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가면 하루에 만원 받아" 유로터널 난민 아수라장

파리/이성훈 특파원 2015. 7. 3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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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지원금 주는 英 가려고 佛 북부 칼레에 2000명 몰려.. 터널 진입 시도하며 난동 英·佛 정부 127억원 투입.. 유로터널 보안 강화 추진

프랑스 북부 도시 칼레(Calais)에서 최근 영국으로 가려는 불법 이민자들이 잇따라 선박 터미널과 영·불(英佛) 해저터널(유로터널) 진입을 시도하며 난동을 일으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민자 사망이 연이어 발생하고, 현지 주민 피해도 속출하는 등 칼레가 무법천지로 변하고 있다. 현재 인구 약 7만명인 이 도시는 불법 이민자가 5000명에 이른다. 더구나 요즘엔 하루 150명 이상의 이민자가 새로 유입되고 있다.

지난 27일 자정 무렵부터 29일 새벽(현지 시각)까지 연이틀 밤 동안 불법 이민자 2000여명이 페리선(여객과 자동차를 함께 싣는 선박)과 열차가 있는 터미널로 몰려들었다. 이들은 경찰의 저지를 뚫고 보안 펜스를 넘은 후, 페리선과 열차, 트럭에 숨어들었다. 특히 29일 새벽엔 1500여명이 걸어서 유로터널을 건너겠다며 터널 진입을 시도했다. BBC방송은 "이 과정에서 20대 후반의 수단 출신 남성 1명이 트럭에 치여 사망했다"며 "올여름에만 영국행을 시도하던 이민자 8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칼레는 영국과 가장 가까운 프랑스 땅이다. 영국 포크스턴(Folkestone)과 칼레를 오가는 페리선과 셔틀 열차가 운항한다. 자동차만 싣는 셔틀 열차는 해저터널을 35분 만에 통과할 수 있다. 도버 해협(프랑스명 칼레 해협) 아래를 지나는 유로터널은 약 38㎞가 해저 구간이다.

칼레에 있는 불법 이민자들은 북아프리카와 아프가니스탄 등 중동 출신이 대부분이다. 난민선을 타고 지중해를 건너온 후 영국으로 들어가기 위해 칼레에 몰려든다. 이들은 달리는 화물차에 올라타거나 차량 밑에 몰래 숨고, 일부는 열차 지붕에 올라타기도 한다. 지난 24일에도 에리트레아 출신 여성이 밀입국을 시도하다 차에 치여 숨졌다. AP통신은 "최근 부두 노동자 파업을 틈타 밀입국을 시도하는 숫자가 급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이 프랑스가 아닌 영국행을 원하는 것은 일자리와 복지 혜택 때문이다. 현재 실업률이 5.5%인 영국은 프랑스(10.0%)보다 일자리가 많다. 또 영국은 난민 신청자에게 1인당 1주일에 약 42파운드(약 7만6000원)의 지원금을 준다. 반면 프랑스는 최소 6개월 동안은 이들에게 아무런 혜택도 주지 않는다.

숫자가 늘면서 단속이 강화되자, 칼레의 불법 이민자들은 점점 폭력적으로 변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이민자가 9세 현지 소녀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영국 매체 익스프레스는 "이민자들이 도로를 막아 트럭을 강제로 세우고, 운전사를 칼로 찌르거나 폭행하는 일도 자주 발생한다"고 보도했다. 이들이 거주하는 난민촌은 '정글'이라고 불릴 정도로 생활환경이 열악하다.

칼레 이민자 문제가 심각해지자 동남아 순방 중이던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28일 내무장관에게 긴급 각료회의를 명령했다. 테레사 메이 영국 내무장관은 28일 런던에서 베르나르 카즈뇌브 프랑스 내무장관과 만나 유로터널 보안 강화를 위해 700만파운드(약 127억원)를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칼레 불법 이민자를 두고 영국과 프랑스 양국 간 책임 공방도 벌어지고 있다. 영국은 프랑스 정부가 불법 난민의 영국행을 사실상 묵인하고 있다고 의심한다. 반면 나타샤 부샤르 칼레 시장은 "영국의 과도한 복지 혜택이 불법 이민자를 칼레로 불러들이고 있다"며 "영국 정부는 당장 이들에 대한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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