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투자 고수 '목포 세발낙지'의 몰락

박용하 기자 입력 2015. 7. 30. 06:00 수정 2015. 7. 30.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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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때 선물거래 '대박'.. 2002년 현물투자 '쪽박'2008년 복귀, 재기 노렸지만.. 결국 '사기'로 징역 1년

장모씨(48)는 투자 대박을 노리는 개인투자자들에게 ‘목포세발낙지’라는 별명으로 불린 신화적 인물이었다. 1990년대 후반 한 증권사 차장이던 장씨는 외환위기로 시장이 출렁이자 하루 최고 9000억원어치의 선물거래를 중개해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2년 만에 차장에서 부장을 달았고, 30억원의 성과급을 받았다. 1999년 회사를 그만두고 개인투자자가 된 뒤에도 높은 수익률을 올리며 승승장구했다. 금융위기에 직장을 잃고 주식시장을 기웃거린 가장들에게 그는 신화적 인물이었다. 사람들은 그를 ‘압구정미꾸라지’ ‘전주투신’과 함께 ‘3대 슈퍼개미’로 불렀다.

그러나 장씨의 성공신화는 거기까지였다. 장씨는 2002년쯤 현물 거래에 투자했다 수십억원의 손해를 입고 낙향했다. 한때 조용히 살아보려고도 했지만, ‘과거의 명성’은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장씨는 2008년 한 증권사의 이사로 복귀했다. 그의 주된 관심사는 ‘MB테마주’로 꼽힌 한 레저업체였다. 2011년 장씨가 이 업체 지분을 대량 매집한 사실이 알려지자, 주가는 장중 한때 12% 넘게 급등했다. ‘목포세발낙지’의 화려한 부활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세월은 이미 시장을 바꾸어 놓은 뒤였다. 슈퍼개미가 투자했다고 우르르 몰려가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고, 장씨가 투자한 업체는 얼마 못 가 내리막을 걸었다. 그는 증권사에서 약 20억원을 빌려 만회를 노렸지만 약발은 먹히지 않았다. 장씨는 결국 3억여원의 손실을 보고 주식을 모두 처분했다.

장씨가 수렁으로 빠져든 건 이듬해부터였다. 그는 2012년 2월 지인의 후배인 ㄱ씨로부터 “파생상품 투자를 하고 싶다”는 제의를 받았다. 장씨는 ㄱ씨에게 “투자자가 한 명 더 있는데, 그 투자자의 계좌로 돈을 넣으면 같이 투자를 해주겠다”면서 총 2억5000만원의 투자금을 받았다. 그는 “6개월 이내에 수익을 내서 원금을 모두 돌려주고, 그 후부터는 이자로만 본격적인 수익을 내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장씨가 말한 투자자는 사채업자였다. 장씨가 사용한 사채업자의 계좌는 손실이 발생하면 강제 매도돼 원금을 회수하고, 장씨가 빌린 사채 원금과 이자가 우선 변제돼야 계좌를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설정돼 있었다. 수익을 내지 못하면 사채업자의 돈을 우선 보전하고 투자자의 돈은 날리는 구조였다. 결국 장씨는 투자금을 모두 날렸고, ㄱ씨는 지난해 말 장씨를 고소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2단독 조규설 판사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장씨에게 지난 22일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장씨는 ㄱ씨에게 1000만원가량을 갚고 올해 8월부터 매월 500만원씩 갚겠다고 약속했다”면서 “피해액이 많고, 피해 회복이 되지 않은 점을 참작해 이같이 판결했다”고 밝혔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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