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릴을 느껴볼래?' KIA는 9회에 마약을 뿌린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입력 2015. 7. 30. 15:45 수정 2015. 7. 30.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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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외국인타자 브렛 필이 29일 광주 SK전에서 9회말 2사 만루 역전 적시타로 승부를 끝내자 더그아웃에서 달려나온 KIA 선수들이 필을 그라운드에 눕혀놓고 축하 세리머니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올시즌 전반기 최고 히트상품은 한화였다. 큰 점수 차로 뒤지고 있다가도 경기 후반 맹추격, 승부를 뒤집기를 반복했다. 경기 시간은 최고로 긴데 아무리 오래 봐도 질리지 않고 중독성 강한 명승부를 펼쳐 ‘마약 야구’라는 신조어를 낳았다.

후반기에는 KIA 팬들이 중독되고 있다. KIA가 끝낼 때까지는 승부가 끝나지 않는다.

한화가 경기 후반 차곡차곡 득점하며 쫓아가 결국 승부를 뒤집는 독한 매력으로 팬들을 중독시켰다면 KIA는 팽팽하게 가다 꼭 9회에 승부를 끝내버리는 화끈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어쩔 수 없이 경기를 끝까지 보게 만드는 것은 똑같다.

KIA는 29일까지 2경기 연속 끝내기 승부로 경기를 뒤집으며 광주-KIA챔피언스필드를 발칵 뒤집었다. KIA 앞에서 4경기 차로 달리고 있던 SK는 이틀 연속 마무리 정우람의 패전으로 순식간에 7위 KIA에 2경기 차로 쫓겼다.

24일 롯데전에서 6-8로 끌려가다가 9회말 백용환의 끝내기 3점포로 역전승을 거둔 KIA는 28일에는 3-3으로 맞선 9회말 김원섭이 이홍구를 고의4구로 거른 뒤 자신을 선택한 SK 배터리를 상대로 3점 홈런을 날려 6-3으로 이겼고 29일에는 3-4로 뒤진 9회말 브렛 필이 2사 만루에서 좌전 적시타로 5-4 역전승을 만들며 승부를 끝냈다.

지난 3월29일 LG와 개막 2연전 두번째 경기에서 5-6으로 뒤진 9회말 필이 마무리 봉중근을 상대로 끝내기 2점 홈런을 날린 것이 올해 괴력의 시작이었다.

KIA는 개막 이후 29일까지 7차례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10개 구단 가운데 최다 기록이다. 그 중 홈런으로 끝낸 것이 4차례다. 역전승도 많다. 현재 21차례 역전승을 거둬 한화(28승), 두산(23승)에 이어 넥센과 함께 최다 역전승 3위를 기록하고 있다. 25승으로 가장 역전승이 적은 팀으로 남았던 지난 시즌과 대조된다.

팀 타율은 꼴찌지만 9회 타율은 2할9푼1리로 두산(.330)에 이은 전체 2위다. 9회에 친 홈런은 13개로 가장 많다. 9회 장타율만 따지면 5할1푼3리로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다. 특히 1점차 뒤진 9회에는 출루율이 4할8푼3리, 장타율이 9할9리에 이른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집중력이 몰라보게 달라졌다. 특히 9회 마지막까지 승부에 대한 집념을 놓지 않는 벤치의 움직임이 선수들의 의지와 집중력으로 연결되고 있다.

5월13일 광주 KT전이 대표적인 예다. 5-5로 맞선 9회초 2사 2·3루, 투수 심동섭의 폭투를 우려한 KIA 벤치가 3루수 이범호를 포수 뒤에 놓는 수비 시프트를 시도했으나 ‘볼 인 플레이 상황에서 포수를 제외한 모든 야수는 페어지역에 위치해야 한다’는 규칙으로 인해 불발됐다. 사실 외부에서는 많이 비웃었다. 하지만 선수단 안에 생긴 효과는 강력했다. 끝까지 뭐든지 시도해보려는 감독과 코치들의 시도가 선수들을 뭉치게 했다. 당사자인 심동섭과 이범호도 모두 “1점차 승부인데 뭐든지 해보려고 한 것 아닌가. 아무 것도 안 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말했다.

KIA의 7차례 끝내기 승리 중 3경기는 필이 해냈다. 효자 용병 필은 9회 기록만 25타수 10안타 4홈런 13타점인 ‘9회의 사나이’다.

6월을 11승9패로 마치며 승률 5할 본능을 유지하던 KIA는 전반기 마지막 10경기에서 2승8패로 추락하며 7위에 떨어졌다. 5위 한화와 5경기 차, 6위 SK와는 4경기 차가 되며 5강 싸움에서 멀어지는 듯 보였다. 그러나 후반기 시작하자마자 5승3패로 삼성·롯데와 함께 가장 순조롭게 후반기를 시작하며 다시 달리고 있다. 그 비밀이 9회에 숨어있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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