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서 휴대폰 꺼내자.. 안전요원 "야, 내놔"

이정원 기자 입력 2015. 7. 30. 03:00 수정 2015. 8. 2.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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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 甲'이 된 안전요원들.. 과도한 폭언·폭력 말썽] 카메라 꺼낸 중고생팬은 욕설에 머리채 잡히기도.. 주눅든 관객들 항의도 못해 26일 안산 록 페스티벌에선 폭행당한 팬, 눈뼈 부러져

대학생 장동현(24)씨는 지난 26일 오후 경기 안산M밸리 록 페스티벌에서 영국 헤비메탈 밴드 '모터헤드'의 무대를 즐기다 봉변을 당했다.

객석에서 가수 장기하를 발견한 관중이 '서핑(공연자를 들어올려 관중 사이를 오가는 행동)'을 하려고 장기하를 들어올리자마자 안전요원이 달려왔다.

장동현씨는 "안전요원이 욕설을 하며 장기하의 목덜미를 잡아 끌어내렸고 이를 제지하는 관객들에게도 폭언을 퍼부었다"며 "흥분한 안전요원을 관객들이 말리자 안전요원이 머리로 내 얼굴을 들이받는 바람에 왼쪽 눈을 심하게 다쳤다"고 말했다. 장씨는 눈 주위를 둘러싼 뼈가 부러져 인공 뼈 삽입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이 사건이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 등을 통해 퍼져 나가면서 음악팬들은 "결국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공연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안전사고를 막고 질서를 유지하는 게 안전요원 역할이지만, 그 과정에서 관객에게 퍼붓는 폭언이나 폭력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회사원 조모(27)씨는 작년 공연장에서 안전요원에게 휴대전화 검사를 당했다고 했다. 조씨는 "촬영이 금지된 공연이었는데 문자 메시지를 확인하려고 잠시 휴대전화를 꺼내자 안전요원이 다가와 반말로 '핸드폰 내놔'라고 말했다"면서 "잘못 들었나 싶어 머뭇거리니깐 '내놓으라고 X발'이라고 욕하며 핸드폰을 빼앗았다"고 말했다. 휴대전화 앨범에 공연 동영상이나 사진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받고 나서야 조씨는 휴대전화를 돌려받을 수 있었다.

아이돌 그룹인 '엑소'의 팬인 박모(23)씨도 "콘서트나 공개 방송에서 봉변당하지 않으려고 눈치를 본다"고 했다. 박씨는 "중고생 팬들이 카메라를 꺼내자 경고 없이 바로 반말로 욕하면서 머리채를 잡는 모습도 봤다"고 했다.

조씨나 박씨처럼 폭언이나 폭행을 당한 사람들은 "건장한 체구에 검은 복장을 입은 안전요원들이 언성을 높이면 항의하고 싶어도 주눅이 든다"면서 "공연 중에 기분을 더 망치기 싫어 경찰 신고를 꺼린다"고 했다.

심지어 일부 공연장의 경우 안전요원들이 팬들의 입장마저 제한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샤이니'의 팬인 윤모(25)씨는 "A 음악 프로그램의 경우 공연장에 들어갈 팬의 규모를 보안업체 쪽에서 결정한다"면서 "자리 배치가 마음에 안 든다는 기색만 보여도 '너희 '오빠들' 안 보고 싶으면 그딴 식으로 해라'와 같은 위협도 한다"고 했다. 윤씨는 "돈 내고 보러 가는 공연인데도 안전요원이 갑(甲)이고 팬들은 그들에게 막말을 듣고도 참아야 하는 천민 같은 존재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공연 전문 보안업체에선 "소음 속에서 대규모 인파를 통제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언성이 높아지고 행동이 거칠어질 때가 있다"고 인정한다.

한 보안업체 관계자는 "폭언이나 폭행 때문에 경찰 조사를 받는 일도 과거부터 이따금 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 "최근엔 현장 요원들에게 공연 장르나 문화에 대해 교육하고, 팬클럽 임원에게도 질서 유지를 요청하는 등 충돌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이번 안산M밸리 록 페스티벌에 투입된 보안업체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넘어진 관객을 일으키기 위해 요원이 들어갔다가 벌어진 문제라고 전해들었다. 뒤늦게 부상자가 발생한 걸 알게 됐다"면서 "서핑 등 록 페스티벌의 특성에 대해서도 교육했는데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안타깝고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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