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왕 탈옥 20일, 멕시코에선 그는 영웅
30일은 멕시코 최대 마약 조직 '시날로아'의 두목 호아킨 구스만(57·사진)이 탈옥한 지 20일째 되는 날이다. 지난 11일 영화 '쇼생크 탈출'의 한 장면처럼 교도소 바닥에 땅굴을 파서 탈출한 뒤, 그의 행방은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반면 의문점 가득한 탈출 과정 및 생일날 독방에 매춘부를 불러 며칠간 함께 지낸 일화 등 그가 감옥에서 누렸던 혜택 등은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28일 멕시코 일간지 '엘 우니베르살'은 구스만이 멕시코 내 물류·부동산 등 95개 기업을 거느리고 연매출 30억달러를 올렸다고 보도했다. 그 가운데 14개는 멕시코 정부와 계약을 맺거나, 정부에서 사업권 승인을 받은 것이어서 탈옥에 정부가 개입했다는 가설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멕시코에선 그를 영웅시하는 '구스만 신드롬'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구스만 얼굴 옆에 스페인어로 '강자(强者·pod eroso)'라는 단어가 찍힌 티셔츠가 멕시코 전역에서 불티나게 팔리고, 그의 행운을 기원하기 위해 전설적인 마약왕들의 시신이 매장된 '마약왕의 성지(聖地)' 하르디네스 데 우마야를 찾는 방문객이 급증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보도했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했을까. 뉴욕타임스는 멕시코 유명 블로거의 말을 인용해서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살아 있는 전설이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의 유명 갱단 두목이자, 영화 '스카페이스'의 주인공) 알 카포네 같은 존재다. (미국 인기 마피아 드라마 '소프라노스'의 주인공) 토니 소프라노다. 다른 점이 있다면, 구스만은 (그들과 달리) 실존한다는 것뿐이다."
부패할 대로 부패한 멕시코 공권력에 염증을 느낀 국민들이 정부를 무능하게 만들어버린 구스만에게 희열을 느낀다는 분석도 있다. 일부 언론은 구스만이 고향 등에서 로빈 후드 같은 의적(義賊)으로 인식된다는 이야기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구스만의 고향 주민 20여명을 인터뷰한 AP는 "소문은 어디까지나 소문일 뿐, 구스만의 선행을 입증해 줄 사람은 단 하나도 발견할 수 없었다"고 보도했다.
멕시코 작은 농촌 마을 태생인 구스만은 10대 소년 시절, 유흥에 빠져 재산을 탕진한 아버지 대신, 학교를 중퇴하고 마리화나를 팔면서 가족을 부양하다가 마약 조직 보스의 눈에 들어 간부로 기용됐다. 이후 뛰어난 사업 수완으로 '시날로아'의 보스 자리에 올랐다. 작은 키 때문에 '키가 작다'는 뜻의 '엘 차포(El Chapo)'라는 별명으로 불렸지만, 유럽과 아시아에까지 마약 밀매망을 개척하며 마약 왕국을 건설한 암흑 세계 거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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