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익 교과서가 일본 교실 야금야금 잠식
우익 성향의 교과서가 일본의 교실을 야금야금 잠식하고 있다.
일본 오사카부(大阪府) 시조나와테시 교육위원회가 지난 29일 중학교 역사 및 공민(사회) 교과서로 우익 성향인 이쿠호샤(育鵬社)의 교재를 선정했다고 30일 보도했다. 지난 27일에는 오사카부의 가와치나가노(河內長野)시 교육위원회가 이쿠호샤의 교과서를 관내 공립 중학교 역사와 공민 교과서로 채택한 바 있다. 오사카부 산하의 이들 두 지자체 교육위원회가 이쿠호샤 교과서를 채택한 것은 처음이다.
또 히가시오사카(東大阪)시, 후지사와(藤澤)시, 오타와라(大田原)시, 도쿄도(東京都) 등의 교육위원회는 최근 담당 공립 중학교에서 예전과 마찬가지로 이쿠호샤 교과서를 사용하도록 결정했다.
도쿄신문은 우익성향인 하시모토 도오루(橋下徹)가 시장으로 있는 오사카시가 이쿠호샤의 교과서를 채택하게 되면 충격이 클 것이라고 전했다. 오사카시는 인구가 270만명에 이르는 대도시이기 때문이다.
문부과학성의 집계에 따르면 4년 전의 이쿠호샤 교과서 채택률은 역사 3.9%, 공민 4.2% 등으로 나타났다.
이쿠호샤 측은 ‘일본을 더 좋아하게 되는 교과서를 전국의 아이들에게’라는 구호를 내걸고 교과서 채택률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도쿄신문은 이쿠호샤 교과서의 보급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지원하는 단체인 ‘일본교육재생기구’가 전면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과정에 아베 총리의 보좌관이 이쿠호샤의 교과서에 대해 전폭적인 지지를 표명한 사실도 확인됐다.
재단법인 일본교육재생기구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 기구가 지난 5월 13일 도쿄에서 개최한 ‘이쿠호샤 역사·공민 교과서 출판 기념 및 채택을 위한 모임’에 아베 총리의 최측근인 에토 세이이치(衛藤晟一) 총리 보좌관(현직 참의원 의원·자민당)이 참석한 것으로 밝혀졌다.
‘일본의 앞길과 역사 교육을 생각하는 의원 모임(교과서의련)’ 회장 대행인 에토 보좌관은 300명 이상 참석한 이 행사에서 행한 인사말을 통해 “개정 교육기본법의 이념에 가장 부합하는 교과서가 채택돼 많은 아이들의 손에 전해지는 것을 목표로 계속 노력하고 싶다”고 밝혔다. 사실상 이쿠호샤 교과서의 채택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이쿠호샤 교과서 채택 저지 운동을 벌이는 시민단체 ‘아이들과 교과서 오사카 네트 21’의 히라이 미쓰코(平井美津子) 사무국장은 이쿠호샤 교과서 채택이 확산 조짐을 보이는 것에 대해 “우려하던 일이 현실이 됐다”고 도쿄신문에 말했다.
이쿠호샤의 교과서는 침략 전쟁을 긍정하고 미화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각 교육위원회가 채택한 교과서는 내년 봄부터 4년간 사용된다.
<도쿄|윤희일 특파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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