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내선 수술실 감염 예방 지침도 없어

조병욱 2015. 7. 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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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英선 감염수술환자 이동 동선까지 규정 해놓는데..

국내 병원 중에서 수술 감염 전담 간호사를 배치한 곳은 100개 중 5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시경 소독 공간을 별도로 둔 곳도 전체 14%에 그쳤다.

29일 질병관리본부가 대한외과감염학회에 의뢰해 연구한 ‘의료기관 수술실 감염관리 실태 및 환경조사를 통한 감염예방 전략개발’ 보고서에 따르면 수술감염 전담 간호사를 배치한 곳은 8곳(4.9%)에 불과했고, 내시경을 따로 소독할 공간을 갖춘 곳은 23곳(14%)으로 조사됐다. 재사용 리넨(수술포) 사용횟수를 확인하는 곳은 21곳(12.8%), 의료폐기물 전용 엘리베이터 설치 47곳(28.7%), 수술실 전용 환자이송 운반차 사용 40곳(24.4%) 등 전반적인 감염 대책도 부실했다. 외과감염학회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7월 초까지 전국 5900여개 병원 가운데 43개 상급종합병원을 포함해 대표성 있는 165개 병원을 조사했다.

이번 조사 결과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계기로 병원 내 감염관리 실태가 엉망인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수술실 감염 예방 조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는 정부 차원에서 수술실 감염예방을 위한 건축기준이나 예방 가이드라인조차 마련하지 않은 탓이라는 지적이다. 일본(2004년)과 미국(2006년), 유럽 등은 국가가 관련 규정을 마련해 병원들이 이를 시행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음압전용 수술실을 갖춘 병원은 5곳(3%)에 불과했다. 필요할 때 음압수술실로 전환할 수 있는 곳은 30곳(18.3%)으로 집계됐다. 이번 메르스 사태 때 음압병실이 부족해 132번째 환자는 구급차를 타고 병원을 찾아 600㎞를 이동해야 했는데 메르스 환자 가운데 응급수술 상황이 발생했다면 제대로 대처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의미다.

미국의 경우 수술실 내 공기감염을 막기 위해 신선한 공기를 최소 90% 효율의 필터로 거르고, 시간당 환기 횟수도 정하고 있다. 수술실은 천장에서 신선한 공기가 들어와 바닥 쪽 배기구를 통해 빠져나가게 하고, 수술실 바닥은 이음매가 없어야 한다 등 구체적인 기준이 마련돼 있다. 영국 보건부도 수술실의 최소 면적과 의무적인 필수공간을 정하고, 수술실 내 오염·청결물질의 이동 동선도 정해놨다. 이는 방사선사나 마취과 관계자 등이 수술실을 오가며 추가 감염시키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외과감염학회는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오는 8월29일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에서 학술대회를 연다. 강중구 외과감염학회장은 초대사에서 “과학적인 근거에 기반한 기준 마련을 위해 (수술실) 실태조사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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