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창진 단독인터뷰 After Story] "언론 앞에 설 자신이 없다"

김희선 2015. 7. 3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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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 김희선]

"농구장에 있으면 (언론과) 계속 봐야하잖아요, 그럴 자신이 없어."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말이 있다. 영국의 정치가 겸 소설가 에드워드 불워 리튼이 희곡 '리슐리외 추기경'에서 처음 사용한 이후 언론의 힘을 묘사할 때 자주 거론되는 말이다. 불법도박과 승부조작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전창진(52) 안양 KGC인삼공사 감독과 인터뷰를 하며 자꾸 이 문장이 생각났다.

지난 29일 서울 강남의 한 사무실에서 전 감독을 만났다. 승부조작 의혹이 처음 불거진 지난 5월 25일 이후 66일 만이었다.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은 검찰 단계에서 기각됐지만 그는 여전히 피의자 신분이었고 그래서 더욱 조심스러보였다.

어렵게 성사된 인터뷰 내내 전 감독은 언론에 대한 불신과 배신감을 숨기지 못했다. 만나자마자 기자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던진 첫 마디도 "언론 앞에 다시는 안 나타날 생각이었다"는 말이었다.

기자생활 초창기 농구장에서 본 전 감독은 전형적인 의리파에 호인형이었다. 목소리는 우렁찼고 성격이 불같았다. 사람을 대할 때도 거침 없었다. 기분이 나쁘면 얼굴에 표정이 고스란히 드러나 여러 번 곤란한 상황을 맞기도 했다. 185cm의 장신에 거구인 그는 늘 자신감에 차있었고 당당했다. 기자들에게도 직설적으로 얘기를 쏟아내는가 하면 때로 사람 좋게 웃던 모습도 인상 깊었다.

다시 만난 전 감독은 언론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으로 가시를 두르고 있었다.

최초보도 이후 '전창진'이라는 이름 세 글자가 포털사이트 검색어를 도배하자 자극적인 제목의 수많은 기사들 때문에 마음에 상처를 입은 것이다. 몇몇 매체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을 그대로 '복붙(복사+붙여넣기)'해 쓰기도 했다.

기사에 달린 댓글들은 더욱 자극적이었다.

댓글창에서 전 감독은 이미 범죄자나 다름 없었다.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욕설도 부지기수였다. 전 감독은 아예 댓글을 보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댓글이라는 게 원래 익명으로 아무런 책임 의식 없이 쓰는 말 아닌가"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이번 일로 언론에 대해 많이 느꼈고 절대 가까이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사건 보도 후 내가 'kt에서 잘린 뒤 후배 감독들 몰아내고 인삼공사로 들어갔다'는 둥 '일본 파친코나 미국 카지노에서 상습적으로 도박을 한다'는 둥 별별 기사가 다 나오더라"고 울분을 토했다. 코트 복귀 가능성에도 고개를 저었다. 다시 농구판으로 돌아간다 해도 언론을 상대할 자신이 없다는 것이다. "내가 빌미를 제공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너무 가혹하다. 언론이 너무 무섭다"고 몇 번이나 반복한 전 감독은 "공인으로 살지 않는 것이 언론을 만나지 않는 것이다"고 이를 깨물었다.

진실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수사권은 경찰에서 검찰로 넘어갈 예정이다. 검찰의 재수사 결과에 따라 전 감독이 무혐의 처분을 받을 수도 있고 기소돼 법정 싸움을 계속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그는 만인 앞에 '죄인'으로 낙인찍혔다. "언론 앞에 설 자신이 없다"는 전 감독의 말이 계속 귀에 맴돌았다.

김희선 기자 kim.heeseo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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