 홀 티샷을 준비해야 하는 선수의 타이밍을 한참이나 붙잡고 빼앗아버린 점이다. 전인지의 동반 플레이어였던 카리 웹(호주)과 조지아 홀(영국)은 이미 티샷을 마친 상태였다. 급기야 장내 아나운서가 제지하며 전인지에게 바로 "샷하라"고 요구했다.

日 고바야시 커미셔너 '감사 인사' 좋지만 '비매너' 행동

당황한 전인지는 캐디와 클럽 선택을 상의할 겨를도 없이 웹과 홀이 아이언 티샷을 하는 것으로 곁눈질로 봤던 터라 5번 아이언을 잡고 서둘러 티샷을 하려다 그만 심한 뒤땅 샷을 내고 말았다. 이 티샷은 135야드 정도 지점에서 멈춰 섰다. 현장에서 이를 지켜본 스윙코치인 박원골프아카데미의 박원 원장은 "(전)인지는 이 순간 거의 '멘붕'에 빠졌다"고 했다.

전인지의 첫 홀 더블보기의 징조는 이렇게 시작됐다. 그래도 하이브리드로 친 두 번째 샷이 아주 잘 떨어졌다. 그런데 볼이 그린의 마운드를 맞고 방향이 90도 왼쪽으로 꺾어지면서 볼이 모이는 자리의 항아리 벙커 안으로 들어가 벽에 붙어버렸다. 이 때문에 정반대로 레이업하면서 결국 더블보기를 기록했다.

원래 전인지의 1번홀 게임 플랜은 3개의 벙커를 의식해 맞바람 때는 드라이버, 뒷바람일 때는 우드나 19도 하이브리드를 잡기로 계획을 짜놓았다. 하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고바야시 JLPGA 커미셔너의 등장으로 전인지는 시간에 쫓기면서 첫 홀부터 흐름이 깨지고 2타를 잃는 결과를 가져왔다. 전인지 또한 "오늘 경기에서 가장 아쉬웠던 것이 첫 홀에서의 해프닝으로 인한 게임 플랜을 놓치고 더블보기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인지는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긍정의 마인드가 그를 지켜냈다. 그는 첫 홀에서 더블보기를 한 뒤 스윙 코치에게 웃으면서 이렇게 얘기했다. "아직 71홀이나 남았잖아요." 다행이 3번홀(파5)에서 첫 버디가 나왔다. 1오버파. 이제부터는 스코어를 줄이는 일만 남은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5번(파4), 12번홀(파4)에서 두 차례나 보기를 기록해 3오버파까지 밀렸다. 심리적으로 크게 압박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더 이상 밀려나게 된다면 2라운드에서의 플레이가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랬지만 전인지의 파워 샷은 이때부터 발휘됐다. 14번(파5), 15번홀(파3)에서 2연속 버디를 낚아낸데 이어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다시 버디를 추가하며 스코어를 '이븐파'로 복구해 놓고 1라운드 경기를 마쳤다. 물론 13, 17번홀에서 1m 이내의 버디 퍼트를 놓친 것은 아쉬운 대목이지만 첫 홀의 더블보기를 상황을 놓고 보면 정말 잘한 것이다.

전인지는 "오늘의 소득은 역시 게임 플랜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고 했다. 박 원장은 "(전)인지가 첫 홀 더블보기를 하고도 웃으면서 '아직 71홀이나 남았다'고 생각하며 웃어넘긴 일은 훌륭한 발상이었다"며 "2라운드에서는 첫날의 게임 플랜을 보완해서 컷 통과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주, 이글 샷 등 7언더파 단독선두 질주

이븐파를 기록한 전인지는 한국시간 31일 오전 3시 현재 공동 54위에 자리한 상태다. 7언더파의 단독선두 김효주(20·롯데)와는 7타를 뒤졌다. 김효주는 이날 보기 없이 이글 1개, 버디 5개로 7타를 줄여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18)와 크리스티 커(미국·이상 6언더파) 등 공동 2위 그룹을 1타 차로 따돌렸다. 김효주는 특히 14번홀(파5·449야드)에서 친 두 번째 샷이 홀 한 뼘 거리(약 10cm) 정도에 멈춰 서는 바람에 아쉽게도 알바트로스를 놓쳤다.

김효주는 이날 정확한 드라이브 샷으로 항아리 벙커를 피한 뒤 그린적중률 94.4%의 완벽한 아이언 샷을 앞세워 스코어를 줄였다. 그는 "최대한 스윙 리듬을 지키려고 노력했다"며 "바람이 거세게 불지 않아서 코스 공략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고 말했다.

리디아 고는 첫 홀에서 파 세이브로 경기를 시작한 뒤 2~5번홀까지 4연속 줄버디를 낚아내는 파워 샷을 선보였다. 그러나 6번홀(파3)에서 보기가 나오면서 흐름이 끊겼다. 이어진 7번홀(파5)에서 바로 버디로 이를 만회했지만 후반 들어서는 10번, 14번홀에서만 버디가 나왔다.

이어 백규정(20·CJ오쇼핑)과 유소연(25·하나금융그룹)이 5언더파로 공동 4위에 자리했다. 백규정은 1~3번홀에서 3연속 줄버디를 낚아내는 강력한 샷을 뽐내며 버디 7개를 잡아냈지만 두 차례 보기가 나오면서 순위 상승을 이끌지는 못했다. 유소연은 버디 8개, 보기 1개, 더블보기 1개를 기록했다.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목표로 삼고 있는 박인비(27·KB금융그룹)는 3언더파로 공동 14위에 자리했다.

JTBC GOLF는 31일 대회 2라운드는 오후 8시45분부터, 8월 1~2일 대회 3, 4라운드는 오후 9시45분부터 생중계한다.

최창호 기자 chchoi@joongang.co.kr

Red Golf란=골프 토너먼트에서 언더파의 숫자(Red Figures)는 리더 보드 등에 붉은색으로, 오버파는 녹색이나 검은색으로 표시한다. 큰 의미로 보면 골프에서 'Red'는 승리를 상징하는 행운의 색상이라 할 수 있다. 반대로 누군가에게는 뼈아픈 색상이 될 수 있다. 골프의 여러 얘기를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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