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정 "아들 둘 키우면서 코트 그리웠다"

입력 2015. 7. 30. 05:4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천시청 이효정(뒤)이 29일 춘천 봄내체육관에서 열린 제58회 전국여름철종별배드민턴선수권대회 15일째 일반부 여자복식 준결승에 장예나와 짝을 이뤄 출전해 KGC인삼공사 정경은-김슬비를 상대로 스매싱을 하고 있다. 이효정-장예나가 2-1로 이겨 결승에 진출했다. 춘천|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전국여름철종별배드민턴선수권

3년만에 돌아온 서른다섯 ‘셔틀콕 여제’
정경은-김슬비조와 접전 끝 결승 진출
“올림픽 도전요? 젊은 선수들이 나설 때”

‘셔틀콕 여제’로 불리며 11년간 세계 정상을 지켰던 이효정(34·김천시청)이 화려하게 복귀했다. 3년간의 공백, 그리고 두 아이 출산, 우리 나이로 서른다섯 살. 쉽지 않은 도전으로 보였지만, 국내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제58회 전국여름철종별배드민턴선수권대회 일반부 여자복식 결승에 오르는 감동의 드라마를 코트 위에 썼다.

29일 춘천 봄내체육관에서 열린 대회 15일째 일반부 남녀개인전 준결승에는 300여명의 셔틀콕 마니아들이 찾아와 열띤 응원을 펼쳤다. 그들 대부분의 시선은 이용대(삼성전기)로 향했다가 점차 이효정을 향해 옮겨갔다. 원주에서 춘천에 온 이복동 씨는 “이효정이 준결승전에서 뛰고 있을 줄 몰랐다. 정말 대단하다. 올해 우리 나이로 서른여섯이 맞나?”라고 물었다. ‘생일이 빠를 뿐(1981년 1월 13일)이지 서른다섯이다. 아이가 둘이고 3년 만에 복귀했다’는 한 열혈 팬의 설명이 이어지자, 여기저기서 믿어지지 않는다는 탄성이 터졌다.

이효정은 장예나와 짝을 이뤄 KGC인삼공사 정경은-김슬비와 준결승을 치렀다. 치열한 공방이 거듭됐다. 이효정-장예나는 1세트를 14-21로 잃었지만, 2세트를 21-7로 따낸 뒤 3세트도 21-17로 마무리하고 결승에 올랐다. 세계 최정상의 중국 선수들도 10여년간 벌벌 떨었던 장신(178cm)을 활용한 이효정의 네트 위 공격과 리시브는 3년의 공백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여전히 완벽했다.

오종환 김천시청 단장은 “세계적 선수는 역시 다르다는 것을 이효정이 보여줬다. 물론 공백이 있고 30대 중후반이기 때문에 체력은 아직 보완할 부분이 있지만, 그 부분을 극복하고 결승까지 오른 것 자체가 대단하다”고 말했다.

이효정은 화려한 선수생활을 보냈다. 2008베이징올림픽 혼합복식 금메달 및 여자복식 은메달, 전영오픈 여자복식 우승, 세계여자단체선수권 우승과 아시안게임 금메달 1개 및 동메달 3개 등 2000년대 한국여자배드민턴의 간판이었다. 2011년 결혼했고, 한 살 터울 두 아이를 출산하며 3년의 공백기를 보냈다. 지난해 말 전국체전과 올해 봄철대회 단체전에 출전하며 조심스럽게 코트로 복귀했고, 이번 대회부터 본격적으로 선수생활을 재개했다.

경기 후 이효정은 “코트를 떠나 있을 때 아들 둘을 낳았다. 벌써 큰 아이가 네 살, 둘째가 세 살이다. 아들 둘을 키우면서도 땀을 많이 흘렸지만, 그동안 얼마나 코트와 그 위에서 쏟는 땀이 그리웠는지 모른다”며 웃었다. 이어 “다시 선 코트에서 결승 진출을 놓고 경기를 하니 얼마나 긴장했는지 모른다. 후배들이 정말 잘한다”고 말했다.

이효정이 국가대표팀을 떠난 이후 한국배드민턴은 이용대가 지키는 남자복식에선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자복식과 혼합복식에선 중국에 밀려 정상에서 내려왔다.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도전 여부를 묻자 이효정은 “국가대표선수로 후회 없이 열심히 뛰었다. 이제 젊은 선수들이 새롭게 도전할 때인 것 같다. 배드민턴이 이렇게 재미있는지 몰랐다. 앞으로 몇 년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코트 위에서 후배들을 도우며 즐겁게 뛰겠다”며 조심스럽게 사양 의사를 드러냈다.

춘천 |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Copyright© 스포츠동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