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소비자 신뢰 버린 '반값 아이스크림'

민동훈 기자 2015. 7. 30. 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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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민동훈 기자]

최근 야근 중에 아이스크림으로 더위를 쫒아볼 요량으로 근처 편의점에 들렀다. 함께 야근 중인 선후배 몫까지 아이스크림 10개를 종류별로 골라들고 계산대 앞에서니 1만8000원이 넘는 가격이 나와 깜짝 놀랐다. 며칠 전 동네슈퍼에서 골고루 10개를 샀을 땐 1만원도 안 되는 가격에 샀던 기억 탓이다.

처음엔 계산이 잘못된 줄 알았다. 영수증을 살펴보니 콘 하나에 2000원이 넘었고 바(Bar) 형태의 빙과류도 1200원이었다. 반값 할인 행사에 익숙해져 아이스크림 가격에 둔감했던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싸다고 느꼈던 동네슈퍼 가격도 찜찜하다. 포장지에 가격이 적혀진 걸 본 기억이 없다. 대체 어떤 가격을 기준으로 50~70% 할인이라고 주장하는지 알 수 없다.

돌이켜보면 반값 아이스크림 논란은 수년 전부터 있었다. 그때도 아이스크림 업체들이 얼마나 가격을 뻥튀기했으면 1년 내내 반값에 팔아도 수익을 거두나 싶었다. 제값주고 아이스크림을 사는 게 바보인 세상이다.

몇 년 전 아이스크림 업체들이 시장을 투명하게 바꾸겠다며 포장지에 권장소비자가격을 표시하는 정찰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여전히 시장은 요지부동이다. 모든 품목에 정찰제를 적용한 것도 아닌데다 워낙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점유율 수성을 위해 동네 슈퍼에 들어가는 납품가를 낮추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반값 할인이라는 기형적인 아이스크림 유통행태가 지속될 경우 결국 부담이 소비자에게 돌아간다는 점이다. 제조사들이 정상가격 자체를 올려 비정상적인 할인납품으로 줄어든 수익을 보전하려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초 롯데제과, 빙그레, 룻데푸드, 해태제과 등은 바 형태의 빙과류 가격을 일제히 15~16% 올렸다. 재밌는 건 반값 할인이 되는 동네슈퍼 가격도 비슷한 폭으로 올랐다는 점이다. 가격을 올리니 할인 폭이 더 큰 것처럼 느껴지는 착시현상만 강화된 셈이다. 물론 제조사들은 손해를 보지 않는다.

이미 아이스크림 제조사들은 소비자의 신뢰를 잃어버렸다. 편의점 아이스크림 매출 1위에 유명 아이스크림 제조업체 제품이 아닌 PB(자체브랜드) 제품이 올랐다는 것이 이를 대변한다. 소비자 신뢰를 잃어버린 기업에겐 미래가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민동훈 기자 mdh524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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