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 '반대할 땐 언제고..' 정유업계, 알뜰주유소에 쏠린 관심

이준범 양효걸 2015. 7. 3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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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일반 주유소보다 많게는 리터당 백 원이나 싸게 판다는 알뜰주유소입니다.

도입 당시 시장 원리를 깬다며 정유업계는 알뜰주유소에 악담을 쏟아내기도 했는데요.

그런데 그 입장이 뒤바뀌었습니다.

정유업체들이 오히려 알뜰주유소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혈안이 된 겁니다.

알뜰주유소에 구애할 수밖에 없는 정유업계의 속사정을 이준범, 양효걸 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큰길 하나를 두고 마주보고 있는 주유소 두 곳.

한쪽은 알뜰주유소지만 휘발유 값은 1천 575원, 일반주유소와 같습니다.

[알뜰주유소 관계자]
"별 차이 없어요, 다른 주유소보다 30~40원이라도 싸게 해주겠다는 취지였는데 그게 안 되는 거예요."

주유소 네 곳이 한데 모여 있는 경기도 고양시의 도로변.

여기에선 오히려 알뜰주유소의 기름값이 가장 비쌉니다.

알뜰주유소 상당수가 셀프 주유방식이고 카드사 할인도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격차이는 더 줄어듭니다.

[변성원]
"많이 비싸지는 않은데, 알뜰주유소보다 더 싼 데도 많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가격을 일단 보고.."

저유가 시대를 맞아, 정유사 공급가격이 비슷해진데다, 주유소간 할인경쟁이 치열해져 임대료나 운송비 등에 따라 알뜰주유소가 더 비쌀 수 있는 것입니다.

얼마 전 치러진 알뜰주유소 사업자 입찰에는 정유사 네 곳이 뛰어들어 치열한 경쟁을 벌였습니다.

수익이 크게 줄어든 알뜰주유소를 포기하지 못하는 건 매년 12억 리터에 달하는 기름을 공급할 수 있어 국내 시장 점유율을 조금이라도 더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유사들은 고유가일 때 대량으로 원유를 수입했는데 유가가 급락하면서 작년에 사상 최악의 적자를 냈습니다.

올 상반기에는 원유재고를 해소하면서 흑자로 돌아섰지만, 하반기 전망은 더 어둡습니다.

[박연주/대우증권 연구원]
"하반기 들어서면서 유가도 하락을 하고, 정제마진도 7월부터 급격히 나빠졌습니다. 정유사들 실적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입니다."

중동과 중국이 대규모 정유공장을 준공해 물량을 공급하자 그만큼 정유를 해도 팔 곳을 찾기가 어려워졌습니다.

전통적인 정유사업은 이제 한계에 봉착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잘게 부순 폐목재 더미를 붓고, 미생물을 이용한 발효를 거쳐 정제하면 휘발유 효율의 80%까지 끌어올린 청정에너지 '바이오 부탄올'이 생산됩니다.

석유에서 뽑아낸 것보다 40% 이상 싸고 자동차 연료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신용안/GS칼텍스 수석연구원]
"폐목재나 폐농작물을 활용하기 때문에 원료 가격이 아주 낮은 수준에서 일정하게 유지된다는 게 (장점입니다.)"

갈수록 국제유가는 떨어지고, 전 세계적인 공급과잉에 처한 국내 정유업체들이 자동차와 첨단 소재, 대체 에너지 등 신산업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는 것입니다.

SK이노베이션도 전기차의 핵심부품인 배터리 양산에 들어갔고, 미국 셰일가스 개발에도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관심밖에 두었던 연료첨가제, 윤활유 사업에도 투자해 신제품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2천년대 초부터 신사업을 준비한 글로벌 석유메이저들에 비하면 아직도 갈 길은 많이 남았습니다.

지난 2011년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를 오르내릴 때 사상 최고의 이익을 누리면서도 원유 정제에 의존한 매출구조를 혁신하지 않았고...

또 중국에 석유제품을 대량 수출하면서 중국이 직접 정유공장을 지어 도전해올 것에 대비하지 못한 겁니다.

[온기운/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비정유 부문 쪽에서도 다각화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스라든지, 석탄을 채굴한다든지.."

신사업을 중심으로 한 과감한 체질개선이 없다면 위기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습니다.

MBC뉴스 양효걸입니다.

(이준범 양효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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