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사랑, 믿음으로 장애의 벽 함께 부숴요"

LA/성진혁 기자 입력 2015. 7. 30. 03:00 수정 2015. 7. 30.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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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머시 슈라이버 스페셜올림픽국제기구 회장

"스톰 더 캐슬!(Storm the castle!)"

티머시 슈라이버(56) SOI(스페셜올림픽국제기구) 회장은 지난 26일(한국 시각) 열린 2015 LA 하계 스페셜올림픽 세계대회 개막식에서 이렇게 외쳤다. '폭풍(storm)처럼 성(城·castle)을 몰아치자'는 이 말은 지적장애인에 대한 편견의 장벽을 무너뜨리자는 비유적 표현이었다.

슈라이버 회장은 여전히 높고 단단한 이 성벽을 스포츠로 깨뜨릴 수 있다고 믿는다. 그는 2013 평창 동계 스페셜올림픽을 1년 앞둔 2012년 방한했을 때 본지 인터뷰에서 "스페셜올림픽의 정신은 함께 놀자는 것"이라는 말을 했다. 스포츠를 통해 서로 마음을 열면 지적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바뀔 수 있다는 얘기였다. 슈라이버 회장은 작년 말 펴낸 저서 'FULLY ALIVE(완전히 살아있는)'를 통해서도 "게임에 참여해 즐길 마음만 있으면 가장 중요한 메달을 딸 것"이라고 강조했다.

슈라이버 회장은 고(故)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조카다. 그의 어머니인 고 유니스 케네디 슈라이버 여사가 케네디 전 대통령의 여동생이다. 아버지인 고 사전트 슈라이버는 존슨 대통령 시절 프랑스 대사를 지냈고, '평화봉사단'과 '헤드 스타트' 같은 사회·교육 변혁 프로그램을 주도한 인물이다.

슈라이버 여사는 1962년에 지적장애인 언니 로즈메리와 지적장애아 50명을 집으로 초청해 운동하며 놀게 했다. 이후 매년 '캠프 슈라이버'로 불린 스포츠 모임을 열었고, 1968년에 스페셜올림픽을 창설했다. 그 배경엔 케네디 가문의 과거사가 있다.

슈라이버 여사의 언니 로즈메리는 지적 능력이 형제·자매에 비해 떨어지고 정서적으로 불안정했다. 학업을 따라가지 못해 혼란스러워하다 결국 자주 화를 내고 난폭한 행동까지 했다. 로즈메리의 아버지 조지프 P. 케네디는 장녀의 '장애'를 고치려고 가족 몰래 전두엽 절제술을 받게 했다. 환자의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뇌를 조금씩 잘라내는 이 수술은 당시 혁신적이라고 여겨졌지만 그 결과는 참혹했다. 23세의 활달한 여성이었던 로즈메리는 언어와 운동 능력을 거의 잃어버리면서 진짜 장애인이 됐다. 케네디 집안은 로즈메리를 한 가톨릭 시설에 맡겨 혼자 살게 했다. 케네디 대통령도 한 살 터울 여동생이 어디에 있는지 몰랐고,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슈라이버 여사만 '지워진 가족'이었던 언니를 측은하게 여겨 손을 내밀었다.

슈라이버 회장은 "지적장애인에 대한 잠재력을 낙관하다 보면 희망이 우리 마음속에 다시 태어난다"던 어머니의 말을 잊지 않고 있다. 예일대를 졸업하고 코네티컷대에서 교육학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1996년 스페셜올림픽국제기구 회장을 맡기 전까지 공립학교 교사로 일했다. 최근 몇 년 동안 그가 정계에 진출할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했다. 하지만 슈라이버 회장은 여전히 스페셜올림픽에 전념하고 있다. 출장을 다닐 때 일반석 항공권과 평범한 호텔 객실을 이용하는 검소한 스타일이다.

스페셜올림픽을 전 세계 170여 개국, 450여만명의 지적장애인이 참여하는 글로벌 사회운동으로 성장시킨 슈라이버 회장은 "내 주변 가장 가까이에 있는 성(편견)을 공격하자"고 말한다. 그가 제시하는 '무기'는 희망과 사랑, 믿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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