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전세계 누비는 사냥꾼들에 연간 600마리 사자 희생

입력 2015. 7. 30. 10:47 수정 2015. 7. 30. 14:2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영화 '007'의 주인공 로저 무어 "사냥은 겁쟁이들의 취미"

영화 '007'의 주인공 로저 무어 "사냥은 겁쟁이들의 취미"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 짐바브웨의 '국민사자' 세실을 죽인 범인처럼 취미로 전세계를 누비며 사자나 코끼리, 사슴 등의 머리나 털가죽을 노리는 사냥꾼들에 의해 희생되는 아프리카 사자수가 연간 600마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잔인한 사자사냥에 대한 공분이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영화 '007'의 주인공 로저 무어는 "사냥은 겁쟁이의 취미"라고 비난했고, 영국에서는 역시 사자사냥에 나섰던 전직 영국은행 총재의 귀족작위를 박탈하자는 온라인 청원에 34만5천명이 서명했다.

2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미국인 치과의사 월터 파머와 같은 사자 사냥은 목표물이었던 사자 세실이 보호구역인 짐바브웨 황게국립공원에 서식하지만 않았다면 합법적이다.

국제환경보호연합(IUCN)의 추산에 따르면 과시용 목적에서 동물 사냥에 나서는 사냥꾼들은 연간 아프리카에서 서식하는 사자 3만마리 중 2%에 해당하는 600마리를 합법적으로 사냥해 죽인다. 짐바브웨를 비롯해 아프리카 각국이 돈을 받고 허가를 내주기 때문이다.

이들 사냥꾼은 대부분 부유한 미국인이다. 미국의 소리(VoA)방송에 따르면 해마다 아프리카 대륙을 찾는 9천명의 사냥꾼 중 90%는 미국인이며, 이들의 사냥을 돕는 지원인력은 7만명이다.

국제동물복지기금의 2011년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인 사냥꾼들은 1999년부터 2008년까지 사냥으로 살해된 아프리카 사자의 64%에 해당하는 머리나 털가죽 등 '전리품'을 미국 내로 반입했다.

보고서는 "미국으로 반입되는 사자의 머리나 털가죽 등의 숫자는 갈수록 늘고 있다"면서 "미국에 반입된 전리품은 2008년 사상 최대로, 1999년의 2배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아프리카 사자 개체수가 점점 줄어들어 사냥을 감내할 수 없는데도 미국 야생보호 당국은 아프리카 사자를 미국 내 사자 머리나 털가죽 거래가 금지되는 '위험'이 아닌 '위협' 수준으로 분류해 거래가 가능하도록 방임했다.

세실을 죽인 파머가 소속된 국제사파리클럽은 관계당국의 이런 결정을 '사냥꾼들의 승리'로 정의했다. 국제사파리클럽은 온라인에서 사냥꾼들이 사자나 다른 대형동물을 죽인 뒤 기록하고 서로 순위도 매기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아프리카 사자 사냥은 가장 위험한 도전"이라는 홍보문구가 쓰인 블로그에는 회원 사냥꾼들이 사자 2천마리를 죽인 기록이 올라와 있다.

홍보문구와 달리 실제로 사자를 사냥하는 데는 큰 기술이 필요 없다. 전리품을 노리는 사냥꾼들은 현지 전문가들의 안내를 받는다. 성인 사자는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에 가까이 다가가기가 어렵지 않다. 사자들은 대부분의 시간에 낮잠을 잔다.

'국민사자' 세실을 죽인 파머에 대한 전 세계의 공분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영화 007의 주인공 로저 무어는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기고한 글에서 "사냥은 겁쟁이들의 취미"라며 "거액을 주고 도우미들의 도움을 받아 잔인한 방법으로 사자를 사냥한 파머는 겁쟁이의 전형으로 도덕이나 양심, 품위가 전혀 없는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영국에서는 파머와 비슷한 수법으로 잠비아에서 사자를 사냥한 뒤 피흘리는 전리품에 기대어 사진을 찍은 전 영국은행 총재의 기사 작위를 박탈하라고 요구하는 진정서에 34만5천명이 서명했다.

미국 미니애폴리스 외곽에 있는 파머의 치과병원 앞에서는 치과에 다녔던 환자를 포함해 수백명이 모여 시위를 했다. 시위자들은 '내가 세실이다', '살육자'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세실에게 정의를"이라고 구호를 외쳤다.

yulsid@yna.co.kr

직장동료와 바람난 남편…법원 "회사에 책임 못 물어"
박근령 "日에 '과거사사과' 자꾸 이야기하는 것 부당"
새마을금고 강도 알고보니 서울대졸·교사 출신이었다
서울 고교서 남자교사들 여학생·여교사 상습 성추행
수면마취 중 숨진 골프선수 유족에 3억배상 판결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