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 새 12개국 금리 인하..'밑빠진 독에 물 붓기'
중국 증시 폭락·원자재 약세 등 이중 악재 탓
(서울=연합뉴스) 정선미 기자 = 각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행진은 6월에 이어 7월에도 계속됐다.
전 세계적인 경기 둔화 속에 통화 완화정책이 지속되면서 정책금리는 이미 낮아질 대로 낮아졌지만, 다른 정책 대안이 마땅하지 않은 상황에서 금리 인하에 계속 매달리는 모습이다.
하지만, 미국이 연내에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겠다고 공언한 바 있어, 이미 일부 신흥국에서는 자금 유출이 가속화되는 등 불안이 가시화하고 있다. 금리 인하에 따른 위험 부담이 커짐에 따라 추가 인하 여지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
30일 국제금융시장에 따르면 7월 기준금리 인하에 나선 곳은 뉴질랜드와 캐나다, 스웨덴을 포함해 6개국이었다. 지난 6월에는 한국과 중국 등 8개국이 금리를 내렸다. 뉴질랜드와 헝가리는 두 달 연속 금리 인하에 나서 두달 사이 12개국이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국제 원자재 값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중국 증시가 폭락한 것이 금리 인하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쳤다.
이처럼 각국의 금리가 낮아지면서 달러화 대비 이들 국가의 통화가치도 걷잡을 수 없이 추락하고 있다.
뉴질랜드달러는 달러화에 대해 지난 1월 고점 대비 18% 떨어졌고, 원화 가치는 최근 한 달 새 4%나 떨어졌다.
6개 주요 바스켓통화 대비 달러화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지수는 지난해 5월 78.891로 저점을 찍고 나서 급속도로 올라 올해 3월에는 100을 넘겼다. 28일 현재의 달러지수는 96.646을 나타내 저점 대비 23%나 올랐다.
22개 주요 원자재 값의 추이를 보여주는 블룸버그 원자재지수는 이달 들어 7.3% 떨어졌고, 지난 23일에는 13년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원자재 가격 하락은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공포를 불러와 물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목적의 금리 인하를 부추기기도 한다.
지난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내린 '낙농강국' 뉴질랜드에서는 전지분유 가격이 2009년 7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제로' 물가에 직면하게 됐다.
광물자원 의존도가 높은 호주의 경우 지난 10년간 이어진 광산업 호황이 마무리되면서 올해 두 번이나 금리를 내렸고 추가 금리 인하를 예고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이 더 내려가면 추가 부양책이 필요하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 전망에 따른 자금유출과 급격한 통화가치 절하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지난 2013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채권매입 프로그램을 축소하기 이전의 상황과 비슷하다.
브라운브러더스해리먼(BBH)의 이얀 솔롯 신흥국 외환 전략가는 "연준의 결정을 앞둔 불안감이 커 대부분 국가가 관망세를 보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JP모건의 데이비드 헨슬리 이사는 "원자재 수출국의 중앙은행은 펀더멘털이 허락하는 한 금리 인하를 원하겠지만 모든 국가가 이런 유연성을 확보한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남아프리카공화국이나 브라질 등은 경기침체 속에서도 급격한 물가상승과 통화가치 폭락에 대응하기 위해 각각 7월과 6월에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헨슬리 이사는 올해 신흥국 중앙은행의 평균 금리인하폭이 60bp(1bp=0.01%포인트)라고 밝히면서 40bp 넘게 더 인하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1%포인트 넘게 금리를 낮추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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