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는 왜,불펜에서 피칭을 멈추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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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번 타자 정진호에게 홈런. 그리고 리그에서 가장 무서운 9번 타자 김재호에게 다시 홈런을 허용했다. 백투백 홈런으로 1-2 역전. 배영수는 다음 톱타자 박건우에게 볼넷을 내줬다. 더이상 그에게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니시모토 투수 코치가 마운드에 올라온다. 통역이 교체 시그널을 불펜에 보낸다. 교체다. 배영수는 애써 미소를 지었지만 아쉬운 표정이 가득했다. 잠시의 방심이 아픈 결과를 낳았다.
그는 더그아웃으로 향해 걸어갔다. 비록 팀 리드를 지키지 못했지만 좋은 피칭을 보여준 그에게 한화 팬들이 ‘배영수’ 이름 석자를 연호한다.
투수들이 교체 후엔 보통 벤치에 앉아 흘린 땀을 닦고 거친 숨을 몰아쉬며 아쉬운 장면을 꼽씹어보기 마련. 그런데 배영수가 향한 곳은 벤치, 의자가 아닌 불펜이었다.
잠시 숨 돌릴 틈도 없이 불펜 포수에게 다시 공을 던진다. 단순히 몸풀기 피칭이 아니다. 마운드에서만큼 빠른 공을 던진다. 한 코스, 한 구종으로만 던지는 그의 공 궤적이 보인다. 그 사이 한화는 대량실점을 하고 말았다.
그렇게 20개 가량의 공을 던졌을까. 배영수는 그제서야 벤치로 돌아갔다. 그의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충분히 상상할 수는 있었다.
마지막까지 잘 지키지 못한 자신에게 화가 나서 피칭을 한 것은 아니었다. 배영수는 “감을 잡은 부분이 있었다”고 짧게 설명했다.
자신의 피칭, 역할은 다 끝났지만 그가 끝까지 공을 놓치 않았던 이유다. 마운드에서 느낀 무언가를 확실하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물론 화나고 속상한 순간이었겠지만 배영수는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냉정함 속에 자신의 투구를 넣어두고 있었다.
마운드에서 다 보여주지 못했던 그 아쉬운 부분들을 불펜에서라도 풀고 싶었던듯 했다. 배영수의 피칭은 이날 등판이 마지막이 아니기에 다음 등판을 위해서라도 마지막 그 좋았던 느낌을 계속 반복해 익힐 필요가 있었다.
배영수는 경기를 앞두고 “단순히 눈 앞의 1승 보다 더 큰 목표가 생겼다”고 했었다. 교체 후 20여개의 전력 불펜 피칭은 아마도 그 목표를 향해 가는 또 하나의 과정이었으리라.
박은별 (star8420@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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