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리는 주장 속 진실게임" 형제의 난, 관전 포인트는

엄성원 기자 2015. 7. 30.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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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게임 속 지분 대결 양상..신격호 회장, 신영자 이사장 등 움직임 주목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진실게임 속 지분 대결 양상…신격호 회장, 신영자 이사장 등 움직임 주목]

갈등의 첫 페이지인 신격호 총괄회장의 일본행에서부터 마지막 페이지가 될 지분 확보까지, 경영권 갈등의 중심에 있는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주장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향후 동주-동빈 형제간 경영권 싸움의 키를 쥐게 될 몇 가지 쟁점을 살펴본다.

1. 신동빈의 '원롯데', 아버지 재가 받았나= 롯데그룹 경영권 갈등이 수면 위로 불거진 것은 27일 신 총괄회장이 갑작스런 일본행에 나서면서부터. 신 총괄회장은 신 전 부회장과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등을 거느리고 일본 도쿄의 롯데홀딩스 본사를 찾아 신 회장을 비롯한 이사진 해임을 발표했다. 이에 신 회장은 28일 이사회를 소집, 구두 해임 지시를 무효화하고 신 총괄회장의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직을 박탈했다.

신 총괄회장의 일본행부터 신 전 부회장과 신 회장의 입장은 완벽하게 대칭을 이룬다. 신 전 부회장은 한일 롯데 경영 통합 등 신 회장의 독단을 막기 위해 자의로 일본행 비행기에 올랐다고 주장한 반면 신 회장은 일부 친족이 심신이 온전치 않은 고령의 아버지를 이용해 경영권을 흔들려는 시도였다고 일축했다.

양측 주장을 놓고 보면 신 총괄회장이 자신의 의지로 신 회장을 해임했는지 아니면 고령으로 판단력이 흐려진 상태에서 억지로 비행기에 태워졌는지에 대한 진실게임 양상이다.

그러나 직접 경영현안 보고를 받는 등 최근 신 총괄회장 행보와 건강상태로 볼 때 이번 일본행은 신 총괄회장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신 총괄회장의 상태가) 고령으로 기억력은 쇠퇴했지만 스스로 거동을 못 하거나 판단을 내리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라며 "(신 회장의 일본행이) 전적으로 강권에 의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 경우, 신 총괄회장이 '원롯데. 원리더'로 표현되는 신 회장의 한일 롯데 통합 경영을 용인했느냐에 관심이 쏠린다. 한일 롯데그룹은 신 전 부회장이 일본 롯데를, 신 회장이 한국 롯데를 나눠 경영하는 후계구도가 수십 년간 유지됐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후계구도가 급격하게 요동쳤다. 신 전 부회장은 롯데홀딩스 부회장을 비롯해 한일 롯데 주요 계열사 임원에서 배제돼 야인으로 전락했고 신 회장은 지주사인 롯데홀딩스 대표에 오르며 한일 롯데를 모두 경영하는 '원톱' 자리를 다졌다.

2. "거짓 보고 vs 실적 부진"=신 전 부회장이 급격하게 후계 구도에서 멀어진 배경도 양측 주장이 갈린다. 신 회장은 아버지 신 총괄회장이 신 전 부회장을 주요 직책에서 해임한 게 일본 롯데 실적 부진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신 전 부회장은 자신이 일부 투자 건에서 회사에 손실을 입혔지만 자리에서 밀려날 정도는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신 전 부회장은 신 회장이 일본 롯데 경영성과를 왜곡해 신 총괄회장에게 보고한 것이 자신이 쫓겨난 결정적 계기라고 주장했다.

신 전 부회장은 이 과정에서 신 회장이 중국 사업 부진 등 한국 롯데의 실적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백화점, 대형마트 등 사업 전반에서 극도의 부진을 보이고 있는 중국 실적을 빼놓는 등 왜곡 보고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은 중국사업 시작 단계부터 신 총괄회장 지시에 따라 투자 방향과 규모가 결정됐다며 보고를 누락하거나 거짓으로 보고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부인했다.

3. 친족들의 지지는 어디로=동주-동빈 형제의 친모인 시게미츠 하츠코 여사의 갑작스런 한국 입국에도 시선이 모아진다.

시게미츠 여사는 이날 오후 김포공항을 통해 서울에 도착했다. 이후 일정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두 아들간 갈등이 일촉즉발 상황으로 흘러가는 상황에서 이뤄진 돌연스런 한국행은 신 총괄회장 또는 신 전 부회장에게 모종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다.

신 총괄회장과 신 전 부회장이 각각 28, 29일 입국해 국내에 머물고 있는 반면 신 회장은 여전히 도쿄에서 롯데홀딩스 일을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시게미츠 여사가 신 회장 의사를 아버지와 형에게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을 하거나 경영권 갈등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밝히기 위해 입국했다는 관측이다.

당초 지분 대결 때 캐스팅보트를 쥘 것으로 지목됐던 장녀 신 이사장의 움직임도 주목된다.

신 이사장은 신 총괄회장 일본행에 동행한 것으로 볼때 신 전 부회장 편에 설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신 회장이 어떤 카드를 제시하느냐에 따라 입장을 선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신 이사장은 롯데쇼핑,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등 주요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신 총괄회장과도 사이가 좋아 캐스팅보드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엄성원 기자 airmast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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